'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세월의 흐르게 되면 모든 것이 다 변하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른 말이다. 이 속담을 언제부터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이를 통해 선조들이 살던 그 옛날 옛적에도 십년이란 세월 속에 세상이 빠르게 바뀌었음을 추론할 수 있다. 수백 년 전에도 빠르게 변하던 세상은 가속도가 붙어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정보가 쏟아져 나오지만 변하지 않는 본질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지식 PD', '청소년 멘토링'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는 고우성 대표 역시 변하지 않는 지식의 본질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문화가 융합되는 새로운 사회를 꿈꾸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 고우성 지식 PD가 본인의 생각을 전달하고 있다.

#지식이 거래되는 '사람 중심의 사회'를 꿈꾼다.
고우성 PD는 흔히 말하는 엘리트다. 국내 최고의 국립대를 졸업한 후 미국 유학까지 다녀온 그는 대기업 사업부에 입사하며 탄탄대로의 길을 걸었다. 그의 이력만 보면 '고생'과는 거리가 먼 인물처럼 보이지만 고 PD는 본인 스스로의 확신을 안고 과감하게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그는 다양한 사업을 전개했지만 시대보다 앞선 생각으로 몇 번의 실패를 거듭했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역발상으로 국내 최초의 '북포럼(BookForum)'을 개최하며 새로운 반향을 이끌어냈다. 특히 고 PD는 이전부터 지식이 거래되고 소통되는 사회를 꿈꾸고 있었기에 본인의 신념을 바탕으로 '북포럼'을 기획할 수 있었을 터.

"회사를 나오고 사업을 하다가 잘 안될 때가 있었는데 그 때 시간이 굉장히 많았어요. 당시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들으며 각본 없이 토크하는 콘텐츠를 만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모 정보통신 기업 사업부에 소속돼 있던 그는 도서와는 전혀 연관성이 없었다. 이 때문에 고 PD는 '맨땅에 헤딩'하는 격으로 저자 섭외부터 기획, 진행 등 모든걸 스스로 했다고 한다.

"제가 처음 기획할 당시에는 이와 관련한 소스는 물론 이쪽 분야의 지인도 없었기 때문에 책 관련한 세미나 하는 분을 찾아가서 저를 소개하고 제가 기획한 사업을 제안했죠. 제가 기술이 있고 모든 경비도 지원해준다고 했는데 반응을 안 보이시더라고요"

이에 답답함을 느낀 고 PD는 직접 '북포럼'을 기획·개최하게 됐다고.  '지식방송 북포럼'이라는 코너를 만들고 저자 섭외 메일을 보내는 등 일인 방송을 시작했다. 그 당시 초대된 저자는 삼성동의 허름한 사무실에서 노트북과 웹캠으로 방송을 하는 그를 보고 놀라기도 했다고. 하지만 그의 노력으로 '북포럼'은 7년째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30분에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저자와 출판사에도 부탁이 들어올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7년 동안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북포럼'을 개최함은 물론 고 PD가 초대한 저자들 역시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고 한다. 고 PD는 '북포럼'을 하기 위해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은 물론 10시간 이상 소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보지도 않지만 그는 앞으로도 계속 '북포럼'을 개최할 것이라고 한다. 그에게 '북포럼'은 어떤 의미일까?

"'북포럼'으로 돈도 못 벌고 시간은 또 엄청 투자해요 하하. 그런데도 이상하게 힘들지가 않고 이 시간이 기다려져요. 저는 종교가 없는데 불구하고 '북포럼'을 준비, 진행하는 과정을 돌이켜보면 종교와 같은 힘을 느끼곤 합니다. 시간을 소비하면 힘이 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에너지를 받게 되고 이를 통해 다른 일에도 집중할 수 있는 효과를 보고 있죠“

▲ 고우성 지식 PD가 개최하는 '북포럼(Book Forum)'의 모습.

