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아포리즘 <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아포리즘이란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을 말한다. 금언이나 격언, 잠언 등이 이에 속한다. 안도현 아포리즘은 안도현 시인이 삼십 여 년간 문학 활동을 하면서 펴낸 동화와 산문집에서 새록새록 다시 새겨 읽고 싶은 아름다운 문장들을 특별히 골라 엮은 책이다. 아프고 힘든 일을 겪었을 때, 지치고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싶을 때, 혹은 누군가가 무작정 그립고 보고 싶을 때 읽는다면 더욱 와 닿을 글들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만남에서 시작된다. 안도현 아포리즘의 「만남」에서 시인은 “우리가 만나기 전에는 서로 먼 곳에 있었다. 너는 나의 먼 곳에, 나는 너의 먼 곳에, 우리는 그렇게 있었다. 우리는 같이 숨 쉬고 살면서도 서로 멀리 있었던 것이다.”라고 말한다. 즉 우리가 만나기 전에도 나와 너는 운명처럼 어딘가에서 함께 숨 쉬며 살고 있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을 필연적인 것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자세를 느낄 수 있다. 안도현 시인은 “너를 만난다는 것은” “너의 배경, 너의 상처와 슬픔, 그리고 너의 현재뿐만 아니라 네가 살아온 과거의 시간과 네가 살아갈 미래의 시간까지” 만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누군가에 대한 사랑이 이보다 더 조건 없이 순수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이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언제나 영원하다는 희망의 메시지는 어디에선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을 잔잔히 위로하고 치유해 주는 듯 하다.

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는 문장을 읽으면 나를 스쳐가는 바람마저도 너를 보고 싶어하는 내 마음을 알아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네가 내 옆에 없었기 때문에 나는 아팠다. 네가 보고 싶었다. 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네가 보고 싶어서 물결이 쳤다. 네가 보고 싶어서 물 속의 햇살은 차랑차랑하였다. 네가 보고 싶어서 나는 살아가고 있었고, 네가 보고 싶어서 나는 살아갈 것이었다.”라고 말하는 안도현 시인의 글은 누군가가 사무치게 보고 싶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조용히 위로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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