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아이 
                                                                                                                       
                                                                           글: 임길택 그림: 김동성 (길벗어린이)


사월은 잔인하다고 했던가? 올봄에서야 그 말의 의미를 알겠다.
갑작스러운 뜨거운 햇살에 꽃들이 개화 하자마자 영문도 모르고 져야만 했다. 꽃잎이 눈꽃처럼 날리는 거리를 걸으며 마음이 아렸다. 저절로 피고 지는 꽃은 한 송이도 없다는 것을 이제야 알아버린 까닭일까? 그날 오후 손에 잡힌 책이 ‘들꽃 아이’ 이다. 어쩌면 져버린 꽃들을 마음으로라도 잡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가만히 표지 그림을 들여다본다. 들꽃이 한가득 만개하다. 그 꽃들 가운데 들꽃처럼 수줍게 웃고 있는 한 여자아이가 있다. 진달래꽃을 꺾어 들고 있는 이 아이는 누구를 생각하며 웃는 것일까...... 책장을 넘기면 김선생님이 면소재지의 아담한 학교에 첫 발령을 받아 구불구불 시골길을 걸어오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수업시간, 꽃병에 담긴 진달래꽃을 보며 선생님은 그것이 보선이가 꽂아 놓았음을 알게 된다. 그 이후로 보선이는 꽃이 채 시들기도 전에 늘 새로운 꽃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런데 각양각색으로 바뀌는 꽃들을 보며 반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꽃 이름을 물어오기 시작한다.

 


선생님은 급기야 ‘식물도감’을 구해 독학을 하기에 이르고 아이들과 꽃 이름 알아맞히기 등을 하다가 한바탕 웃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 그림책은 여기저기 곳곳에 들꽃 그림이 그려져 있어 책에서 꽃향기가 스며나오는 듯 하다. 처음엔 서양 꽃과 이름이 더 예쁘다고 생각했던 선생님은 은은한 우리 꽃이 훨씬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림책은 내용 못지않게 그림도 매우 중요하다. 이 책은 김동성 화가의 섬세한 스케치와 아름다운 색감, 정겨움이 그림에서 묻어나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어렸을 적 학교 풍경이 그대로 느껴져 여기저기 숨은 그림 찾듯 작은 그림들 속에서 향수를 찾아낸다.

김선생님이 보선이네 집에 가정방문 가는 장면은 이 그림책의 압권이라 할 만하다. 들꽃이 핀 울창한 숲길, 별이 쏟아질 듯 흐르는 시골 밤 풍경, 김선생님의 심상과 감회가 아주 잘 드러나 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김선생님과 풋풋한 시골아이들의 따스한 마음이 책 곳곳에 스며들어 있어 읽는 내내 잔잔한 감동이 물결친다. 마지막 페이지를 펼치면 선생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코끝이 찡해져 온다. 그런데 보선이는 ‘안네의 일기’를 받았을까? 그냥 책만 다시 읽었을 뿐인데 내마음속에 들꽃이 한 아름 들어와 앉는다. 향기마저 느껴진다. 좋은 책이란 이런 것이리라...... 오월이 다가온다. 마음속에 작은 들꽃 한 송이 맞으러 아이와 산과 들로 가벼운 발걸음을 내디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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