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의 엄마이자 겉보기엔 성공적인 중산층 가정주부로 살아가던 서른아홉의 앨리스는 마흔 살 생일을 앞둔 어느 날, 갑자기 정기적으로 다니던 운동 클래스에서 머리를 부딪히는 사고를 당하고 만다. 그리고 지난 10년간의 기억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채, 그녀는 신혼 생활의 단꿈에 젖어 첫아이를 임신했던 스물아홉 살의 기억을 안고 깨어난다.
구급차에 실려 가는 동안 혼미한 꿈속을 헤매다가 병원에서 눈을 뜬 그녀는 분명 올해가 1998년이고 12주 된 아이를 뱃속에 품고 있다고 확신하지만, 현실은 2008년이고 선홍색 빛깔의 제왕절개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배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모든 것이 어리둥절하고 혼란스럽기만 한 상황에서 앨리스는 누구나 그렇듯, 위기의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존재, 자신이 가장 믿고 사랑하는 사람, 남편 닉과 친언니 엘리자베스를 떠올린다.

 

‘지금이라도 닉이 오면, 언니가 오면, 모든 걸 제대로 바로잡아줄 거야!’
그러나 연락을 받고 한참 만에 온 언니 엘리자베스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말들을 건네고, 포르투갈로 출장 중이라던 남편 닉은 어렵게 연결된 전화 통화에서 대체 또 무슨 수작이냐는 다소 충격적인 반응을 보인다. 지난 10년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순간의 기억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지난 과거를 잃어버린 불행 앞에서 앨리스는 과연 현재와 미래의 행복을 되찾을 수 있을까?

잃어버린 10년, 왜 나만 빼고 다 바뀐 걸까? 나만 바뀐 걸까?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조각난 현실의 퍼즐을 끼워 맞춰갈수록 앨리스는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진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말썽쟁이 세 아이, 사랑했던 남편 닉과의 영문을 알 수 없는 이혼소송, 가까웠던 친언니 엘리자베스와의 소원해진 관계, 전혀 어울리지 않는 친정엄마와 시아버지의 재혼,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친구 지나의 죽음, 새롭게 등장한 도미니크라는 애인까지….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10년 동안 너무 많은 상황이 변해 있음에 매일매일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하지만 그 가운데 가장 놀라운 것은 자기 자신의 모습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과거와 현실 사이를 오가며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는 앨리스. 스물아홉일 때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날씬한 몸매와 근사하게 꾸민 집, 값비싼 명품 가방과 옷들, 골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를 가진 여자가 됐지만, 정체 모를 불만에 가득 차서 냉소적인 웃음과 날카로운 말투를 흘리는 신경질적인 여자가 되어 있다는 사실에 적잖게 당황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왜 내가 이토록 낯설게만 느껴지는 걸까? 과거와 현재, 어떤 게 진짜 ‘나’의 모습일까?
그녀는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아왔음을 깨닫는다. 어쩌면 잃어버린 행복을 되찾기 위해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10년 전 바로 그 순간으로 되돌아온 건지도 모른다. 결국 잃어버린 것이 기억이 아니라 행복이었음을 알게 된 앨리스는 스스로에게 되묻기 시작한다. ‘넌 어떤 사람이 된 거니?’ 그리고 다시금 선택의 기로에 선다. ‘앞으로 넌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거니, 앨리스 러브?’

전 세대 여성들이 공감하고 사랑한 소설
가볍고 재치 있지만,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로맨틱 코미디

이 책은 ‘기억 상실’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삶에서 놓치고 살았던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되찾게 되는 한 중년 여성의 성장소설이자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재발견하게 되는 따뜻한 가족소설로, 2010년 첫 출간 이후 지금까지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스테디 & 베스트셀러다.
‘기억상실’이라는 소재는 얼핏 보기에 비현실적인 듯 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가족관계와 결혼생활의 실체를 부각시키는 장치로 사용된다. 기억 상실의 묘미를 최대한 살리고 있는 독특한 구성 역시 주목할 만하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 앨리스의 진술과 그 주변인물인 친언니 엘리자베스의 상담일지, 할머니 프래니의 블로그 글, 이 세 가지 형식의 글이 교차되는 퍼즐식 구성은 유머러스한 문체, 흥미진진한 전개와 더불어 독자로 하여금 지루할 틈 없이 조각난 기억을 맞춰나가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나, 영미권에서는 이미 인기 절정의 로맨틱 코미디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매김한 리안 모리아티는 시종일관 능숙하고 유려한 필력과 삶에 대한 진지한 시선으로, 따뜻한 웃음을 주는 완벽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어느 날 문득 내가 바라고 꿈꿨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어떤 모습으로 돌아갈 것인가?”라는 물음을 통해, 현실 속에서 잊고 살아왔던 우리의 삶에 대해, 결혼생활에 대해, 가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아울러 인생에 있어서 진정한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매순간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는 것, 특히 내 주변사람들,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을 때 찾아온다는 것을 잔잔한 웃음과 감동으로 전한다.
이 책에는 한번쯤 꿈꿔 봤음직한 판타지 같은 이야기, 그러나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결혼에 안착한 대다수의 분들이라면, 혹은 살면서 한번쯤 ‘그때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유쾌하고 재미있게 공감하며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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