이처럼 그는 7년간 지식을 통해 소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묵묵히 '북포럼'을 기획해오고 있다. 고 PD의 노고가 빛을 발한 것일까. 지난달부터 'CEOMBA'라는 새로운 포맷의 토론형식의 수업을 기획했다. 이는 고 PD의 노하우(Know-how)를 바탕으로 서울시의 지원이 결합돼, 미래의 ceo들에게 다양한 토론을 통해 정보 제공을 하는 것이다.

"'북포럼'을 하면서 (토론문화에 대해)확신이 생겼습니다. 제가 원하던 이상을 '북포럼'을 통해 실현할 수 있었다면 이번 'CEOMBA'를 통해서는 새로운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고 싶습니다"

고 PD는 '북포럼'을 시작할 때도 직접 저자를 섭외했으며, 이번 'CEOMBA'도 역시 직접 경영인들을 물색한다고. 그가 CEO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점은 '10년간 꾸준하게 운영했느냐'이다.

"망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잖아요. 업력이 10년 이상 된 회사를 주로 물색하는데 서울시에서도 추천해주고 있습니다. '북포럼'도 이번 토론도 마찬가지인데 저의끼리는 호칭이 없어요. 호칭이 없다보니 자연스레 소통도 되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수평적인 구조를 정착시키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치열함'과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고 PD는 앞서 설명했듯이 엘리트의 길을 걸었다. 10대 시절 그는 정체성 없이 아버지의 뜻대로 살았다고 회상 했다. 공대 교수님 이였던 아버님의 의지로 공대생이 됐고 더 심도 있는 공부를 위해 유학길에 올랐다. 유학생활 동안 그는 다양한 인종과 넓은 세상을 보며 가치관이 바뀌었다고.

"저는 사실 이과보다 문과에 맞는 사람이에요. 문과에 가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뜻대로 공대에 진학하고 정체성 없이 살다 유학 간 그 곳에서 저의 꿈을 찾게 됐죠. 제 안에는 사실 끼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끼를 내 스스로 몰라 봤던 거죠"

이에 그는 귀국 후, 회사 면접 장소에서 자신의 전공과 상관없이 영업부 혹은 사업부로 하고 싶다며 연봉의 절반을 줘도 된다는 패기를 보여줬고, 그 결과 대기업 사업부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사업부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부서에요. 그렇기 때문에 협력을 위한 달변은 물론 이를 따오기 위한 치열함이 필요한 곳이에요. 이런 곳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니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없을 수밖에 없죠.(웃음)"

이렇듯 그는 정체성 없는 삶을 살다 스스로의 끼와 재능을 찾게 됐고, 이를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왔다. 고 PD는 최근 젊은이들을 보며 '치열함'이 없다는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제 스펙도 어디 가서 꿀리지 않는 스펙이지만 이 프로필로 일을 하고 있지는 않잖아요. 제가 하고 싶고 원하던 지식이 거래되는 사회를 위해 직접 발로 뛰었잖습니까. 이런 치열함이 있어야 하는데 젊은 세대는 그저 좋은 강연 혹은 책만 읽으면 다 되는 줄 알아요. 이런 점이 안타깝죠. 원하고 이루고 싶으면 직접 부딪혀야 하는데 말이죠!"

이어 고 PD는 "이제는 말보다는 글이 중요한 시대"라며 "표현력을 길러야 한다"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네트워크가 무척 잘 돼 있기 때문에 말보다는 글이 중요한 시대가 될 것입니다. 뭐든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글로 표현하고 이런 연습이 돼 있어야만 이 다른 분야와의 융합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표현력을 익히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하지 않을까요?"

▲ 고우성 지식 PD가 추천한 도서 '일의 미래'

고우성 PD가 추천하는 도서 ‘일의 미래’(린다 그랜트 저, 조성숙 역, 생각연구소)
미래 사회의 중심이 될 아이들, 변화의 물결 앞에서 생존의 기로에 선 기업가들,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의 노동환경을 결정해야 하는 정치인들이 반드시 새겨야 하는 핵심적인 조언과 2025년을 목전에 둔 지금의 직장인들이 앞으로 일에서 성공을 거두고 행복해지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길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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