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품성을 갖춘 리더 양성, 독서에 그 길이 있습니다”

  본지는 이번호부터 최근 병영문화혁신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다양한 독서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우리 군의 모습을 <책 읽는 병영>을 통해 소개한다. 그 첫 번째 방문은 경북 영천에 위치한 육군3사관학교. 이곳은 장차 대한민국의 국방을 이끌어나갈 정예장교를 양성하는 호국간성의 요람이다. 다가오는 10월 15일이면 개교 47주년이 되는 육군3사관학교는 그동안 15만 여명의 정예장교를 양성하여 국가안보에 기여해왔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1,000여명의 젊은 사관생도들이 장교가 되기 위해 智·德·體 연마에 땀 흘리고 있다. 최근 학교는 지성과 감성, 그리고 인·품성이 제대로 갖춰진 장교를 양성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초빙한 강연과 독서코칭프로그램 과정 개설, 독후감 경연대회 개최 등 다채로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학교장 금용백 소장을 만나 그가 공을 들이고 있는 ‘책 읽는 병영, 讀한 장교 키우기’에 대해 들어본다.

 

▲ 금용백 육군3사관학교장이 사관생도들을 대상으로 리더십 강의를 하고 있다
 
금용백 소장은 서울 휘문고를 졸업하고 육군3사관학교를 18기로 나왔다. 첫인상부터 천상 군인의 모습이지만 온화한 인상에서 그의 인품과 학식의 깊이를 엿볼 수 있다. 사관생도시절부터 육군 소장이 되기까지 잘 수련해온 모습이 그의 얼굴에 확연하다.

학교장님의 사관생도시절을 소개해주시죠.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육군3사관학교의 교육 및 훈육시스템은 다른 장교양성기관에 비해 강한 편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년 간의 사관생도 생활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하는 인고의 나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마다 목표한 바가 있었기에 동기생들과 서로 절차탁마(切磋琢磨)하면서 심신을 수련하였습니다. 그 시절의 교육훈련과 지휘훈육, 그리고 독서 등 다양한 활동과 경험은 국가관과 군인정신 함양은 물론, 인격형성의 기틀이 되었습니다. 30여 년 전의 사관생도 생활은 오늘의 저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제 인생에 있어서 의미 있는 기간이었습니다.

최근 육군3사관학교에서 독서코칭프로그램을 마련하였는데, 어떤 목표를 갖고 진행하시는 것인지요?
잘 알고 계시는 바와 같이 지난해 우리 군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국민 여러분에게 큰 실망을 안겨드렸습니다. 바닥까지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민·관·군이 함께 지혜를 모아 병영문화혁신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여러가지 추진과제 중에는 ‘인간 존엄 중심의 인성함양’을 위한 자율적 독서문화활동도 포함되어 있어 각급부대에서는 ‘붐’을 조성하면서 적극 시행해오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도 사관생도들이 독서를 통한 간접경험을 바탕으로 인문학적 소양은 물론, 인성과 품성이 바른 리더십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지난 3월 국민독서문화진흥회 김을호 회장님께서 우리 학교에 오셔서 ‘독서코칭리더십 – 부하사랑을 얻는 법’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해주신 것이 계기가 되어 업무협약을 체결하였고, 5월부터 9월까지 독서코칭프로그램을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수강 신청을 받는데 서로 하겠다고 해서 대상자 선정에 큰 어려움을 겪었을 정도로 사관생도들의 호응은 가히 폭발적이었습니다. 이들은 독서코칭프로그램을 통해 효율적인 독서 및 서평작성 방법과 지도능력까지 구비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학교는 장차 장교로 임관할 사관생도를 교육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러한 양질의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인성과 품성, 그리고 합리적인 리더십을 갖추게 된다면 이것이 곧 야전의 용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종국에는 우리 군의 전투력 상승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독서코칭프로그램과 독후감 경연대회, 그림으로 읽는 책 - 원화전시회, 책나눔 행사, 다독왕 선발 등을 통해 독서 ‘붐’을 조성함과 동시에 올바른 독서코칭리더십을 구비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 국민독서문화진흥회 김을호 회장이 사관생도들을 대상으로 독서코칭을 하고 있다.
 
