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교육계 최고의 권위자 스티븐 크라센 교수는 여러 나라에서 수십 년에 걸쳐 실행된 연구 결과, 책 읽기의 힘을 과학적으로 밝혀냈다. 그라센의 연구에 따르면 모국어를 익히든 외국어를 배우든 언어를 습득하는 방법은 한 가지다. 바로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는 것이라고 한다. EBS 영어 프로그램 MC로 활약 중인 썬 킴 역시 이와 같은 철학을 갖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현재까지 최장수 EBS FM 진행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그를 만나 올바른 영어 공부방안과 국내 영어 교육 현실에 대해 들어봤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 숙대입구 근처에서 썬 킴과의 즐거운 만남을 가졌다.

▲ EBS 프로그램 MC이자 라디오 DJ 썬 킴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어공부의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과 '다독'
1980년대 10대 시절을 보낸 썬 킴은 당시 쉽지 않은 미국 유학을 선택했다. 지금과 달리 해외여행조차 가기 힘들었던 그 시절 과감하게 유학길에 오른 그는 사실 반항기 가득한 학생이었다고.

"10대 시절 남학생들이 반항한답시고 음악이나 밴드하고 그러잖아요.(웃음) 저 역시 고등학교 때, 학교나 집에서 공부하라는 소리에 밴드 활동을 했어요. 3개월 동안 집 나가기도 하고, 아버지께서 제 모습을 보시더니 한 마디 하시더라고요. '글로벌 양아치 될래? 부산 양아치 될래?'"

이 한 마디에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글로벌 양아치'를 선택했다. 특히 그 당시 미국에는 한국 유학생이 드물뿐더러 한국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고 한다. 동양 학생라는 특별함 때문에 힘들법하지만 썬 킴은 그럴수록 더 자신감 있게 생활했다고. 또 오히려 미국학생들을 이끌며 리더 역할을 도맡았다고 회상했다.

"저는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억지로 공부시키는 것에 대한 반항이 있어서 공부를 안했어요. 그런데 미국에 오니깐 제가 원하는 수업을 골라서 할 수 있더군요. 제가 좋아하는 공부를 자유롭게 할 수 있으니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죠. 또 제가 마음먹고 하니깐 잘하더라고요. 하하"

그의 자신감은 곧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었고, 이는 곧 영어실력 향상이라는 효과를 자아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영어를 할 때면 절대 실수하면 안 된다는 강박감을 갖고 있어요. 코미디 프로그램을 봐도 영어를 이용한 개그는 없잖아요. 일본어나 중국어는 엉터리로 해도 웃음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데 영어는 틀리면 안 된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죠. 하지만 언어는 틀리면서 배우는 게 맞거든요"

이어 썬 킴은 국내 영어 공부의 문제점으로 '발음문제'를 지적하며 "발음의 기본원칙은 상대방이 알아듣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언어학을 공부하면 발음은 상대방이 알아듣고 이해시키면 훌륭하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국민은 발음에 대한 콤플렉스가 굉장해요. 발음은 사교육 시장에서 만든 상술인데 말이죠. 발음 역시 자신감이 중요합니다"

썬 킴은 자신감에 이어 책 읽기를 영어공부의 가장 큰 효과를 자아내는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EFL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비영어권 국가)국가에 해당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효과적인 영어 공부 방법은 '다독'이라는 것. 만화, 매뉴얼 등 다양한 분야의 영어서적을 보면 조금만 변형해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썬 킴은 국내 영어 쏠림현상을 지적하며 영어공부 방법의 변화보다 국내 교육 현실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커리큘럼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그는 국내 영어 교과과정 커리큘럼에 대해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언어를 공부할 땐, 언어 자체가 목적이냐 혹은 도구가 되느냐에 따라 다른데 우리나라 영어 교육과정은 이 두 가지가 어설프게 섞여 있어요.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언어자체를 목적으로 두다, 중•고등학교 때는 입시위주로 바뀌게 되죠. 즉 언어로써 소통을 한다는 목적이 없어지고 도구가 되니 영어는 절대 틀리면 안 된다는 강박증을 갖게 되는 겁니다"

이에 그는 국가 개조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것. 공교육이 개선돼야 국내 영어 쏠림 현상도 어느 정도 개선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어 그는 "현직에 있는 교사들이 교과과정 커리큘럼 그대로만 따르면 된다"며 기본에 충실할 것을 당부했다.

▲ EBS 프로그램 MC이자 라디오 DJ 썬 킴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앞에서 공교육을 비판했지만 공교육의 커리큘럼을 보면 사실 완벽해요. 교육과정 역시 헌법과 같이 이를 지켜야 한다는 선언문이 나와 있어요. 현직 교사들이 그 과정을 지키기만 하면 제대로 된 영어 교육이 될 텐데, 대부분 교사들이 지키지 않죠. 물론 이는 입시위주의 영어교육이 자리 잡혀서겠죠"

썬 킴은 효율적인 영어 공부에 도움 되는 책 한 권을 추천했다. 바로 출간 50주년을 맞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에리히 프롬 저, 황문수 역, 문예출판사)이다.

"이 책은 중 2 수준의 단어로 구성 돼 있어요. 100 페이지의 얇은 책인데 이것저것 읽지 말고 이 책 딱 한 권 만 마스터 하면 확실한 영어공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랑과 연애 이야기이기 때문에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어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재 EB 프로그램 MC 및 라디오 DJ로 활약 중인 썬 킴은 '웹툰 작가'데뷔를 앞두고 있다고.

"방송일 이외에도 강의나 책을 쓰고 있는데 이번 달 말에 웹툰 작가로 데뷔합니다. 하하. 웹툰을 이용해서 영어 단어와 표현을 설명하는 형식으로 구성 돼 있는데 그림과 글 모두 제가 맡아서 하고 있죠. 기대해주세요"

▲ 썬 킴츼 추천도서 '사랑의 기술'

썬 킴의 추천 도서 '사랑의 기술'(에리히 프롬 저, 황문수 역, 문예출판사)
'사랑의 기술'에는 에리히 프롬이 '자유로부터의 도피', '자립적 인간', '건전한 사회' 등의 이전 저작들에서 밝힌 사상, 그리고 그것을 넘어선 또 다른 사상이 제시된다. 그리고 이것들은 사랑의 기술이라는 하나의 주제에 집중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생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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