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준 광재 통일의집 앞에 도착해 인증샷을 찍고있다.

광준 광재 형제와 강북구의 두 번째 문인을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 8월의 뜨거운 태양처럼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통일운동에 열정을 바쳤던 늦봄 문익환목사(1918~1994)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집에서 걸어가도 20분 남짓이면 도착할 거리지만 초면에 땀 범벅이 된 세 모자를 만나 당황해 하실 그분들을 배려하여 가오리 소방서 앞에서 강북 01번 버스를 탔다. 버스로는 5분도 채 안되어 정류장에 도착했다. 같은 동네라도 초행길이라 부근 부동산에 길안내를 부탁하여 도착한 ‘통일의 집’. 하얀 기둥의 대문이 활짝 열려있어 우리는 노크도 없이 계단을 올랐다. 이번에도 두 형제는 낯가림 없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초면에는 무조건 인사부터 하라는 조기교육이 효과를 발휘했다. “누구세요?” 머리가 반백이고 안경을 쓰신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 한 분이 나오셨다.”통일의 집 구경을 하러 왔어요.” “아, 그러세요. 어서 오세요.” ^^ 어색함도 잠시 서로 인사를 나누고 집안을 둘러 보았다.

 
▲ 문익환 평전
‘서울 특별시 강북구 인수봉로 251-38’
문 목사가 1974년부터 30년 동안 살았던 집이 위치한 곳이다.
‘통일의 집’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것은 문 목사가 돌아가신 뒤 아내인 봄길 박용길장로(1919~2011)가 누구나 통일을 논의할 때 쓸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다.
문익환 목사는 <3.1 민주 구국 선언>을 기초한 것을 시작으로 1978년
유신 헌법 비판 성명서 발표, 1980년 3월에는 통일의 길을 연다는 기치
를 내걸고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과의 2차례 회담 끝에 통일 3단계 방안
원칙에 합의 하는 등 민주화 운동과 통일운동에 전념 하였다.
문 목사는 1992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 되었고, <통일은 어떻게 가능한가?>(1984), <걸어서 라도 갈테야>(1990)등의 저서와 <새삼스런 하루>(1974)등의 시집, 수필집, 옥중 서한집 등 10권이 넘는 저서를 남겼다.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 주셨던 분은 문 목사의 큰 따님이신 문영금 관장님.
이곳이 앞으로 서울시의 도움을 받아 통일의 의미와 중요성을 가르쳐주는 교육 공간으로 재 탄생 될 것이고, 지금 그 준비를 위해 자료들을 정리하는 중이라고 하셨다. 그래서인지 집안 곳곳 문목사의 흔적들이 빼곡히 자리 잡긴 했지만 약간은 정리가 필요한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거실 벽면을 가득 채운 문목사의 사진과 부인 박용길 장로의 사진. 그리고 옥중 서한이 가득 담긴 상자 수십 개가 자리잡은 건너 방. 100년이 넘은 먼지 쌓인 클래식 피아노. 안방에는 문 목사가 통일에 관해 이룬 업적을 증명하는 사진과 4.2공동성명을 친필로 쓴 병풍 등. 그 중 필자의 눈에 가장 띄었던 건 문목사와 그의 부인의 호를 큰 서예 글씨로 쓴 액자였다.  늦봄’, ‘봄길’. ‘늦봄’이라는 호가 말해 주듯이 문 목사가 처음부터 통일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환갑이 다 된 나이에 민주화 운동에 뛰어 들었고, 통일운동에 본격적으로 앞장 섰다. 늦게 시작한 게 한이라도 됐다는 듯, 그는 시간이 갈수록 신들린 사람처럼, 온몸을 불사르며 민주화와 통일 운동에 빠져들었다. 문 목사가 사망한 뒤 부인 박용길 장로는 남편이 지어준 호 ‘봄길’ 처럼 죽은 남편의 못다 이룬 꿈을 위해 길이 되었다. 찬찬히 사진들을 둘러 보니 유독 두 부부가 찍은 사진이 많다. 문영금 관장의 말에 따르면 두 분은 평생을 한결같이 한 길을 손잡고 걸어 가신 분이라고 했다. 나도 두 분을 만난 적은 없지만 사진만 봐도 알 것 같았다.
 
▲ 통일의 집안에 위치한 4ㆍ2공동선언문
 
아이들에게 ‘통일의 집’을 둘러 보는 것만으로는 무언가 설명하기가 부족하여 문익환 목사에 관련된 책을 찾아보았다. 어린이들에게 문목사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소개한 책이 있다. ‘갈테야 목사님’. 1989년 김일성 주석을 만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 문익환 목사의 주요 행적과 그 배경을 그림과 함께 풀어 놓았다. 또 하나 어른들을 위한 ‘문익환 평전’이 있다. 1976년 ‘3.1 민주구국 선언’이후 문 목사가 달려온 행보가 담겨 있다. 수 차례의 방북과 투옥, 그리고 억압받은 민중과 함께한 그의 불꽃 같은 생애가 쓰여있다.
 
▲ 문 목사의 유품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필자도 대학시절 민중을 위해 통일을 위해 열심히 집회도 다녀보고 대자보도 써 붙여가며 통일의 중요성과 민주주의 그늘에서 탄압받는 노동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인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문목사의 온몸 받쳐 희생한 통일 운동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작은 몸부림이었다. 아직도 통일의 길은 멀고도 먼 길 같다. 언제쯤 문 목사가 염원하는 그날이 올지 오랜만에 통일에 관해 생각해보는 날이다. 그리고 아이들과 통일에 관하여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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