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 확립에 큰 도움을 받았다는 서대문구립이진아기념도서관 이정수 관장은 유년시절부터 책과 매우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교육열 높은 부모님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문학전집을 비롯해 다양한 책들을 읽고 자란 그는 삶의 난관에 부딪힐 때면 자연스레 책을 찾는다고 밝혔다. 이처럼 책과 특별한 인연을 가진 이 관장은 2005년 도서관개관부터 현재까지 도서관을 지키며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10여 년째 서대문구립이진아도서관을 지키고 있는 이정수 관장을 만났다.

▲ 서대문구립이진아도서관 이정수 관장이 도서관에서 포즈를 취하며 은은하게 웃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쌓은 '독서 내공'
신문사 자료조사, 대학교 시간 강사 등의 다양한 이력을 갖고 있는 이정수 관장은 관장을 역임하면서 도서관과 인연을 맺게 됐다. 사서부터 시작해 관장을 역임하는 평범한 코스와는 차별화되는 도서관 입문 케이스다. 독특한 이력만큼 서대문구립이진아도서관은 톡톡 튀는 개성 넘치는 독서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구민들의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서대문구립이진아도서관 프로그램들의 특징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 관장은 "처음부터 공부방을 배제하고 도서관의 순기능만을 위한 곳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주민들과 같이 고민하면서 프로그램을 기획했어요. 주민들에게 스토리텔링이나 동화구연 등을 교육하고 이들이 직접 가르치는 그런 구조의 프로그램을 많이 기획하고 있습니다. 독서회도 사서와 주민 한 명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형태로 만들었기에 주민들이 주최가 되고 있어요"

이와 같은 도서관 선순환 구조는 주민들의 삶을 바꾸며 더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직접 독서회를 구성해 찾아오는가 하면 어떤 프로그램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등의 의견을 피력한다고 한다. 이에 도서관은 상호대차서비스, 독서가이드 등 주민들의 독서 열기에 걸맞은 '독서 맞춤 서비스'를 선사하고 있다. '책두레 서비스'는 서대문구 내 다른 도서관에 솽 중인 도서를 원하는 도서관으로 신청해 편리하게 대축, 반납이 가능하도록 한 공동 활용 서비스다. 이어 '책바다 서비스'는 이용자가 원하는 자료가 서대문구립이진아도서관에 없을 경우, 협약을 맺은 다른 도서관에 신청해 소장 자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도서관 자료 공동 활용 서비스다.

더불어 '독서가이드' 역시 주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자아내고 있다. 이는 이달의 추천도서, 사서 추천도서 및 인기도서로 나뉘어 있는 가운데, 각기 다른 콘셉트를 갖고 책을 추천한다.

"이용자들이 어떤 책을 봐야 하는지 모를 때가 있어요. 그래서 사서들이 인근 학교 사서들한테 추천 목록을 받아오곤 했는데 추천도서들이 오래된 것들 많았죠. 이에 사서들이 직접 책을 추천하자는 결심을 하고 상활별 주제를 정해서 책을 추천했어요"

이 관장 설명에 따르면 12월에는 '연말, 나에게 주는 선물', 11월에는 '책으로 떠나는 세계 여행' 등 매달 다른 주제를 선정한 뒤, 이와 관련된 책을 선정했다. 책 추천뿐만 아니라 매년 4월(도서관주간), 9월(개관일) 두 차례 <도서관소식&추천도서 목록집>을 발간한다.

▲ '2014 서대문북페스티벌'에서 이정수 관장 모습

"저희는 각 연령대별로 나눠 책 추천을 하고 있는데 초•중학생들을 위한 책 추천을 할 때면 학습과 연계해서 하고 있어요.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이면 엄마들이 직접 도서관에 데려와서 책을 읽으라고 하는데 4학년만 되도 도서관 보다는 학교 공부에 매진하라고 해요. 독서가 학교 공부와 별개라고 생각하세요. 하지만 그렇지 않거든요. 추천한 책을 통해 학교 공부에 영향을 받고 이러한 지식이 쌓이다 보면 더 창의적인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책 추천 서비스는 사서들의 역량도 함께 향상시키고 있다고 한다. 직접 추천하기 때문에 책을 읽고 공부를 하며 사서 자신의 능력이 향상될 수밖에 없을 터. 이를 바탕으로 서대문구립이진아도서관은 인문학 강좌 프로그램을 특화해 운영하고 있다. 일 년에 총 40주 강의를 구성한 가운데, 초급과 상급 등 각 레벨에 맞춘 인문학 특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인문학 강좌 수강신청 기간에는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인파로 가득할 정도라고.

"처음에는 인문학 수위를 어느 정도로 맞춰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처음 접하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철학아카데미 등 고급 과정으로 나눠 진행하니깐 반응이 좋더라고요. 이젠 인문학 강좌하면 서대문구립이진아도서관을 떠올리게 끔 하고 싶어요"

▲ 서대문구립이진아도서관 이정수 관장과 동아리 회원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지역공동체의 거점, 서대문구립이진아도서관
4월 12일부터 18일은 도서관주간으로 각 도서관마다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서대문구립이진아도서관 또한 한 주 동안 도서관 내, '설치미술 展'과 책읽기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조각하는 젊은 친구들과 설치미술을 할 예정이에요. 이용자들이 알게 모르게 도서관내 곳곳에 조각을 설치해서 웃음을 주고 싶어요. 또, 5년 동안 책읽기 운동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어린을 대상으로 진행할 계획이에요. 또, 서대문구과 함께 진행하는 '100권 책 읽기'독서운동을 가족 단위로 확대해 독서가족 발대식 기념행사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서대문구립이진아도서관은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며 지역의 거점으로 발전하고 있다. 책에 대한 요구나 상호대차 등의 수요가 넓어지는 등 도서관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서 진흥이 얼 만큼 됐다는 정확한 수치는 없지만 주민들의 관심이나 대출 이용자 증가 등을 봤을 때, 독서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어요. 자발적으로 참여를 통해 주민들이 직접 책 읽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즉 도서관이 지역거점이 되고 있죠. 정보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최근 가족해체가 되고 있는 사회에서 도서관을 통해 사람들이 만나고 이러한 만남이 지속되면 서로에게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봐요. 정보의 격차를 해소하고 이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곳이 도서관이잖아요? 앞으로도 정보가 투명한 사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런 기관이 되고 싶습니다"

이정수 관장읜 추천도서 <에디톨로지>(김정운 저, 21세기북스)
유쾌한 인문학자로 돌아온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에디톨로지>. 세상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구성되고, 해체되고, 재구성된다. 이 모든 과정을 한마디로 '편집'이라고 정의한다. '에디톨로지(EDIT+OLOGY)'는 '편집학'이다. 그러나 단순히 섞는 게 아니다. 그럴듯한 짜깁기도 아니다. '에디톨로지'는 인간의 구체적이며 주체적인 편집 행위에 관한 설명이다. 즉, 즐거운 창조의 구체적 방법론이 바로 '에디톨로지'인 것이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마우스라는 도구의 발명이 인간 의식에 가져온 변화를 중심으로, 지식과 문화가 어떻게 편집되는가에 대해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한다. 2부에서는 원근법의 발견이 가져온 공간 편집과 인간 의식의 상관관계를 다룬다. 3부는 심리학의 본질에 관한 부분으로, 심리학의 대상이 되는 인간, 즉 개인이 어떻게 역사적으로 편집되었는가 등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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