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때는 문학을 좋아하고 즐기던 사춘기 시절이 있습니다. 그 때는 너나 없이 모두 시집 한 권씩은 손에 들고 시 한 편을 읊조리고는 했답니다. 시간이 한참 흐른 어느 날 소리도 없이 우리 삶에서 시가 사라진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불현듯 시 한편에 마음을 담아 보고자 하는 날 2013년 한국 시문학상을 수상하신 강만수 시인님과 그 분의 단짝 지인인 고정욱 작가와의 만남을 가져 보았습니다.

 
시란 무엇인가요?
강만수 시인 (이하 강): 시란 아름다움을 알기 위한 과정이에요.

구두쇠 아빠란 동시집을 내셨는데 동시가 입안에서 굴러 다닙니다. 어린이의 마음을 어찌 읽어 내시는지요?
강: 제가 56세요. 과거로 가서 제 어린시절 그 때 그 과거를 더듬어 보는 추억여행을 상상력으로 만들어 내었어요. 그 후에는 아동작가 친구분들께 읽어 보아 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했지요.


고정욱 작가님과 가까운 지인 이신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두 분은 어떻게 친구가 되셨는지요?
강: 같은 일을 하다 보니 소통이 잘 되어서 친구가 되었어요. 몽골을 10일 계획으로 함께 여행을 떠난 적이 있어요. 그 때 고비사막 모래산을 함께 올라간 적이 있지요.


고정욱 작가 (이하 고): 난 고비사막에 오르지 않겠다고 했어요. 강시인님이 힘들테니까요.
강: 많은 친구들을 만나면서 나와 가장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친구가 고작가에요. 나에게 없는 것을 고작가에게 배웠어요. 고비사막에 오를 때 나는 고작가를 업었고 가이드는 휠체어를 들고 모래 사막을 건넜지요. 그리고 우린 함께 사진 한 장에 그 추억을 남겼지요.


2013년 12월 9일에 한국시문학상을 수상하시게 됨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기쁜 소식 감사합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강: 옛날에 바퀴를 만드는 장인 생각이 나요. 오래 전 중국의 귀족들은 마차를 타고 다녔는데, 그들이 바퀴를 만드는 장인을 찾아가서 물었어요.

“ 바퀴에 나름의 모양을 잡으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려요?”
“ 15년 정도 만들면 형태 정도는 갖출 수 있을 거에요”
“그럼 살을 채우고, 뼈대를 세우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요?”
“15년 정도 더 보태야겠지요.”
“그러면 모든 것을 다 고려한 견고한 바퀴를 만들려면 몇 년 정도 걸린다고 보십니까?”
“15년 ~ 20년 정도 더 적공의 시간이 필요해요. 바퀴 하나를 만드는데도 장인은 50년 정도는 시간과 공을 들여야만 한다고 말해요."
한 20년 이상은 시를 쓴 뒤에서야 그럭저럭 모양이 갖춰진 시를 창작해 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한국시문학상은 어떤 상인지요?
강: 시인 중에 박재천 선생이 <문학과 창작> 발간을 하시는데 그 분이 10년 이상 되신 분들 중에 좋은 시를 쓰시는 분들에게 드리는 상이에요.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게 시인데 시인은 어떤 사람일까요?
강: 문인은 글을 쓰는 사람 보다 글을 읽는 것이 직업인 사람이에요. 좋은 글은 쓰려면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만 해요. 10대 때에는 쓰레기 통에서 시를 주워 읽었어요. 쓰레기통에 누가 시집을 버렸더라구요. 초등학교 5학년 때는 보들레의 시등을 읽었는데 뭔지는 모르겠는데 좋더라구요 거기에 딱 꽂혔어요. 아침 저녁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시를 읽었어요. 그 후에는 미당 서정주, 박목월의 청록파 시인들의 시를 읽게 되었고, 헌 책방 순례를 하는 것이 취미가 되었지요. 헌 책방에는 시가 너무 흔해요. 읽다 보니 누구에게 배울게 없게 되고 30이 넘으니 시를 거의 다 읽게 되었어요. 읽을 시가 없어지니 기타 잡문집 등을 읽게 되었지요.


매일 시를 어느정도 쓰고 계시는지요?
강: 제가 20대 초반부터 마음먹었던게 하루에 3시간은 시를 쓰고 생각하는 시인이고자 했어요. 그런 노력에도 두번째 시집은 17년 후에나 빛을 볼 수 있었어요. 시인은 시를 쓰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시를 읽는 사람이에요.

어린이나 청소년 또는 성인이 시인이 되고 싶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요?
강: 시는 말과 글을 압축하고 줄이는 과정이에요. 시는 비정형화된 사물이에요. 그래서 시인이 되려면 먼저 좋은 시들을 많이 읽으세요.

시의 요소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강: 시는 노래가 될 수 있고 그림이 될 수 있어요 그리고 시는 논리를 가지고 있어야 돼요

아마추어 시인이 프로가 되려면 무엇을 탈피해야 할까요?
강: 남의 것을 무조건 비평 없이 넣으면 안 되요. 그리고 글을 쓰다 보면 한 쪽에 고여 있게 되는데 이런 것도 경계해야 해요. 글은 계속 흘러가야 해요. 저는 같은 주제로 시를 안 쓰려고 부단히 노력해요. 비슷비슷한 것은 실패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독자들이 시인님 시집 중에 읽어 주었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어느 시집인가요?
강: 시공장 공장장, 시 다시 1대 구구 를 읽어 보시길 권해 드려요.

강시인님이 추천하시는 시집 3권을 좀 알려 주시길 부탁드려요.
강: 장자 / 문학과 창작, 이성복 / 호랑이 가시나무의 추억, 채승자의 시집을 추천해요.

시가 주는 의미는 어떤 것일까요?
강: 기분이 가라앉을 때 책을 읽으면 자양분을 얻을 수 있고, 결정적으로 도덕적 기준이 생기고 나쁜일을 덜하게 되지요.
두보의 시에 이런 글귀가 있어요. 어불경인사불 – 많이 쓰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시인 두보는 시가 될 수 있게끔 나를 꾸미는 것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길에 강시인님의 동시 한편이 입안에서 오물 거립니다.

쓰레기통

입을 턱 벌린
음식물 쓰레기통은 냄새 폭탄
우 우 욱 음식물 썩는
지독한 냄새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옆집 아저씨
입 냄새보다도
더 심한
사람들은 뚜껑만 열면 바로 터지는
구린내 폭탄을
문 앞에 하나씩 놓고 산다
집집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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