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는 책뿐만 아니라 뮤지컬, 영화까지 'OSMU(One Source Multi Use, 하나의 소재로 다양한 상품을 생산하는 문화산업의 마케팅기법 )'의 대표적인 원조 콘텐츠다. 프랭크 바움의 동화 '위대한 오즈의 마법사'는 몰라도 이를 원작으로 만든 뮤지컬과 영화는 한번쯤 들어봤을 터. 국내에도 이와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가 즐비한 가운데, 뮤지컬 '도로시밴드'가 눈길을 끌고 있다. 웹툰 '도로시밴드'를 각색•제작한 이 뮤지컬은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캐릭터를 차용해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청춘들의 아픔과 꿈을 다룬 뮤지컬 '도로시밴드'의 황두수 연출가를 만나 이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대중이 알고 있는 이야기와 캐릭터를 이용해 전혀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그를 만났다.

▲ 뮤지컬 '도로시밴드'의 한 장면

꾸밈없이 살아가는 모습 보여주고파
황두수 연출가는 '도로시밴드' 연출 제안을 받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흔쾌히 승낙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원작과 시나리오를 살펴보니 각 캐릭터들의 아픔이 상당했기에 놀 수만은 없겠구나라는 고민에 휩싸였다고.

"'도로시밴드'멤버들은 개개인의 상처가 있어요. 그 중, 친구의 머리를 다치게 한 사자의 난처한 상황을 표현하기 가장 어려웠어요. 너무 큰 사건인데 극에서는 담담하게 그려내기에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죠"

이에 황 연출가는 화려한 기교나 꾸밈대신 꾸밈없는 자연스런 모습의 '도로시밴드'를 선보였다. 각 캐릭터를 뽑을 때도, 연기의 진실성과 기교 없는 연기를 가장 중점적으로 봤다고 한다. 특히 기타를 연주하는 허수아비는 실제 밴드를 하고 있는 뮤지션으로 수준급 기타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캐릭터들이 출연하는 '도로시밴드'는 관객들에게 다양한 의미를 제공한다. 즉, 뮤지컬을 보는 관객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과 시선에 따라 각기 다른 캐릭터에 이입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황 연출가는 "인물을 즐기는 사람은 양철이나 허수아비에 갑정 이입을 하고, 극 자체를 즐기는 사람은 사자한테 몰입한다"고 설명했다.

"'도로시밴드'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동경하고 이 과정이 우정이자 사랑이죠. 저는 사랑이란 감정이 머리로 와 닿는 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감각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죠"

이에 황 연출가는 '도로시밴드'를 기존의 연출법과 확연히 다른 스타일로 구성했다. 새로운 연출을 선보인 그는 작품을 올리기 전, "한 번도 시도를 안 해 봤기에 두려웠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무대의 움직임을 통해 극 안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줬다. 즉, 과거는 이들의 삐뚤어진 내면을 보여주기 위해 무대 또한 삐딱하게 배치했다. 이어 현재의 모습은 성장된 내면을 보여주기 위해 정면으로 올바르게 장치했다. 이와 같은 디테일한 연출 기법과 무대 장치를 통해 밴드 멤버들의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도로시밴드'를 보면 아시겠지만, '도로시'는 아픔도 상처도 없는 캐릭터이자, 나머지 멤버들의 상처를 아물 수 있게 도와주는 조력자 혹은 관찰자에요. 허수아비가 머리를 다친 계기, 토토가 음반을 못 냈던 이유나 사자가 세상 밖에 나올 수 없었던 까닭 등을 거침없이 물어보고 또 이를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인물인데, 이러한 도로시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이 다시 음악을 시작할 수 있게 되요. 즉 도로시라는 인물을 통해 다시 한 번 성장하고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게 되는 셈이죠"

'도로시밴드'는 10년 단위로 이들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며, 화합과 용서 그리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들의 자화상을 그려냈다. 황 연출가는 성장뮤지컬 '도로시밴드'를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층이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꿈이 있고, 꿈을 이루기 위해 살고 있잖아요. 저 역시 지금 연출을 하고 있지만 내면에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꿈이 있어요. 모두가 원하는 길을 찾아갈 수 없기에 이 뮤지컬을 보고 인생의 한 조각을 맞췄으면 해요. 메시지를 받아 가는 것도 좋지만 이보다 그냥 감각에 의존해서 공연자체를 느끼고 즐겼으면 좋겠어요"

▲ 황두수 연출가

황두수 연출가의 일상
황두수 연출가는 연출에 앞서 연기를 하던 연기자 출신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방송 드라마 단역 등을 하며 연기자를 꿈꿨지만 대학교 때 연출에 대한 매력을 느꼈다고 전했다.

"제가 98학번인데, 97년부터 방송과 연기를 했어요. 대학교 입학 역시 연기 전공으로 들어갔는데 이론 공부를 하다 보니 재미있더라고요. 또, 제가 남한테 지는 걸 싫어해서 이론 공부를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웃음)"

연극 조연출부터 시작한 대학로 생활이 어느덧 15년이 흘렀다고 한다. 대학교 학부시절부터 대학로 무대에서 동고동락을 했었기에 무대에 대한 애정은 남다를 터. 하지만 가끔은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고 있는 배우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고 한다.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연출가로 생활하고 있잖아요. 물론 대본을 쓰고 배우들에게 디렉션을 할 때도 무척 즐겁지만 가끔은 연기에 대한 갈망을 느끼곤 해요. 대본을 통해 희열을 느끼지만 한편으론 씁쓸할 때도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 연출가는 대학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3개 작품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촉망받는 '신예 연출가'다. '도로시밴드'이외에도 '달콤살범한연인'과 신작 준비 때문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새벽까지 대본 작업을 비롯해 배우 캐스팅 등 일일이 신경 쓰고 있다.

"전 운이 좋게 3개를 동시에 하고 있지만, 최근 대학로 공연장들이 너무 힘들어요. 대형 뮤지컬 때문에 대학로 뮤지컬들이 설 곳을 점점 잃고 있는데, 여기서 하는 뮤지컬들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거든요? 홍보비가 부족할 뿐인데, 너무나도 아쉽죠. 대학로 공연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관객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연극과 뮤지컬을 연출한 그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번 신작 또한 '사랑'에 대해 선보일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그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고. 이를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는 것은 물론, 사람의 감성을 함께 배우고 있다고 한다.

"사랑은 인류의 종말 전에도 존재할 것이기에 공감 가는 사랑이야기를 만들어서 선보이고 싶습니다. 또, 사랑이야기뿐만 아니라 아픈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아픈 사람들을 치유해주고 싶어요"

향후 황두수 연출가는 '달콤살벌한연인'과 '작업의정석'의 새로운 시즌을 선보일 예정이다. 확고한 직업 의식과 연극 철학을 가진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황두수 연출가의 추천도서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와타야 리사 저, 정유리 역, 황매)

▲ 추천도서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보았을 법한 청춘 시절의 일상과 고뇌를 생생하게 그린 소설. 좋아하는 건지 미워하는 건지, 사랑스러운 건지 괴롭히고 싶은 건지, 자신도 파악하지 못하는 나나가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하츠는 '발로 차주고 싶다'라고 표현한다. 타인과의 소통의 가능성을 부정하려 애쓰던 '하츠'의 고독한 시간을 통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껍질'은 얇게 쓸려나간다. 젊은 세대의 리얼리티를 그린 소녀의 숨 막힐 듯한 감각이, 마음 한 구석을 나이프처럼 찌르고 들어오는 성장 소설. 제130회 아쿠타가와상 공동 수상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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