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여고 홍덕표 교장을 만나다

매년 수능시험일이 가까워지면 아직도 자녀들의 좋은 성적을 위해 마음을 다하여 불공을 드리고 기도하는 학부모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만큼 12년 학업인생의 중요한 결과물로 평가될 정도로 모두가 긴장하는 하루였다.

▲ 혜화여고 홍덕표 교장선생님
 
많은 이들에게 수능은 단 하루의 승부를 위해 쓰디쓴 인내를 견디는 시간으로만 생각되어왔다.
이 고행 같이만 느껴졌던 이 시간들을 행복대장정,9 3/4승강장으로 표현하고, 또 그러한 행복 대장정을 이끌고 있는 홍덕표 교장을 만났다.
 
졸업식 날, 정성스러운 멘트를 적어 책 선물
홍덕표 교장은 2013년 9월에 교육청에서 혜화여고로 부임했다. 부임한 첫 해에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에게 책을 나누어주는 <사제 동맹 책 나눔>행사를 시작했다. 책을 구입하는데 많은 비용이 필요했지만 그 가치는 훨씬 더 크다고 생각했다. 400권의 책에 교직원 80여명 모두가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손 편지로 썼다. 교직원들은 학생들을 생각하며 5~6명의 아이들에게 이렇게 정성담긴 편지가 담겨있는 책을 선물한 것이다.
 
그 책을 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홍 교장의 생각은 달랐다. 물론 당장 읽지 않을 수 있지만, 누군가의 손 편지가 담긴 책을 버리지는 않을 것 이라고 생각했다. 또 그 책을 그렇게 내버려 두다보면 자신의 눈에 띠는 언젠가는 그 것을 읽게 될 수 있도 있지 않은가.
그 순간에 대해 홍교장은 ‘거인의 무등을 타는 난장이가 되는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평소 그는 이 말을 매우 좋아했다. 난장이는 비록 자신의 몸으로는 멀리 볼 수 없지만 거인의 무등을 타면 거인보다도 멀리 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물론 무등을 탈지 타지 않을지는 아이의 몫이 되지만, 손 편지가 적혀진 책을 가지고 있다는 것 만 으로도 그 아이의 인생에는 하나의 스토리가 있는 것이기에 책 나눔 행사에 대한 홍덕표 교장의 확신은 확고했다.
 
아이들에게 풍성한 스토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목표.
“지금 이 시대는 감성의 시대입니다. 학교는 아이들만의 스토리를 어떻게 만들어줄까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육 철학이 풍성한 스토리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서울 대학교를 몇 명 보냈느냐로 기준만을 가지고 판단하기 시작하면 그 조직은 단 한명도 행복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당연한 시대 흐름이었지만 이런 대답을 연배 높은 교육계 리더에게 들으니 가슴 한 구석에 청량감이 넘쳐흘렀다. 오랜 공직생활로 보수적인 성향과 고루함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그는 책을 통한 융합교육에 대해 꿈 많은 청년처럼 단단한 포부를 갖고 있었다.
이런 그의 열정에 불을 지피고, 거인의 무등이 되어주는 것은 바로 책이었다.
“저의 아버지가 한밭중학교의 국어교사셨어요. 어려서 아버지의 낡은 책장 속 어려운 이름을 가진 많은 책들을 보며 ‘아! 저런 책을 읽고 계셨구나.’하며. 생각하고 지냈습니다. 그 책을 읽지 않았지만, 어떤 책이 있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그 책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 책의 제목이, 반갑기 까지 하더라구요.
서재에 대한 익숙함이 동기가 되어 책을 읽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읽지는 않았지만 항상 곁에 있는 책을 의식하고 친근하게 느끼면서 책에 대한 호감을 키워온 어린시절. 이런 자신의 경험을 아이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었던 홍덕표 교장은 음악을 통해 자연스러운 스토리을 만들어주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2달에 한번 각 요일의 음악을 선정하여, 월요일에서부터 금요일까지 선정된 음악을 두달간 계속 틀어준다. 아이들이 계속해서 듣고 익숙해 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또 더욱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조회시간에 상품권과 같은 선물을 자비로 준비해 들려준 음악에 대한 퀴즈를 내다. 그렇게 아이들로 하여금 즐거운 마음으로 음악의 작곡가, 느낌 등을 기억하도록 유도한다.
“이것은 책과 음악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주는 저의 노력입니다. 아이들만의 강력한 스토리텔링의 소재들을 이렇게 만들어주고 있지요.”
 
행복한 교육이 학업성취도도 더 높아
이러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그저 스토리를 만드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간 교사가 말하기를 금년 2월 대학진학률이 혜화여고가 훨씬 더 높다고 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행복한 교육이 더 큰 성취를 가져온 결과였다.
현 시대에는 학생부 종합전형이 큰 역할을 하는데, 자신들의 특기를 살리고, 그 스토리를 엮어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야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래서 혜화여고에서는 자기 특기를 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정을 만들어 아이들을 지원해주고 있다. 기초학력이 부족하거나, 예체능 집중 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을 적극 돕는 등 아이들 각자가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공부를 찾아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는 ‘행복대장정’. 다른 학교에서는 그저 ‘교육과정’ 등의 명칭을 사용하지만 저는 행복의 터닝포인트라는 교육 철학을 담아 이렇게 지었습니다. 우리의 교육과정 자체가 행복으로 다가가는 방법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교육계획안 9와 3/4이란 숫자는 해리포터에 나오는 현실과 마법학교 사이의 연결 플랫폼이다.)”
 
통독 부담감 없애야 책 가까이 할 수 있어
마지막으로 그는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통독해야한 하는 부담감도 큰 몫을 하는데, 그것을 떨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덕표 교장은 책의 20페이지정도만 읽고 그 책을 읽었다고 이야기한다.
“이제는 통독의 시대가 아닙니다. 필요한 것만 발췌해서 읽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어요.“ 책을 쓴 작가의 의도를 생각해보고, 전체적인 맥락을 훑어보고, 어딜 집중적으로 읽을 것인지 자신이 선택해서 읽게 된다면, 보다 효과적인 독서가 되어 오히려 책에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또 자신이 원하는 정보는 쉽게 취할수 있음은 물론이다.
 
▲ 홍덕표 교장이 혜화여고 학생들과 학생들과 즐겁게 책을 읽고 있다.
 
이제는 독서 전문가가 다 된 그에게 내년(2016년 2월) 졸업생들에게 선물한 책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홍덕표 교장이 선택한 책이라면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을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 릿잇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순간마다 열정을 다하면 커다란 멋진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이 책과 함께 아이들이 행복한 꿈을 꾸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행복한 아이가 미래에도 행복 할 수 있으니까요.” 인생의 99%를 좌우하는 것은 1%의 작은 행동이라는 것을 마지막 말을 남기며 그는 앞으로도 아이들이 책을 더 가깝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여 행복한 스토리를 만들어 줄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온조왕처럼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자신의 삶의 방향을 피력한 홍덕표 교장의 이야기를 들으니 행복한 꿈을 향한 대장정을 시작한 혜화여고 학생들이 얼마나 옹골찬 보석으로 자라날지 너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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