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습관처럼 전화기를 만지작 거리며 지난 사진들을 보았습니다.

이렇게 사진속에서만 볼 수 있는 아빠의 얼굴, 휴대폰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는 아빠의 목소리... 몇번이고 사진을 들여다 보고, 사진속 아빠의 얼굴을 만져 봅니다. 병원에서 퇴원하시던 날 집에 가시는 것을 아셨는지 기분좋게 웃고 계시던 아빠 사진을 보니 가슴속에 담아왔던 눈물이 왈칵 쏟아 집니다. 그 해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지요. 그 더운 여름 아빠는 자신에게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건지 불안해 하시며 여름을 겨우 겨우 보내고 가을의 끝자락에서 우리에게 작별을 했습니다.

너무 힘들었다고 이젠 쉬고 싶구나.. 하시는듯 응급중환자실과 병실을 오가며 어느날 새벽 저희 곁을 떠나셨습니다. 이렇게 이별이 올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평소 누구보다 건강을 챙기셨고, 정정 하셨기에 이 철없는 딸은 아빠가 어느날 내곁을 떠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도 못하고 아빠에게 마냥 투정 부리고 자기 고집대로 하던 철없는 둘째딸 이었습니다. 아빠를 이렇게 보내고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면 한번 더 아빠의 손을 잡고, 한번 더 아빠를 꼭 껴안고, 한번 더 아빠의 볼을 부볐을 것입니다.

나는.. 이 모든것을 아빠가 차가워진 후에 아빠의 감은 눈을 보며 손 잡고, 껴안고, 얼굴을 부볐습니다. 염을 한 후 차디찬 아빠의 볼에 입맟출 때 아빠가 다시 웃으실 거 같았습니다. 다시 눈을 뜨고 웃으며 "됐다 그만해라.". 라고 하실 것만 같았는데..아빠는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저, 편안히 누워 "이젠 됐다 그만하거라". 라고 하시는 듯 했습니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엄마의 마지막 말.. "여보 아픈 거 고쳐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다 잊고 편히 쉬세요"라고 하시며 아빠를 안고 우셨죠. 갑자기 찾아온 아빠의 병. 알 수 없는 그 병에게 아빠를 내어줄 수 없어 가족들은 안간힘을 쓰며 아빠를 지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날의 사진을 보니 아빠가 너무 힘드셨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병원에 처음 입원하던 날, 아빠는 그래도 말씀도 많이 하시고 잘 걸어 다니셨고 식사도 하셨죠. 그런데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아빠의 얼굴은 살아있는 사람의 얼굴이 아닌 마냥 검은 빛을 띠었고 휠체어에 앉아 줄 곧 땅만 내려다 보셨죠. 때론 힘든 검사들을 마치고 병실로 돌아와 온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의식이 없으셨죠. 마취기운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아빠를 보면서 엄청난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이 밤 아빠가 깨어나지 않으면 어쩌나. 설마.. 라는 불안감과 공포감에 밤을 새웠고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아빠를 의사들은 야속하게 깨웠었죠.. 그리 야속했지만 아빠가 깨어나자 얼마나 감사하던지..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다시 깨어남이 아빠에게는 고통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힘든 검사들과 병원생활의 시작. 혹시라도 치료법이 있지 않을까 가능한 모든 검사를 하며 아빠를 지키기 위해 바둥바둥 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빠에게 삶에 대한 정리할 시간도 없이 아빠의 마지막 시간들을 빼앗아 버린 듯 합니다.

아빠.. 아빠... 이젠 이 이름 입 밖으로는 말할 수 없고, 가슴으로만 속으로만 애타게 불러 봅니다. 아빠가 편찮으실 때 하셨던 말씀.. "아빠~하고 근애가 부르는 것 같다고 하셨지요"
매일 매일 마음으로 아빠를 그리워 하며 불러봅니다. 다시 한번 아빠 손을 잡을 수 있다면 다시 한번 아빠를 불러 볼 수 있다면 조금 더 다정하게 아빠의 눈을 보고 아빠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며 아빠가 외롭지 않도록 제 온 마음을 열어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늘 귀가 어두워서 대화가 불편하셨던 아빠.
아마 아빠는 흐릿하게 들리는 세상 속에서 외롭고 쓸쓸하셨을거란 생각이 들어 정말 죄송하고 마음이 아픕니다.
마지막으로 아빠랑 함께 지냈던 지난 3개월.
아빠의 병간호를 시작하던 그 시간들이 마지막이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더 잘 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수능 시험 후 점수가 좋지 못해 속상해 하던 저에게 아빠가 해주셨던 말씀 "고개 숙이지 마라. 어깨 쭉 펴고 다녀라"라는 아빠의 응원을 생각하며 주어진 시간들을 소중히 생각하며 살겠습니다. 오늘도 사진 속의 아빠를 보며 가슴으로 '아빠.. '라고 불러 봅니다.
아빠.. 그 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걱정하지 말고 행복하게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늘 기도 하겠습니다.
아빠에게 직접하지 못했던 그 말...'아빠,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아빠가 너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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