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드라마, 영화는 물론 'K-POP'등 국내 대중문화가 전세계를 강타하며 '한류(韓流)'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근래에는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국내 패션, 음식, 한글, 한복 등 다양한 문화가 퍼지면서, 또 다른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대장금'이라는 사극의 선풍적인 인기 덕분에 외국인들은 한식과 한복 등 국내 고유 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고. 이에 이번 호에는 우리의 전통 의상과 전통 문화를 지키는 한복디자이너에 대해 알아봤다. '한(韓)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전민 디자이너를 만났다.

▲ 전민 한 스타일리스트가 자신의 작업 공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리의 것을 보고 가슴이 뛰면 'OK'
전민 디자이너는 어렸을 때부터 한복과 인연이 깊었다고 한다. 할머니, 고모 등 가족 일부가 한복을 만들었기에 한복을 보고 자랐다고. 이 때문에 전 디자이너도 어깨너머로 배우며 다양한 창작물을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손으로 만드는 걸 워낙 좋아했다던 그는 한국적 특색이 강한 옷, 장신구 등을 보면 가슴이 뛰었다고. 그렇다면 한복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재능과 기술이 있어야 할까? 바느질 혹은 디자이너를 하기 위한 그림실력? 모두 아니다. 그는 한복 디자이너를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자질은 '우리의 것을 보고 뛰는 가슴'이라는 것.

"흔히 옷을 만든다고 하면 바느질 기술이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바느질은 많이 하면 늘어요. 한복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중요한 것은 '한국적인 것'에 얼만큼 반응하는지가 중요해요. 전 학교 다닐 때부터 한복 이외에도 우리나라 고유의 소품 등 전통적인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전민 디자이너는 한복뿐만 아니라 한국적인 옷, 소품, 액세서리 등 전통미가 돋보이는 모든 것에 관심을 쏟으며 제작하고 있다. 특히 그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에 한국적인 미를 접목시켜 활동하고 있는데 바로 '한 스타일리스트'다. 이는 전민 디자이너가 직접 개척한 분야로 한복 디자이너를 넘어선 새로운 직업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그는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 같아, 너무 아쉽다"면서 "현대적인 느낌과 한국적인 것을 접목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복은 나 이외에도 만드는 사람들도 많고, 나보다 더 잘 만드는 명장님들이 많기 때문에 내가 더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걸 찾게 돼다가 시작하게 됐다"면서 한 스타일리스트를 하게 된 계기를 덧붙였다.

"저는 '뿌리와 근간'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만약 제가 일 때문에 가족들과 떨어져 있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다고 해도 가족 간의 사랑이 있고 이 사랑이 느껴지면 든든하잖아요. 이렇듯 우리의 전통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어야지만 세계화에 대등하게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통이 정립돼 있으며 어느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봐요"

그는 한복 디자이너 혹은 더 넓게 본인이 하고 있는 한 스타일리스트를 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은 다름 아닌 '역사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 우리나라의 방대한 역사를 알면 이에 적합한 의상을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더 세련되고 다양한 의복을 만들 수 있다는 지론이다. 삼국시대부터 입기 시작한 한복은 생활 양식과 시대적인 특징에 따라 조금씩 변형됐고, 조선시대에 이르러야 지금과 비슷한 형태를 갖추게 됐다. 이에 전민 디자이너는 "한국사를 알면 더 깊은 통찰력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개성 있는 의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역사 공부를 틈틈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바느질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바느질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역사를 바로 아는 자세이죠. 저 역시 역사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요. 몇 년 전부터 역사의 중요성을 인지해 시작하게 됐고, 지금도 하고 있지만 '더 빨리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할 때도 종종 있죠"

한국 고유의 것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그는 향후 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전통의 미를 알릴 계획이라고. 지난 3월 종로구 인사동에서 궁중의상과 한복 패션쇼를 선보인 그는 향후 더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명성황후 같은 뮤지컬을 보면, 배우들이 그 시대배경에 맞는 의상을 입고 등장하잖아요. 이처럼 특정한 시대에 맞는 의상과 소품 등 그 시대에 어울리는 의상을 찾고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요. 지난 3월 종로구청과 함께한 퍼레이드 때도 우리가 준비한 궁중의상 퍼레이드를 보고 좋아하는 관객들을 보니 절로 어깨가 올라 가면서(웃음)힘이 나더라고요"

▲ 전민 한 스타일리스트가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이어 그는 청소년을 비롯해 젊은 세대가 한국 전통의 미를 알아주고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전통을 접할 수 있는 체험 학습 등을 통해 전통문화와 가까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들을 보면 한복을 입어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불편하다고 느껴요. 또 우리나라 전통의 것은 촌스럽다는 편견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한복의 곡선이나 천을 보면 오히려 세련되고 아름답거든요. 이들의 편견을 깨기 위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전통적인 교육이나 체험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전민 디자이너는 인근 중•고등학교에 가서 다도 및 바느질 교육을 하는 등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방면으로 전통문화 교육에 힘쓰고 있다. 그에게 한복 디자이너 혹은 한 스타일리스트를 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냐고 물어보자 그는 단번에 "인생의 기쁜 순간을 함께 할 때"라고 전했다.

"결혼, 돌잔치 등 인생의 행복한 시간이나 특별할 때 한복을 입잖아요. 이 일을 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낄 때가, 사람들의 행복한 시간을 함께 한다는 것이에요. 특별한 날을 위해 제가 옷을 만들어 주고, 환한 웃음을 봤을 때 '내가 이 일을 하길 잘했구나'라고 절로 느껴지죠"

▲ 전민 한 스타일리스트의 작업 공간 '설연화'

한복 디자이너의 하루
한복 디자이너는 대게 매장으로 출근 한 뒤, 한복을 맞추려고 희망하는 고객들과 상담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여러 차례의 상담을 통해 한복 디자인이 완성되면 한복에 맞는 천과 소품을 구한다. 구한 천을 갖고 한복 시안을 맞추고 몇 차례의 수정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한복을 완성한다. 또한 한복 디자인을 위해 최근 패션 트렌드 동향을 살피며 한복을 현대화 하는 등의 연구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이처럼 한복 디자이너는 우리의 미와 전통을 고수함과 동시에 현대적인 세련미를 함께 반영해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재탄생 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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