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면목동 사가정서점 신동옥 대표

무엇보다 책이 좋아 서점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사가정서점 신동옥대표는 중랑구에서 30년 넘게 서점을 하고 있다. 기자가 서점에 들어갔을 때 분위기가 타 서점에 비해 사랑방처럼 아늑하고 단란한 분위기가 느껴졌는데, 인터뷰를 하는 동안 절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신대표는 자녀들을 다 키웠는데도 굳이 대학 입시 설명회를 듣고 와서 고등학생들에게 정보를 주기도 한다. 그랬더니 물어오며 상담을 하는 학생도 있고 서점에 책을 보러 왔다가 물어오는 학부모들도 있다. 또한 엄마들끼리도 보습학원 정보를 공유하며 소통하는 모습도 생겨났다. 어르신들도 오셔서 책 이야기를 나누고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니 서점이 면목동의 동네 사랑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사가정서점이 서점으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동네 주민들이 좋은 정보를 나누고 소통하는 문화적인 공간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며 웃음 지었다.
 
서점을 30년 넘게 했으니 많은 일들이 있었을 터인데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 “하루는 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한 남자 중학생이 헐레벌떡 뛰어와서 할머니 어깨가 많이 아프신데 안마를 해드리고 싶다고 하면서 관련 책을 읽고 가도 되느냐고 물었어요. 그래서 책을 소개해주고 그 학생이 다 읽을 때까지 한 시간 정도 더 기다려 주었습니다. 그 학생은 매우 고마워하면서 돌아갔는데, 비록 책을 팔지는 못했어도 그렇게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 뿌듯했죠.”
 
애로 사항도 많을 것 같다. “책을 사가지고 가서 필요한 부분만 사진을 찍은 뒤 그 다음날 도로 책을 가지고 와서 환불해달라는 일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이미 철저히 준비를 하고 와서 막무가내로 우기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그냥 환불처리를 해 주는 경우도 있어요. 그것도 문 열자마자 첫손님부터 와서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날은 하루 종일 유쾌하지 않아 나도 모르게 다른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대하질 못하게 됩니다. 그럴 땐 정말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서점은 책만 파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사건사고가 많았다. 어쩔 수 없이 꼭 환불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오후나 저녁에 하는 것이 서점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독서정가제가 시행된 지 1년 정도 되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확실히 독서정가제 시행 이후 좀 나아지긴 했습니다. 예전엔 서점에 서서 카메라 찍는 소리가 들렸어요. 다들 사진만 찍고 책은 사지 않다가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하려는 것이지요. 그런데 독서정가제 이후 서점이나 온라인이나 다 10% 할인으로 대동소이 하니까 온 김에 서점에서 책을 사게 됩니다. 또 하나 좋은 점은 구청이나 정보 도서관에서 ‘지역서점 살리기 운동’에 동참하면서 책을 지역서점에서 주문하고 상호 교류하며 공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희 지역서점으로서는 그나마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지요. 그러나 해결해야할 문제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서점도 아닌 곳에서 등록증을 취득, 도서관 납품을 가로채는 경우가 있어 그에 대한 대비로 <지역서점인증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사실 서점사업자 등록증은 세무서에 종이 서류 한 장만 내밀고 신청하면 누구나 하루 만에 등록증을 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지역서점협회와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지역서점을 허가해 주고 서점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 심사를 하다 보면 주소지가 아파트 고층인 경우도 있고 주소지가 서점이 아닌 곳도 있는데 이렇듯 해결해야할 많은 문제점들이 지역 서점을 멍들게 하는 것이죠. 또한 서점주들이 꾸준히 서점연합회에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나아간다면 좋겠습니다.” 신대표는 예전에는 중랑구에만 50여개의 서점이 있었으나 이제는 지역서점이 6개 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1년 안에 서점이 한두 개 또 사라질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며 한숨을 지었다.
 
“책이라는 것은 우리 고유의 말과 글이 담겨져 있어 가치로서 인정받아야 할 문화상품입니다.”라는 마지막 신동옥대표의 말을 통해 그가 얼마나 책을 사랑하고 있으며 본인의 일에 대해 또한 얼마나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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