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김덕동, 엄마 최지원, 딸 김예현
디지털은 자연과 인공물 그리고 인간의 생각과 행동이 합쳐져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나아가 컴퓨터 시대가 열리면서 네트워크를 통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졌다. 이후 정보공유 시스템과 아이템 연구개발에 몰두하는 사람들은 초고속 정보화를 위해 더 민감하게 촉을 세워야 하는 경쟁구도에 서있게 된다.
한시도 눈과 손이 컴퓨터 화면과 자판에서 떨어지면 안 되는 것이다.
이순간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르고 ‘아날로그’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옛 것, 정겨움, 여유로움 속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김덕동씨는 안개 자욱한 산 정상에서 느껴지는 산 향기를 좋아한다.
또한 야간 산행을 통해 치열했던 하루를 고요함으로 깨끗이 마무리 하는 것도 선호한다.
한발자국씩 산에 오르며 자연과 하나가 된 스스로를 ‘아날로그’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는 [데일 카네기]의 저서를 좋아한다.
복잡한 삶에서 접하는 많은 문제에 관하여 단순하지만 결국 삶의 진리가 되는 노하우를 쉽게 풀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빛의 속도로 정신 없이 달려가는 현대 속에서 놓쳐선 안 되는 자기 관리 및 인간관계 법을 습득하게 해 준다.
“형광등 불에 비춰 사진을 확인하던 아날로그 필름처럼 인생을 자세히, 오랜 동안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아내 최지원씨는 최근 스마트폰의 편리함 뒤에 오는 상실을 깨닫게 되었다.
수많은 일 처리와 뉴미디어로 즐거움을 주는 핸드폰이지만 단 한 시간도 손에서 떼어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삶의 주객이 바뀐 허탈함을 느낀 것이다.
이에 휴대폰 전원을 잠시 꺼두고 그 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최근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독서법’이라는 책을 필사한 일이 그 예다.
학창시절 예쁜 종이 위에 손으로 꾹꾹 눌러썼던 소중한 편지처럼 예쁜 노트와 마음에 드는 색 펜으로 한 글자씩 써 내려간 필사.
책 내용을 옮겨 적느라 안구건조증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종이 책을 바라보는 것은 컴퓨터 화면을 보는 것보다 훨씬 시력 보호에 좋았다.
또한 필사 완주 후에는 책을 10회 읽은 듯한 정독의 효과를 보았고,
앞으로 무엇이든 계획하면 다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끈기도 배웠다고 한다.
“10시간씩 꾸준히 피아노 연습을 한 이희아 언니를 통해 용기와 희망을 배웠어요”
딸 예현이는 고정욱 작가님의 ‘이희아’이야기를 좋아한다.
처음에는 만화책으로 접하다가 책이 닳을 만큼 많이 읽어서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라는 동화책을 부모님께 선물로 받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손가락이 네 개인 희아는 장애를 극복하고,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꾸준히 연습한 결과 음악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선보이며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해준다.
예현이는 이희아 피아니스트 이야기를 통해
‘불쌍하다, 힘들겠다’라는 생각 보다는 용기와 희망을 배웠다.
이후 씩씩한 주인공 이야기를 반 친구들에게 소개해 주고, 동화책 첫 장에 고정욱 작가님의 사인을 받은 사연까지 전해주느라 학교 생활이 마냥 즐거워졌다.
“서두르다가 넘어졌을 때 베이직(Basic)으로 되돌아 가면 길이 보일 거예요.”
부부는 딸을 바라보며 교육관을 얘기했다.
“정보의 홍수 속에 갇혀 있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하지 마라, 보면 안 된다고 말 하기보다
올바른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싶어요. 모범생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위기대처 능력을 키워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실패 후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투지와 끈기를 갖게 해 주고 싶어요.”
“더디 가더라도 다시 처음으로,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제 취지예요.
너무나 피곤해 지쳐 있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아날로그 감성이죠.”
저녁이면 김덕동씨 가족은 ‘북 서울 꿈의 숲’에서 산책을 즐긴다.
숲에서 나는 풀벌레 소리와 하늘 위 별빛을 바라보며 이번 가을엔 더 넓은 자연을 만끽하고자 지리산 둘레 길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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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진 객원기자
rhemr9@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