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판업계는 '단군이래 가장 힘든 시기'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어렵다. 근 몇 년간 책 판매율을 점점 떨어지며 출판업계의 어려움이 지속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 11월 도서정가제 시행을 알리며 출판업계 부활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인 가운데, 출판업계에서 조차 찬•반 양론이 갈리며 갑론을박 하고 있다. 각기 다른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이들의 바람은 단 하나이다. 바로 출판업계의 부활일 터. 이를 위해 수많은 출판사는 오늘도 열심히 뛰고 있다. 지난 2011년 설립한 출판회사 유리창의 우일문 대표 역시 소비자들에게 의미 있는 책을 선사하기 위해 동분서주 뛰고 있다. 25년 동안 출판업계 외길을 걸어온 우 대표를 만나 그의 '출판 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 '유리창'에서 기획한 도서들

안과 밖의 소통을 의미하는 출판회사 유리창
1989년 푸른숲에서 편집자 생활을 시작한 우일문 대표는 한뜻, 아이필드, 청림출판 등에서 편집장, 기획실장, 편집주간 등을 역임하며 출판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이처럼 26년 동안 출판 외길을 걸어온 우 대표는 지난 2011년 7월 '유리창'을 창업하며 제2의 출판 인생을 시작했다. 안과 밖의 소통을 의미하는 '유리창'은 우 대표의 철학을 담고 있다.

"유리창은 들여다볼 수도 내다볼 수도 있는 매개체이잖아요. 이는 즉 자신의 내면과 바깥세상과의 소통을 의미한다고 생각해요. 책의 역할이 곧 유리창과 같다는 것이죠"

이와 더불어 청초 북경에 형성된 문화의 거리 '유리창'도 출판사 작명에 일조했다는 것. 조선 선비들이 세상의 지식을 받아들이는 창구가 바로 북경 유리창 거리였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에 '유리창'은 독자들과 소통하며 문•사•철 기반의 대중교양서를 펴내고 있다.

특히 우 대표는 도서를 기획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것이 '사회 변혁에 도움이 될 만 하냐'는 것이다. 이어 또 하나는 '국내물'만 다루자는 것. 이 두 가지는 그가 '유리창'을 설립할 때부터 다짐한 출판철학이며, 이를 기반으로 기획한 처녀작이 바로 '정연주의 기록'이다. 우 대표는 "정연주 선생이야 말로 언론인 중에서 가장 존경할 만 한 인물"이라며 "그 분의 언론 정신은 유리창이 지향하는 정신이자 방향이기에 직접 연락을 드리게 됐다"고 책 출판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출간한 책이 김명곤 전 문화부 장관의 '꿈 꾸는 광대'와 최재천 의원의 '위험한 권력'이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을 비롯해 김명곤 전 장관, 최재천 의원 등 저명인사들을 섭외할 수 있었던 비결은 우 대표가 직접 발 품 팔았기 때문일 터. 그는 직접 연락해 책 기획과 편집 방향 등을 설명하며 책을 발간해야 하는 이유를 몇 번이고 역설했다고 한다.

"김명곤 전 장관과 최재천 의원은 블로그를 굉장히 열심히 해요. 블로그에 게재된 글이 상당하기 때문에 블로그를 보고 책 편집 일부를 완성해 메일을 통해 연락 드렸죠. 책이 완성될 때까지 얼굴 한 번 안 보고 메일로만 진행했어요. 이분들과의 책 작업을 통해 느낀 점이 정말 많았어요. 어찌 보면 저보다 아는 것도 배운 것도 많은 분들인데 편집자의 입장에서 '어느 부분 수정해 달라' 등의 요구를 하면 군말 없이 다 해주셨죠. 무척 겸손하셔서 많이 배웠습니다. (웃음)"

이렇듯 '유리창'에서 발간되는 책들은 우 대표가 직접 발 품 팔아 기획•편집하고 있기 때문에 '유리창'만의 색깔과 철학이 점점 짙어지고 있을 터. 또한 저명인사들과의 연달아 책 작업을 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유리창'의 이미지와 철학을 심어주고 있음은 물론 '믿고 보는 출판사'로 통하고 있다.

