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 브라더스와 함께하는 독립(讀立)

▲ 가옥 마다한켠에 자라고있는 오이넝쿨에서 개구쟁이라 사진찍기 힘든 작은아이가 포즈를 잡았다.

 2015년 7월 여름 볕이 뜨거운 날. 광준, 광재 형제와 반달할아버지 윤극영 선생을 만나러 갔다. 서울시 강북구 인수봉로 84길 5 ‘윤극영가옥’이 위치한 곳이다. 필자가 사는 곳에서 차로 불과 10분 남짓한 거리다. 선생이 아직 살아계시다면 ‘어쩌면 한 동네 주민이 되었을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선생의 집은 아담한 정원이 있는 1층 양옥집. 해가 잘 들어서인지 마당에 핀 장미와 작은 오이가 달린 넝쿨이 눈에 들어 온다.

▲ 현관으로 들어가 오른쪽에 위치한 작업실엔 책상위 선생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 대문에 가옥 설명이 있어 큰아이가 인증샷을 찍었다.
“계세요?” 인기척이 없는 집 현관문을 두 형제가 열고 들어간다. 깨끗하게 닦여진 마루복도가 반질거린다. 복도를 몇 발자국 지나 오른쪽으로 윤극영 선생의 작업공간이 나온다. 작은 방 안에 낮은 책상과 낮은 장식장이 전부다. 선생이 막 글을 쓰다가 잠시 자리 비운 것 같이 오래된 책상 위에 오래된 필기도구들과 오래된 스탠드가 놓여져 있다. 검소했다. 선생의 삶은 오로지 어린이들이 어린이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 있는 것 같았다. 집안 곳곳에 화려함 보다는 선생의 자취가 깔끔하고 간결하게 남아 있다.
“엄마 여기 좋다. 여기서 살고 싶다.” 태어나서 아파트만 사람 사는 곳인 줄 알았던 작은아이 광재가 양옥집의 아담함과 왠지 모르게 사람냄새 나는 기운을 먼저 알아챈 것이다. 쿵쿵거리는 마루바닥의 소리도 친근하고, 풍금이 위치한 거실 창문을 열고 나가면 정원이 연결되는 구조가 신기한가 보다. 나도 선생의 집에 두 번째 방문이지만 왠지 모르게 자꾸 오고 싶은 생각이 드는 장소임은 부정할 수 없다. 
 
 
▲ 윤극영(尹克榮, 1903년 9월 6일 ~ 1988년 11월 15일)은 동요 《반달》을 작사, 작곡한 대한민국의 동요작가이자 동화작가이다. 별명이 반달 할아버지일 정도로 어린이들에게 사랑받았다
윤극영 선생(1903~1988)은 어린이 문화 운동에 큰 기여를 한 동요 작사.작곡가이다. <반달>,<설날>,<귀뚜라미>,<고기잡이> 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곡을 만들었다. 일본 음악학교에서 유학을 하던 1923년. 방정환, 진장섭, 조재호, 손진태, 정병기, 이헌구, 마해송과 함께 ‘우리 어린이들에게 우리말과 노래와 순풍약속을 찾아주자’는 취지로 ‘색동회’를 만들고, ’어린이날’을 제정하였다. 1969년에는 어린이 문화운동을 펼치기 위해 새롭게 회원을 모으고, 색동회의 4대 회장으로 무궁화 보급 운동을 이끌었다.
 
 
 
선생이 1977년부터 작고할 때까지 말년을 보낸 이곳 ‘윤극영가옥’은 2013년 서울시가 유족으로부터 매입하여 기념관으로 조성하고,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관리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서 ‘반달 시낭송 교실’, ‘반달 동화구연 교실’등 ‘지역주민과 하나되기’라는 모토아래 문화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그리고 방학특강으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재미있는 신문 여행’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외에 신설 프로그램인 ‘힐링다도’가 있다.
 
 
 
 
▲ 선생의 둘째 며느리 이향지씨가 엮어낸 선생의 유작 윤극영 전집 1ㆍ2 권이다.
 가옥을 둘러보니 하얀색 표지의 두꺼운 전집 두 권이 눈에 들어 온다. ‘윤극영 전집 1.2’. 1편은 선생의 동시, 시, 동요가 수록되어있다. 2편은 산문을 모아 엮은 것이다. 동화, 소설, 시나리오, 수필, 사회평론, 회고록 등이 수록되어있다. 선생의 유작들을 한번에 볼 수 있는 책이다.
 
▲ 윤극영이 작사, 작곡한 동요《반달》의 악보
 
이번 기회를 통해 아이들에게는 윤극영 선생에 대한 어떤 추억이 남을까? 아마 시원한 마루 바닥을 쿵쿵거리며 걸어 다니고, 다락방에 연결된 나무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고, 풍금을 둥당거리고, 거실에서 정원을 왔다 갔다 하는 시골집에 온듯한 기억이 남을 것 같다. 그래도 괜찮다. 어린이들을 위한 문학에 평생을 바치고, 어린이가 어린이답게 자랐으면 하는 윤극영 선생의 바램이 철없이 놀다가는 아이들에게 여운처럼 남는 것 만으로도 이번 체험의 큰 수확이 아닐까 싶다.
 
▲ 가옥에서 여름방학을 맞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특강 진행하는 문화 프로그램으로 현재 접수중이다.
 
김유이 객원기자 (yooyee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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