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동 <송파문구> 이진표대표 인터뷰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잘 하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누구나 석촌동에 있는 <송파문구>에 간다면 카운터 앞에 놓인 이 글귀를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미 <송파문구>는 근처에서 진로와 학습코칭 족집게로 소문이 나 있어 늘 사람들이 들끓는다. 이곳에서 서점 업을 한지 18년 되었다는 이진표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송파문구> 이진표 대표
 
“처음엔 출판업에 종사하다가 서점을 하게 되었습니다. 18년 동안 종사하면서 요 몇 년 너무 힘들긴 했어요. 예전엔 학생들이 참고서와 문제집을 많이 사고 어린이 월간지, 학교권장도서, 필독서 등을 많이 구매했지만 이제는 그런 책들이 잘 팔리지 않아 매출이 절반 이하 감소한 상태입니다. 그래도 늘 최선을 다할 뿐 입니다.”
 
이진표 대표는 특이하게도 공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 송파문구 카운터 앞에 쓰여진 글
“저도 유년시절 꿈이 많았지만 가난한 시골에서 살았기에 일류대의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잘 하는 아이는 대부분 다른 것도 잘하게 됩니다. 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지식과 지혜가 함께 늘어 하나를 가르쳐주면 다른 것도 응용을 하여 일을 쉽게 하니 잘 살수 밖에요. 저는 서점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일을 하지만, 우리 서점에 오는 손님들은 누구나 반기며 최선을 다 합니다. 학습코칭, 진로코칭, 학원정보, 과외정보, 개인 감정코칭 등을 아이들과 공유하며 학부모들께도 되돌려 줍니다. 머리가 조금 저능한 아이들도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그 아이들에게 맞는 책을 선정해주고 단계별로 상승할 수 있게 도와주어 조금씩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조언해 주기도 하지요.”
 
실제로 이웃집에 어떤 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을 데려와 공부를 잘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하였다. 이대표는 사무실 한 켠에서 새벽 두시까지 빵과 우유를 사 먹여 가며 그 아이에게 공부하는 방법을 지도하였고 옆에서 함께 공부하였다. 그 결과 그 학생은 6개월여 만에 반 꼴찌에서 5등을 하게 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소문은 빠르게 돌고 돌아 많은 학부모와 아이들이 방문하여 상담을 하였고 서점주인은 늘 성심성의껏 대답해주었다. 그 결과 서점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하였고 책 매출도 늘기 시작했다. 본인이 좋아서 한 일이었고 나누고자 하는 마음으로 한 일이 뜻하지 않게 좋은 일들로 되돌아왔다. 심지어 이사를 간 이웃주민들도 가끔씩 인사를 올 정도로 그에게 고마워했다.
 
그는 확언한다. 대한민국 아이들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90% 이상은 반에서 5~3등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단지 공부하는 방법을 모르고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은 못한다고 생갈 할 뿐이라고. 그리고 부모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아이가 공부를 잘 하기를 바란다면 부모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수학, 영어야 어쩔 수 없다지만 기타 국어나 사회 같은 암기 과목은 부모가 먼저 숙지하고 아이에게 질문을 하고 설명을 하게 하는 과정에서 서로 학습내용을 재확인하며 아이들에게도 상당히 많은 양의 공부가 되어 시험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하게 된다. 정말 그의 바람대로 ‘모든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하게 하고 싶다’는 의지와 실천이 느껴진다.
 
그에게 이 일에 종사하며 뿌듯한 경험을 묻자 줄줄이 사탕처럼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하루는 우리 손님 중에 한 분이 오셔서 책을 읽다가 본인도 모르게 스르르 쓰러져 잠이 들었습니다. 주변 손님들이 당황해 하시기에 아프신 분이니 조금만 양해해달라고 부탁하였고 그 분은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더 주무셨지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손님은 가락시장에서 밤새 일을 하고 오시는 분이었는데, 그 뒤로 우리 서점 최고 단골이 되셨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오셔서 책을 사시고 또한 매우 열심히 읽으시며 살아가는 멋진 고객입니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고 있는데 과연 도움이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저는 <도서정가제> 도입을 ‘엄청난 것’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실제 도서정가제로 학교와 도서관에서 변화가 일기 시작했습니다. 적은 양부터 시작하여 서서히 양을 늘려가며 지역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온라인 서점이 출판사에서 헐값으로 책을 받아 반값에 되파는 등 가격 경쟁에서 우리 서점이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어느 정도 최저 가격을 붙잡아준 셈이지요.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 우리 서점은 더 말할 수 없이 힘들었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물에 빠져가고 있는 사람을 잡아준 것과 같습니다.”
 
그동안 서점을 하면서 애로사항은 없었는지......
“크게 애로 사항은 없습니다. 다만 도서정가제로 저렴한 가격에 익숙한 손님들이 몇 백원 가지고 깎아달라고 할 때 곤혹스럽습니다. 다른 방법으로 많이 배려해드리고 있는데 그럴 땐 섭섭하기도 하지요.”
이진표대표는 서점이란 지역주민과 함께 교류하며 정보를 나누고 서로 도와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서점대표들 회의 때도 최소한 입시나 학습컨설팅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한다고, 그래서 지역 주민과 소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실천이 되어 졸업생들의 교복을 받아 두었다가 필요한 신입생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고 택배도 맡아두는 등 지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불편함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그것을 힘든 일이 아니라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의 서점 한켠은 늘 산만하다. 그는 앞으로 서점도 진화하여 서점주가 지식이나 문화 컨설턴트를 하고 역사나 인문사회 박사가 서점을 겸하면서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전달하면서 그 상황에 맞게 맞춤형 책을 파는 시대가 와야 한다고 밝혔다.
 
이진표 대표는 마지막으로 진심어린 당부를 하였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서점이 다 없어져도 상관이 없는가?’ 서점은 우리 힘만으로는 지켜낼 수 없습니다. 좋은 풀이 자라라면 지속적으로 토양을 잘 가꾸어 주어야 하듯이 서점도 지속적으로 돌봐주어야 할 업종이라 생각합니다. 얼마 전 서울 도서관장님을 만났는데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책을 몇 권 덜 사더라도 서점에서 책을 사서 서점이 살아남는다면 이 얼마나 보람된 일이냐’ 그 이야기를 듣는데 눈물겨울 정도로 감사 했습니다 . 서점이 없어지지 않도록 각계각층에서 관심 가져주시기를 바라며 우리 서점 또한 서로 힘을 모아 함께 나아갈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큰 강물은 작은 물줄기가 모여 이루어지듯이 우리 서점도 ‘나 혼자 무엇을 할 수 있겠어?’ 또는 ‘이미 늦은 거야’ 라는 생각으로 포기한다면 이 나쁜 상황을 아무것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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