▲ 우일문 대표

뿐만 아니라 임영태 저자의 '산골대통령 한국을 지배하다', '국민을 위한 권력은 없다'는 역사학자의 시선으로 과거 이승만, 박정희 정권의 통치 행태를 비판•분석한 책이다. 또한 지난해 3월 발간한 한일수 저자의 '아버지 그림자밟기'는 아들과의 소통과 훈육 방식에 대한 반성 등을 담은 회고록이다. 이 책은 아버지와 자식간의 관계개선 및 소통의 방식을 알려주고 있으며, 아이의 교육 방법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원종우 저자의 '태양계 연대기'와 이상각 저자의 '조선노비열전' 역시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자아내고 있다. 이처럼 '유리창'에서 출판한 책들을 살펴 보면 현재 우리 사회의 이슈 혹은 논란 등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지난해 11월 발간한 '조선노비열전'을 읽다 보면, 현재 우리 사회의 잘못된 사회 구조 및 기득권층의 행태 등이 겹쳐 보이면서 현재의 사건들을 재조명한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또한 지난해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인터스텔라'(감독 크리스퍼 놀란)의 열풍에 앞서 먼저 발간한 도서 '태양계 연대기'(원종우 저)역시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문•사•철 분야의 책을 꾸준히 기획•발간하며 국내 출판 업계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출판문화는 100년이 가는 지식산업
근래 한류열풍이 불면서 K-POP 및 드라마에 대한 투자는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지식산업인 출판문화 산업에 대한 예산편성은 점점 줄고 있다. 몇 년 전만, 'K-POP 한류 사업에는 5천억 지원, 출판문화 사업에는 5억원 지원'이라는 기사가 게재될 정도로 출판산업 예산이 열악하다. 이에 우 대표는 "케이팝 지원하는 것에 십 분의 일만 투자했으면 좋겠다. 책은 100년이 가는 지식사업"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지난해 도서정가제가 발의됐는데,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도서정가제가 필요한 것은 맞는데 솔직히 예측이 안됩니다. 출판, 서점 관계자나 평론가들은 몇 달이 지나봐야 한다고 하는데, 정부에서 출판 진흥에 힘을 써야 한다고 봐요"

특히 그는 출판 산업의 부활을 위해서는 정부의 예산도 시급하지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독자들이 더 많은 책에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서점보다 온라인 서점의 이용이 증가되고 있는 시점에 다수의 소비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책을 구입하고 있다. 이에 직접 책을 보고 구입할 수 없기에 다수의 소비자들은 온라인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참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온라인서점과 대형 출판사들이 단합해 만드는 가짜 베스트셀러이다. 물론 모든 베스트셀러가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가운데 좋은 책들도 있기에 이는 소비자들이 판단해야 할 몫이다. 최근 이 같은 단합이 심심찮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우 대표는 "소비자들이 직접 책을 보고 골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홈페이지 메인에 노출돼 있다고 해서 좋은 책이 아닙니다. 동네 책방에 가서 직접 보고 구입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고, 이것이 곧 출판 진흥에도 큰 도움이 되겠죠?"

이처럼 출판시장은 매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유리창'의 우 대표는 출판업계를 절대 등지지 않고 있기에 그 이유를 물었다.

"책이 팔리지 않아서 난감하지만 책을 만드는 이유는 똑같아요. 사회 변혁이 될 만 한 책을 만들었는데 앞으로도 그럴 계획입니다"

▲ 출판회사 유리창 문패

우일문 대표는 자신의 출판회사 이름인 '유리창'만큼 투명하고 주관이 뚜렷했다. 그의 인품과 뚜렷한 철학 덕택에 향후 '유리창'에서 출간한 책들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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