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부, 정독도서관서 ‘독서의 해 대토론회’…“생각이 깊은 사회 만들어야”

[한국독서교육신문 백원근 독서출판평론가]


[서울] “책읽기는 생각하기를 촉발시켜 두뇌를 발달시키고 활성화하는 데 가장 저렴하고 편리하고 손쉬운 방법입니다!”

20일 열린 ‘독서의 해 대토론회’에 참석한 문용린 독서의해추진의원장의 말이다. 깊고 넓으며 진지한 생각을 가능케 하는 책 읽기, 즉 독서활동을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은 그는 “생각이 깊은 사람은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게 될뿐 아니라 세계역사를 진보시키는 데 일조할 것”이라며 생각이 깊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국가적 과제임을 천명했다.

독서의 달인 9월을 맞아 지난 20일, 서울 종로 정독도서관에서는 ‘왜 다시 책 읽기인가’를 주제로 ‘독서의 해 대토론회’가 개최됐다. 이 날 토론회에선 문용린 독서의해추진위원장의 ‘우리 시대의 책 읽기와 생각하기의 의미’라는 기조 강연을 필두로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의 ‘독서생태계 확장을 위한 출판발전방향’,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힘 책, 독서, 도서관’이라는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는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20일 서울 정독도서관에서 ‘독서의 해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먼저, ‘우리 시대의 책 읽기와 생각하기의 의미’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선 문용린 독서의해추진위원장은 “책을 사랑하고 분들과 함께 책을 얘기하는 자리에 함께하는 자체만으로 흥분되는 일”이라며 운을 뗀 뒤 “책을 통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생각도 깊어지며 생각을 여는 씨앗이 되기 때문에 책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學而不思卽罔 思而不學卽殆(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
‘책을 많이 읽어도 생각하지 않으면 허황되기 마련이고 생각을 많이 하나 책을 읽지 않으면 위험한 독선에 빠진다.’

2,500년 전 공자가 설파한 ‘책 읽기’와 ‘생각하기’의 긴밀한 관계에 대한 논어 위정(爲政)편의 경구를 인용한 문 위원장은 책 읽기와 생각하기는 분리될 수 없는 하나임을 강조하며 책 읽기를 통해 정보에 대한 비판력과 판단력을 키울 것을 주문했다.


이번 토론회는 ‘독서의 개인적, 사회적 효용’에 대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는 자리로 마련됐다.

문 위원장은 이어 오늘날의 전자오락, 컴퓨터 게임, 휴대폰 등 재미있는 것이 너무 많아 특별히 애쓰지 않는 한 독서의 자연스러운 입문은 이뤄지기 어려운 점이 있음을 우려하며, 독서를 가로막은 장애요인의 본질과 심각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문 위원장은 “독서는 지식정보화 시대의 반문명적 요소가 아니라 해독의 묘약으로서 정보의 홍수 속에 익사하지 않는 판단력과 비판력을 길러주며, 용한 정보를 선택하고 정제하는 능력을 키워준다.”며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명심해 책 읽는 문화를 확산, 생각이 깊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첫번째 주제인 ‘독서생태계 확장을 위한 출판 발전방향’의 발표를 맡은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출판이 독서 생태계의 일부이자 책의 생산, 유통을 통해 독서활동 향유의 토대를 만드는 ‘독서문화 가치사슬의 원천’으로서, 독서와 출판의 호혜적인 선순환 구조가 독서 생태계 발전의 추동력이자 선결 요건이라고 주장했다.


이 날 토론회에선 도서관·독서·출판 산업과 연계한 선순환 구조, 디지털 시대의 독서문화 확산, 학교 현장에서의 독서교육 등에 관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그는 다만, 올해 들어 독서인구 감소와 출판물의 구매력 저하 등이 겹치면서 출판산업은 극심한 구조 불황에 빠져들었고, 국민 독서율 감소, 가계 월평균 서적구입비 감소, 출판사 매출액 감소, 연이은 유통업계 부도 등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독서 지형의 단층화와 독서 생태계의 사막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출판의 산업적, 문화적 위축은 출판산업계만의 문제에 국한되지않고 독서 환경과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에 악순환을 초래한다.”며 “출판과 독서 생태계의 상호 유기적인 발전전략이 모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출판산업과 독서 생태계를 위한 정부의 정책방향을 제안하며 도서정가제 시행과 정가제의 형해화에 의한 극심한 가격 경쟁, 인터넷서점의 비중 확대 등으로 존립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지역서점 지원 및 육성, 공공도서관 증설 및 도서구입비의 획기적 증액, 독서프로모션 및 독서단체 지원을 통한 도서 수요 창출 프로그램 개발 및 확산을 언급했다.


