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나는 아빠다'(감독 전만배, 이세영)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극 중 비리형사 종식(김승우 분)은 최악의 아버지이지만, 아픈 딸 민지(김새론 분)를 살리기 위해서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는 인물이다. 이처럼 '부정(父精)'은 사람까지 변하게 만드는 특별함을 갖고 있다. '은총이 아빠'로 불리는 박지훈 씨 역시 남다른 부정을 자랑한다. 태어나자마자 온 몸의 혈관이 터진 은총이의 수명 기간은 단 1년. 하지만 기적이 찾아 왔다. '은총이 아빠' 박지훈 씨의 지극 정성과 사랑이 은총이의 건강을 회복시키고 있다. SO 멘토링 청소년 기자단이 특별한 부자를 만나러 갔다.

나는 '은총이 아빠'다
평범한 은행원이었던 박지훈 씨의 삶이 은총이의 출생 이후로 송두리째 바뀌었다. 올해 11살이 된 은총이는 원인조차 찾을 수 없는 희귀병에 걸렸다. 뇌가 점점 굳어지며, 세상의 모든 경기약에도 반응이 없었다고.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부모로서 해줄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고 전했다.

"그 때 담당의사가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다'면서 망가진 오른쪽 뇌를 제거하는 수술을 하자고 제안하시더라고요. 저에게는 어떤 선택이 없었죠. 담당의사를 믿고 모든 걸 맡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은총이 아빠는 서울로 올라와서 은총이 병명과 관련한 각종 검사를 받고, 수술을 기다리며 세월을 보냈다. 하지만 검사와 수술 등의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이를 알게 된 은총이의 담당의사는 "수술을 해줄 테니 밤에 몰래 도망가라"며 은총이를 적극적으로 도왔다고.

"이 선생님 전에 만났던 의사 분들은 언제나 최악의 상황만을 말씀해주셨어요. 하지만 당시 은총이 수술을 맡았던 선생님의 말씀은 저희에게 희망이 됐죠"

그 당시 11시간 동안 수술 받는 은총이를 위해 박지훈 씨는 '은총이를 살려 달라'는 기도를 했다고 한다. 그의 간절한 바람이 이뤄진 걸까? 수술이후 한 끼 40봉지 가까운 약을 먹는 은총이는 점점 좋아졌다고. 본인의 삶을 던져 놓고 오로지 '은총이 아빠'로서 살아가는 그에게 가장 고된 점은 무엇일까?

"은총이를 키우면서 은행일을 그만뒀어요. 이후 돈을 벌기 위해 막노동 등 다양한 일을 했는데 육체의 어려움보다 세상의 편견과 시선이 더 힘들어요. 또 은총이를 보는 시선이죠"

하루는 은총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을 하던 중, 주위 할머니와 아줌마들이 은총이의 사정을 모르고 "애를 어떻게 돌봤기에 저렇게 태웠냐"면서 비아냥거리기 일쑤였다고 한다. 또한 동네 아이들은 은총이를 보고 "괴물"이라고 놀리며 박지훈 씨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은총이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은총이의 상태가 점점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어느날, 은총이가 제 손을 잡고 '아빠'라고 부르는데 그때의 감동은 잊지 못해요. 그 날 이후, 은총이 아빠로서 은총이만을 위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선천적으로 운동을 싫어하던 박지훈 씨는 은총이를 위해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했다. 그는 우연히 외국의 한 영상을 보고 철인 3종 경기에 임하게 됐다고 한다.

"중증 장애를 가진 아들과 그 아빠가 함께 철인 3종 경기에 참여하는 거에요. 그걸 보고 도전하게 됐죠. 하하"

은총이와 함께 참여한 철인 3종 경기에서 은총이는 함께 뛴 동료들의 배려 덕분에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었다. 당시 동료들은 은총이를 위해 결승선 앞에서 멈추고 그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고 들어갔다. 걸을 수조차 없다고 했던 은총이가 철인 3종 경기까지 참여하는 것은 기적을 만든 셈이다. 이처럼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정과 관심이 은총이를 성장시키고 있다.

기부천사로 알려진 가수 션은 은총이네를 '천국에서 만든 가정'이라고 소개한다. 그 만큼 가슴 따뜻한 가정이라는 의미일 터다. '은총이 아빠' 박지훈 씨 이야기를 들은 청소년 기자단들 역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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