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격 담론으로 공유하는 지식의 보고, 함께 배우고 나눠야

 지구촌의 급격한 변화는 개인이 그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거대 제국들은 끊임없이 세계를 제패하려 하고, 정부는 권력 유지를 위해 개인에 대한 도감청을 포함해 시민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비이성적인 행태에 골몰하고 있다. 또 이슬람국가(IS)와 같은 극단적인 테러집단의 광기어린 폭력은 숱한 희생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한 마디로 혼돈과 갈등의 세상이기에 개인이 삶의 좌표를 정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다.

이런 변화의 시대를 어떻게 지혜롭게 잘 살아가야 할까? 일단 시대의 변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는 지식을 갖는 일이 중요하다. 지구촌 곳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슈퍼파워인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강대국은 어떤 전략으로 세계를 평정하고 있으며, 불평등의 격차가 커지고 빈곤의 악순환이 이뤄지는 지구촌에서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의 시민들의 삶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알아야 이해하고, 현실에 대처할 수 있는 법이고, 그래야 숱한 재난과 혼란의 와중에 개인의 가치와 행복을 지켜갈 수 있다.
 
수백명을 살상한 충격적인 파리의 연쇄 테러사건!
지난 11월13일 오후 9시16분, 프랑스 파리에서 충격적인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파리의 아롱디스망, 파리 북부의 일드프랑스, 생드니 경기장 등 최소 7곳에서 발생한 동시 다발 연쇄 테러 사건으로, 사망 129명, 중상 96명이 발생했다.
파리 시내 11구 볼테르가(街)에 있는 공연장 바타클랑 극장에는 AK-47 소총으로 무장한 테러범 세 명이 난입해, 미국 록밴드 이글스오브메탈 공연을 즐기고 있던 1500명의 관객 중 90여명을 살해했다. AFP통신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테러범들이 끊임없이 총을 재장전하면서 거의 15초 간격의 총격을 자행했고, 인질이 움직이거나 휴대폰이 울리면 곧바로 목숨을 빼앗았다. 약 세 시간 동안 90여명의 인명을 살상한 테러범 세 명은 폭탄으로 자살했고 한 명은 경찰 총격으로 사망했다. 다른 곳에서도 잔인한 인명 살해가 이어졌다. IS는 사건 직후 “여덟 명의 형제들이 프랑스를 공격했다”며 “프랑스는 무슬림을 공격하고 예언자 무함마드를 모욕하는 데 앞장섰다”고 비난하며, 자신들의 학살극을 정당화했다.
끔찍한 일이다. 이런 잔인하고 극단적인 재난과 사건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21세기 지구촌을 살아가기는 참으로 힘겨운 일이다. 국제사회가 공조해 이같은 테러를 막아내고, 시민의 가치와 권리를 지켜나가는 일은 참으로 소중하다.
 
르 디플로, 세계사를 관통하는 수준높고 진지한 담론의 세계
이런 국제사회의 동향과 새로운 정보기술 변화의 의미를 빠르고 정확하면서도, 세계사를 관통하는 수준 높고 진지한 담론으로 담아내는 대표적인 저널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Le Monde Diplomatique), 약칭: 르 디플로)>를 들 수 있다. 르 디플로는 프랑스의 일간지 <르 몽드>의 자매지인 국제전문 월간지로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교육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주요한 현안을 지식인의 눈으로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매체이다. 프랑스어 외에 한국어,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일본어 등 26개 언어로 73개국에서 발간되고 있다. 진보 성향의 월간지로서 단편적인 사건이나 속보성 기사보다는 국제 사회의 현안을 전문적이고 분석적으로 다루는 수준 높은 저널이다. 르 디플로는 특히 사회운동과 지구촌의 작동방식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대표적인 논객인 베르나르 카생과 이냐시오 라모네 등이 중심이 되어 신자유주의 세계화 운동에 대항해 활동하는 국제 시민 운동단체가 디플로와 함께 지구촌의 자유와 평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르 디플로는 11월호에서 초점기사로 게재한 ‘슈퍼파워 중국 미국 러시아’ 특집을 통해 ‘중국식 보편주의를 향한 중국의 야망, 중국이 곧 세계다’ ‘시진핑은 새로운 마오인가?’ ‘중국의 개혁이 향하는 곳’ ‘미국의 아시아 회귀정책의 중추 호주’ ‘러시아의 음험한 시리아 도박’ 등 세계 열강들의 행보와 정책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먹는 존재’인 ‘호모 에덴스의 탄생’ 특집에서는 인간의 음식에 대한 탐욕과 식민정채의 무기인 기근, 미식외교, 국제사회에서 관철되고 있는 음식과 관련된 다양한 정책을 탐사보도의 틀로 다루고 있다.
▲ 김홍국(한국협상학회 부회장, 국제정치학 박사)
디지털과 문화 분야에서는 디지털 식민화, 디지털 종교재판, 다원주의와 표현의 자유 등 다양한 현안들이 심층 분석되고 있다. 그야말로 지구촌의 전모를 살필 수 있는 다양한 시각과 분석이 수준 높은 필자들의 문장 속에 녹아있다. 지식의 보고인 셈이다.
시민의 삶과 행복을 지켜야 할 정부의 정책은 늘 과거와 현재에 머물러선 안된다. 정부는 지구촌의 주요한 현안을 국민들이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협력하며, 르 디플로와 같은 수준높은 담론을 함께 공유하고 사회적 토론과 협력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 지구촌의 최근 정보와 흐름을 놓치면, 변화에 뒤처지고 열강의 제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강대국들의 세력다툼 속에 국가의 운명, 개인의 삶을 지킬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르 디플로와 같은 지혜의 창을 통해 풍부한 지식과 해법을 공유하며 공동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독서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