이 날 토론회에는 문용린 독서의해추진위원장을 비롯해 독서·도서관·출판 관계자들과 시민 등 약 120여 명이 참석했다.
 

표정훈 한양대 교수는 “출판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 예산이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돼 많은 출판인들의 우려가 있다.”며 “관련 정책 및 예산 수립 시 출판업계와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도록 정책·예산 설명회 같은 자리를 정례화하는 등 당국와 업계의 소통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한국출판인회의 이사를 맡고 있는 김흥식 서해문집 대표은 현 독서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1995년 이후로 서점이 약 80%가 사라지고 출판사도 끊임없이 문을 닫으며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10년 전인 2001년에 비해 정부 관련 예산도 줄었다.”며 쓴소리를 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의 출판산업을 난파선에 비유하며 “신기술 재미 산업에는 엄청난 투자가 이뤄짐에도 그 모든 문화의 근간이 되는 출판산업는 전통사양사업으로 소외된 채 외면받고 있다. 정부·출판계·저자·독자·서점 등 관련자가 힘을 합쳐도 어려운 판국에 정부와 출판계, 출판문화 진흥을 위해 출범했다는 단체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있다.”며 일침을 가했다.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분출됐고 독서 활성화를 위한 실현 가능한 바람직한 방안들이 모색됐다.
 

한편, ‘왜, 다시 책 읽기인가?’란 이 날의 주제이자 문제 의식에 대해 이주향 수원대 교수는 “답은 우린 모두 이미 알고 있다.”면서 “책읽는 사람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책은 영화보다 사색적이고 스마트폰이 사람을 즉흥적으로 만들고 정신없이 산란하게 만드는데 책은 성찰적으로 만들고 책과 함께 하면 사람이 많이 안정적이 된다.”고 말했다.

송경영 신림중 교사는 교과서 위주의 단순 반복과 획일적 주입식 교육, 지나친 경쟁으로 정서불안, 우울증, 집단 따돌림 현상과 학교 폭력, 자살 등의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학교도서관이 중심이 돼 이뤄지는 독서 교육을 강조했다.

송 교사는 이를 위해 독서 교육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삼위일체가 되어 공감대를 형성하고 아침 15분 책읽기 등으로 독서 습관을 형성하는 등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매달 여러가지 다양한 독서 행사를 전개하고, 학생들의 독서 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한 도서관 활용 프로젝트 수업 및 토론 수업 확대, 자율적 학생 독서 동아리 운영 등을 제안했다.


가정에서 읽지 않는 책들을 가지고 와서 서로 돌려볼 수 있는 책나눔 코너와 독서의 달 표어로 티셔츠를 만들어 보는 행사도 열려 참석한 이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 날 토론회는 독서율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시점에서 독서의 중요성과 가치를 일깨우고 한국출판산업의 처한 어려움을 재인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보고 전반적인 독서생태계의 활성화를 도모해 독서가 새로운 미래를 여는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필요한 지혜를 모으는 소중한 자리였다.

지식정보의 창출과 활용이 시대적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으며 창의력의 시발점이 되는 독서의 가치는 여전히 높다. 독서는 지식을 쌓고 간접 경험을 가능케해 삶을 풍요롭게 하는 한편, 꿈과 진로를 찾는데도 도움이 된다. 국민 독서량이 5%만 늘어나도 출판시장이 약 4천억원 정도 확대된다는 전망이 있을 정도로 경제적인 효과도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책은 지혜의 보고이자 나를 돌아보는 지식의 창이다. 독서를 통해 생각이 깊어지고 창의적이 되며, 합리적인 사고 능력을 키울 수 있다.


2012년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정부, 지방자치단체, 도서관, 학교 등 전국 각지에서 한 달 동안 8,300여 건의 다채로운 독서 문화 행사가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를 독서의 해로 지정해 책 읽는 사회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독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독서의 달인 9월 에만 정부, 지방자치단체, 도서관, 학교 등 전국 각지에서 한 달 동안 8,300여 건의 다채로운 독서 문화 행사가 열린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하고 청량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가을의 정취가 한층 무르익고 있다.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올해가 ‘독서의 해’임을 상기하면서 하루 20분씩 꾸준히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국민 모두가 일상 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책 읽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그야말로 ‘책 읽는 소리가 대한민국을 흔드는 날’이 우리 곁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정책기자 박성우(직장인) swallrigh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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