‘讀한 장교 키우기’는 무엇입니까?
성공한 사람들의 비결을 들어보면 한결같이 ‘독서’를 이야기합니다. 독서는 사고력을 높여주고 세상을 균형감 있게 보도록 지혜의 눈을 갖게 해줍니다. 독서를 통한 간접경험은 창의력과 상상력을 넓힐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한권의 책으로 인해 다른 시대 다른 공간에서 살았던 헤밍웨이를 만나기도 하고, 나폴레옹의 전술도 이해하게 됩니다. 이처럼 독서는 유용한 것입니다. 지금 우리 군에서는 야전즉응능력이 뛰어난 정예장교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구에 충족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상황판단-결심-대응’에 이르는 문제 해결형 사고방식이 체질화된 장교를 양성해야 합니다. 그래야 긴박한 상황 속에서 실시간 작전을 수행하여 승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학교에서는 생도 중심의 주도성과 창의성을 개발하기 위한 ‘생각하는 군사훈련체계’를 적용하고 있는데, 교범을 비롯한 전문서적과 양서 탐독을 통한 선행학습은 문제해결능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讀한 장교 키우기’는 고착된 사고방식에서 탈피하도록 함으로써 ‘여러 개의 문제해결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유연하고 열린 창조적 사고력 발휘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육군3사관학교의 미래비전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올해로 우리 학교가 개교한지 47주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우리 학교는 정예장교를 양성하여 국가안보와 국가발전에 기여했습니다. 굵어진 나이테만큼이나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면서 그 위상도 높아졌습니다. 월남전 안캐패스전투의 영웅 이무표 대위를 비롯한 수많은 전쟁영웅들이 학교를 거쳐갔고, 4성 장군 3명을 포함해 170여명의 장군이 배출되었습니다. 특히 올해에는 개교이래 처음으로 여생도 20명이 입학하였는데, 입학 경쟁률은 무려 48대 1이나 되었습니다. 그만큼 우수한 자원들도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또한 유수의 대학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교수진과 교육시스템 등 제반 환경도 갖추고 있습니다. 앞으로 3년 후면 개교 50주년을 맞게 되는데 지금처럼 구성원 모두가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임한다면 육군3사관학교는 우리 군을 이끌어갈 국방인재의 메카로서 그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학교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 금용백 육군3사관학교장이 사관생도들과 함께 간담회를 하고 있다
 
학교장님의 꿈 또는 소망은 무엇입니까?
저는 군인입니다. 안중근 의사의 유묵에 나와 있듯이 어느 곳에서든지 ‘위국헌신 군인본분’의 사명을 다하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야전과 학교교육기관은 수행하는 임무가 다릅니다만, ‘적과 싸우면 승리하는 강군 육성’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는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육군3사관학교장으로서의 꿈과 소망이 있다면 우리 사관생도들이 이곳에서 정예장교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갖추도록 하여 임관 후 야전에서 그 역량을 마음껏 펼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교육발전과 혁신을 부단히 시도하고 있습니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있으시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글쎄요. 저는 중·고등학교 다닐 때와 사관생도 시절, 그리고 군생활을 하면서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에 관한 책을 여러 번 읽었습니다. 두 위인에 대한 책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데 모두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리더의 입장에서 본받을 만한 점이 많았고, 또 저자의 관점과 분석에 따라 그 다양성을 접하는 것도 적지 않은 즐거움이었습니다. 책 속에서 만난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은 항상 솔선수범하려는 자세를 견지하면서 독서에 정진하였습니다. 또 존중과 배려, 그리고 낮은 자와 동고동락하면서 군과 국가의 리더로서의 책임을 다하여 후세에도 길이 존경받고 있습니다. 그분들의 인품과 리더십을 본받고자 노력한다면 누구든지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금용백 장군과 사관생도들이 김을호 교수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더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주십시오.
이번에 우리 학교가 국민독서문화진흥회 회장이자 한국독서교육신문 대표인 김을호 교수님을 만난 것은 큰 축복이었습니다. 김 교수님은 서울에서 멀리 경북 영천까지 오셔서 우리 사관생도들에게 열정적으로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사관생도들의 얼굴을 보니까 김 교수님과의 만남을 매우 즐거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사관생도들의 독서코칭능력이 향상됨은 물론이고 생도생활에도 큰 활력소가 되고 있습니다. 곧 독서지도사 120명이 탄생하게 되는데, 지금 병영에서 펼쳐지고 있는 독서캠페인과 연계하여 이들이 임관 후 권위있게 활동하게 되면 ‘책 읽은 병영’이 더 좋은 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많은 도움을 주신 김을호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인터뷰 말미에 금용백 장군이 ‘讀한 장교 키우기’에 좋은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며 활짝 웃는다. 그렇다. 책 읽기에 좋은 계절이 오고 있다. 올 가을에 읽을 도서를 미리 선별하고 서평과 독후감 작성 등 실천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으리라. 금 장군의 말대로 독서지도사 자격을 갖춘 소대장들이 독서코칭리더십을 발휘하며 병영문화를 혁신해나가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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