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교육인 / 서울구로고등학교 김성수 교장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이 생겼고 그 직업들을 나름의 인정을 받으며 획일적이었던 학생들의 진로에 새로운 방향이 되어주고 있다. 하지만 긴 가방 끈이 안정을 담보한다고 믿었던 부모마음이 이 같은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기가 쉬울까.

 
▲ 구로고등학교 김성수 교장 선생님
 
아직도 진로상담에서는 조금이라도 이름이 알려진 대학교로 보내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다수다. 이는 자녀가 저조한 점수대의 하위권 학생이라고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다양한 곳을 바라볼 수 있게 돕고 개인에 맞춤 진로를 찾아주고자 하는 구로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성수 교장선생님을 만났다.
 
학생 개인 맞춤 크리에이티브 컨설팅
김성수 교장은 늘 바쁘다. 전문대학 박람회, 고등학교 취업 박람회 등 다양한 박람회를 찾아 직접 발품을 팔아 관람한다. 이렇게 발품을 판 정보들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다양한 길로 안내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그는 창조적인 업무에 익숙하다. 작곡을 전공한 음악교사였고 실제로 실력있는 음악가 제자들을 가르쳤다. 창의적인 업무를 보는 사람들은 현실을 멀리보고 고유한 세계관이 있어 현실적인 빠른 판단이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그는 달랐다.
냉정하게 그는 음악 전공자로써 현실적인 조언을 덧붙였다.
“대한민국에는 유능한 음악인재가 많아요. 하지만 음악을 전공하고 잘하면 잘할수록 돈이 매우 많이 들어가죠. 하지만 해외유학 후에 한국으로 학업에 투자 한만큼의 소득은 어려워요. 안타까운 현실이죠.”
현실을 반영한 명확한 답변이었다. 현실을 읽되 새로운 길을 아이들이 개척할 수 있게 돕겠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구로고에는 학생들이 많은데, 고루한 교육자의 시각으로 보면 명문대학을 가지 못할 것이 뻔한 그저 그런 아이들이었다.
 
누구나 ‘달인’이 될 수 있어
하지만, 김성수 교장의 생각은 달랐다. 공부를 잘하던 학생들도 취업준비, 공무원, 고시 준비 등으로 공급과잉의 좁은 진로의 문을 힘들게 두드리고 있는데 반해, 구로고 학생들은 다양한 진로를 통해 좀 더 빨리 직업을 선택할 수 있게 도와주고 또 그 경력을 쌓아 소위 말하는 그 직업의 ‘달인’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 생각에서 늘 TV 프로그램‘생활의 달인’을 즐겨본다.
“엘리베이터 대학이 있다는 거 아세요?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이 있나요? 심지어 요즘은 작은 원룸 건물까지 엘리베이터가 들어가죠. 이 수요는 엄청난데 비해 공급은 지금 몇 개의 메이저 회사가 이 시장을 담당하고 있어요. 엘리베이터 대학을 나온 졸업생들은 모두 이 메이저 기업에 취업하죠. 그리고 그 기술을 배워가며 전문가가 되는 거죠.”
막연하게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분야였다. 김성수 교장은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그 정보를 꼼꼼하게 정리해 미래를 읽는 자신만의 눈을 만들어갔던 것이다.
 
주도적 학습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디렉터
그는 단순히 아이들에게 다양한 길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서 우선 공부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도 오고 싶은 학교를 만들어야겠다는 결론을 내린다. 축구를 좋아하는 남학생들의 심리를 이용해 수시로 리그 프로그램을 운영해 건강한 정신과 몸을 기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저는 아이들에게 아침식사를 강조해요. 그리고 학교에 와서 운동을 하고 체력을 기르죠. 기초가 단단해야 몰입이 필요할 때 집중을 잘 할 수 있어요.”
공부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는 잔소리는 더욱 학업을 멀리하게 되는 독이 된다는 것을 김성수 교장은 잘 알고 있었다. 대신, 공부를 하고 싶게 만드는 그 의욕과 주도적인 철학을 만들어 주고 싶어 했다.
길을 선택했다면 자신만의 분명한 철학이 있어야 그 길에서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김성수 교장은 다양한 경험이 어려운 학창시절에는 책을 통해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창 놀고 싶은 아이들에게 무조건 책을 읽게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그는 2층에 있었던 도서관을 1층으로 옮기고 편안한 소파, 만화책도 여러 권 구비해 놓을 것을 계획했다. 놀고 떠들기 위해서 도서관을 찾지만 어떤 책이 있는지 이름이라도 알고 책과 가까이 하게 되면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책에 손이 가는 날이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계획은 <찾아가는 도서관>이라 하여 접근성이 좋은 출입구에 도서를 구비해두고 책을 여러 번 빌리는 학생에게는 포상을 하면서 책에 가까워지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런 그의 정성스러운 계획을 아는 학부모들은 적극적으로 다양한 책 관련 행사들을 지원하고 있다. 북 콘서트를 비롯하여 독후감쓰기대회 등을 조직하고 운영하 등 독서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함께 돕고 있는 것이다.
 
놓을 수 있는 아이들은 없다.
이런 그의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은 서서히 빛을 보고 있다.
아침고요수목원, 김유정 문학관 등 외부에서 진행하는 독서문학캠프에도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신청해 예년과는 책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도 유능한 학생을 지도하여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구로고 대다수 아이들의 수준에 맞추어 교육을 펼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 밖으로 나갈 위기에 처한 학생들이나 학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기초가 부족한 아이들은 대안학급을 별도로 만들어 진지하게 직업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아이들에게 다그치고 몰아붙이기보다 교사들과 함께 아이들을 도와 학교가 즐거운 곳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고, 사회의 든든한 인재가 될 수 있도록 보듬으려 한다.
 
▲ 김성수 교장이 구로고 학생들과 도서실에서 이야기 나누고 있다.
 
“제가 생각하는 책은 밥과 같다고 생각해요. 밥처럼 먹어야하는 우리네 인생의 양식이죠. 또 밥은 누구나 먹어야하는 것이고요. 책이라고 가릴 것이 아니라 만화도 훌륭해요. 어떤 것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읽고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어 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대안 책을 마련해서라도 단 한명의 학생도 학교를 떠나게 둘 수 없다는 김성수 교장은 가장 중요한<등교하고 싶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그렇게 많은 고민을 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디렉터를 자처하나 보다.
그가 다른 학교가 아닌 구로고에 있다는 것, 모두를 위해 이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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