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E-BOOK)이 출시된 이후 종이책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혹자는 '종이책은 수명을 다했다'는 섣부른 판단을 하는가 하면, 출판 산업을 사양 산업으로 단정 짓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종이책은 만들어지고 유통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오래된 책을 새롭게 만드는 '책 제본'을 하기도 한다. 서울 마포구 예술제본 전문공방 '렉토베르쏘'의 조효은 대표는 국내 몇 안 되는 제본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 땀 한 땀 다듬고 꿰매는 제본의 아날로그적 감성에 빠져 보자.

▲ 조효은 대표가 공방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본을 배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또, '렉토베르쏘'라는 뜻도 알고 싶습니다.
우연히 TV에서 나오는 제본을 보고 2001년부터 시작하게 됐어요. 지금도 생소한 분야인데 당시에는 더욱 생소하기도 하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없었죠. 제본가 1세대로 알려진 故 백순덕 선생님께 사사 받았는데, 하다 보니 제본의 매력에 빠져서 '평생 해야겠구나'라고 마음먹었죠. 책의 앞장과 뒷장을 뜻하는 '렉토베르쏘'는 故 백순덕 선생님이 1999년 파리예술제본학교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뒤 만든 제본 전문 공방입니다.

국내 제본 시장은 어떻게 형성됐나요?
국내 제본을 알기 위해서는 제본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본은 유럽 책 문화와 같이 하는 전통문화 중 하나에요. 제본은 종교가 확산되기 시작한 중세시대부터 활성화 됐어요. 당시 성직자들이 제본을 시작했고 쭉 이어져 내려와 19세기에 책 제본의 기본이 정립됐어요. 책 제본도 마찬가지로 시대마다 달라졌는데, 그 중심에는 미술사와 함께 해요. 미술사 유행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고 장식 기법을 통해 바뀌었죠. 20세기 오면서 현대적인 느낌이 나타났고, 제본가 역시 자신의 스타일을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제본의 존재감을 드러내게 됐습니다.

이처럼 제본은 유럽에서 시작돼 널리 펴졌지만 현재는 우리나라와 같아요. 유럽 역시 책이 대량생산되면서 옛날 방식으로 책을 만드는 사람이 줄어들었고 이 때문에 제본가 역시 설 곳을 잃고 있죠. 하지만 유럽 각 국에는 우리나라와 달리 도서관에서 활동하는 제본가가 있기 때문에 제본의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 제본 산업은 1990년대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고,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생각해요. 특히 국내 제본 문화는 따로 학문으로 정리된 것이 없을뿐더러 책 제작 과정부터 다르기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책 제본은 새로운 문화라고 봐야 합니다.

▲ 조효은 대표가 책을 제본하고 있다.

그렇다면 향후 제본 산업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나아가야 할 방향은?
국내 이외에도 제본을 시작한 유럽, 우리나라보다 앞서 시작한 일본 등 제본이 널리 퍼진 국가들을 보면 출판 산업 자체가 불황기이고 사양산업으로 분류되고 있어요. 저 또한 산업적으로 이 분야가 커질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하는 일이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꾸준히 존재할 것이라고 봐요.

또 시간이 지나면 사료로써 보관하는 책이 있을 수도 있고, 책의 수명을 연장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수 있잖아요. 이는 온전히 제본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봐요.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작업이지만 하나의 문화로써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이 만들어지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제본과 이를 작업하는 제본가들 역시 함께 존재할 것이라고 봅니다.

최근 들어 '북아트(Book art)'라는 장르가 생겼는데 제본은 '북아트'와는 다른 건가요?
'북아트'는 하나의 예술 장르이지만 제본은 오랫동안 책을 보관하기 위해 하는 작업이기에 접근 하는 시각부터 달라요. '북아트'만을 전시하는 곳이 있고 또 이를 사가는 수요자가 있기에 하나의 예술 장르이자 시장으로 봐도 무방하지만 제본은 의뢰하지 않는 이상 따로 사가는 사람은 없어요. (웃음)

국내 제본이 덜 알려져 있는데, 만약 제본을 접하고 배우고 싶은 희망자가 있으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예술제본으로 국환 하면 배울 수 있는 곳이 드물어요. '렉토베르쏘'라는 공방은 여기(마포구)이외에 분당과 대전 두 곳 밖에 없어요. 또 종로 안국동에 이보영 선생님이 운영하고 계신 공방이 있는데 관심 있는 분들은 이 곳에서 배우시면 됩니다. 처음 시작하는 분들께 항상 조언하는 것이 있는데 초급과정을 한 번 경험하라고 해요. 처음부터 유학이나 전문과정을 문의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제본을 직접 해보지 않고 시작하면 실망하시는 분들도 많거든요. 저희 공방 과정은 총 2년 인데, 초급과정을 시작하고 결정하라고 조언해요. 생각보다 지루한 과정이어서(웃음) 중간에 포기하는 분들도 많거든요.

'렉토베르쏘'의 과정은 모두 맨투맨(man-to-man)으로 진행된다. 제본을 원하는 책을 갖고 와 분해부터 시작하는 제본 과정은 모두 개별수업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2년 동안 모두 다른 경우의 수를 다뤄보고 있다. 단계별로 올라갈 때마다 시험을 치러야 하며, 도움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제본에 성공하면 제본가로서 활동할 수 있다. 고급 과정을 배우면 책 제본부터 표지장식까지 책 한 권을 새롭게 제작 가능하다는 것.

제본전문가로서 책을 소중하게 다루기 위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대량생산으로 제작된 책들은 흔히 '떡제본'이라고 불리는데 본드로 만들어져서 시간이 지나면 책들이 갈라질 수밖에 없어요. 이를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서는 습한 곳에 두면 안 되고, 책 사이 사이에 종이나 다른 이물질을 끼워두면 안 돼요. 또 책이 찢어졌다면 스카치테이프로 붙이는 것보다 한지를 이용해 풀로 연결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입니다.

조 제본가는 마지막으로 책 제본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책 제본하는 과정 및 의뢰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책 제본을 통해 만들어진 책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책이잖아요. 때문에 의미 있는 책들이나 소중한 분들께 선물하기 위해 문의하세요. 책 제본을 원하는 분들은 직접 공방으로 찾아오셔서 어떤 책을 어떻게 제본을 원하는지 등의 뚜렷한 목적을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하하"

▲ 추천도서 '책을 지키는 예술, 예술제본'
조효은 제본가의 추천도서 '책을 지키는 예술제본'
예술제본 전반에 걸친 기본적인 내용과 형식을 다룬 입문서 '예술제본총서'제1권. 우리나라 최초의 예술제본가 백순덕이 제본 인생 14주년을 맞아, 펴낸 '예술제본총서'의 이론편이다. 특유의 문학적인 감수성과 예술제본에 대한 열정의 기술을 집대성한 야심작인 이번 프로젝트에는 제본인생 14년을 살아온 그의 성실한 인생과 노력의 결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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