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변화 흐름과 창의적 외교전략 담은 책은 우리 삶의 양식

한반도는 반만년의 역사 동안 무수한 침탈과 고난을 겪어야 했다. 중국은 한국을 조공을 바치는 변방의 오랑캐로 치부했고, 일본은 숱한 침범과 식민 지배를, 미국은 막강한 영향력을 통해 한반도를 자신들의 세력권 아래 두려는 정책을 펴왔다.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생존해야 하는 한국에는 늘 친일파, 친중파, 친미파, 친러파와 매국노들로 인해 역사의 굴절을 겪곤 했다. 그래서 외교전략은 열강의 쟁탈전이 교차하는 한반도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곤 했다. 그런 위기 속에서도 대한민국은 국가의 생존과 발전을 모색하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외교를 갈망하곤 했고, 열강을 중재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조정자 또는 중재자의 역할을 통해 미래를 열어가곤 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 국제사회에서 외교력이 뛰어났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외교에 대해 “대화는 친구를 사귀는 것이 아니다. 평화를 위해서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사악하다는 어떠한 정권과도 대화하는 것이다. 닉슨은 ‘전쟁 범죄자’라고 낙인찍힌 중국의 모택동을 찾아가서 대화했다. 레이건은 ‘악마의 제국’이라고 지칭하던 소련과 대화했다. 아이젠하워는 한국전쟁 중에도 북한과 대화하여 휴전협정을 맺게 했다. 오늘의 평화는 그 덕이다”라며 지혜롭게 국면을 주도하는 외교를 할 것을 강조하곤 했다. 생명이 휴식과 동면을 취하는 충전의 계절 겨울에 따뜻한 커피향을 음미하며 읽어야 할 5권의 책을 통해 치열한 생존경쟁을 펼쳐야 하는 대한민국의 미래와 외교전략을 고민해봤다.
 
2011년 이후 세계 각지의 사회운동을 집중 분석한 역작
세계적인 커뮤니케이션 학자 마누엘 카스텔의 저서 <분노와 희망의 네트워크>는 아랍 혁명과 월 스트리트 점령운동, 아이슬란드, 스페인, 터키, 브라질, 칠레, 멕시코 등 2011년 이후 전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사회운동을 집중 분석한 역작이다. 카스텔은 세계 각국의 사회운동 현장을 찾아, 인터넷으로 소통하고 도심공간을 점거하며 지도부 없이 운영된 오늘날 사회운동의 특성과 역학, 가치가 무엇인지 밝혀낸다. 그는 “혁명은 실패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뒤 “결과와 상관없이 이 사회운동이 다난했던 ‘과정’을 통해 우리의 미래에 크나큰 유산을 남겼다.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의 바람에 의해 열리게 되고 두려움 없는 젊은이들이 실행하는 권한 강화 행위에 영감을 준다”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홈스봄, 촘스키 등 석학 30명 글 40편을 담은 지혜의 보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펴낸 <르몽드 인문학>은 지난 6년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실린 담론과 분석, 기사를 모아 엮은 책으로, 이를 통해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와 위기의 한국 사회를 진단한다.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세계화 개념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혜안을 보여준 세계적인 석학 에릭 홉스봄, 장 지글러, 노엄 촘스키, 장 보드리야르 등 30명의 글 40편을 담고 있다. 업계의 로비에 휘말리지 않으며 거대 미디어들과 모종의 관계에 있지도 않는 신자유주의적 질서에 맞서는 이들 저자들의 고뇌를 담은 이 책에서 그들은 지구 공존의 법칙에 대해서, 더 이상 고민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세계사의 변화와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소중한 글들이 담겨있다.
 
시진핑 시대 중국엘리트 집대성...치열한 권력투쟁 전망
일본의 평론가 겸 작가인 미야자키 마사히로가 쓴 <중국을 움직이는 100인>은 시진핑 시대 중국 엘리트들에 대한 인물사전이다. 정치·경제·외교·금융 및 반정부 인사, 홍콩·마카오·타이완 인사 등 중화권을 이끄는 인사를 사실 전달 위주로 기술됐다. 그는 개혁파로 보이는 왕치산, 리커창, 리위안차오, 왕양 등이 정치국에 있지만, 서방이 요구하고 있는 것과 같은 ‘민주화’의 실천자는 아니라는 점, 개혁과 민주화에 대한 요구는 계속될 것이지만 시진핑 정권에서는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 특권계급의 유지가 정치 목표의 최우선 순위에 놓일 것이며, 결단력이 약한 시진핑 체제에서 원로들의 권력투쟁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거대 중국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 외교와 한국의 전략을 진단한 외교서 2편
김재철 가톨릭대학교 국제학부 교수의 저서 <중국, 미국 그리고 동아시아>는 중국과 동아시아 질서를 연구해온 저자의 시행착오와 성찰이 담긴 작품이다. 저자는 중국의 정책뿐 아니라 미국의 계획, 한반도의 상황, 동아시아 각국의 상호관계와 상황 등 다양한 측면을 살펴볼 것을 제안한다.

 

저자는 “아시아에는 미국과 중국간 경쟁이 제고되면서도 동시에 이를 제어하고 협력을 추진하려는 노력이 함께 전개되는 복합적 국면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김성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의 <일본외교와 동아시아 국제관계>도 동아시아에 속한 국가로서 일본의 정치와 외교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 관계 때문에 일본을 살펴보면서 외교전략을 수립할 것을 주문한다. 그는 아베 정부가 국수주의적 우익사관을 고수하고 주변국을 배려하지 않는 안보정책에 대해 우려하며,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선택을 통해서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상호 국가이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한다. 한반도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깊이 고민해야 할 지적과 시각이다.
▲ 김홍국(한국협상학회 부회장, 국제정치학 박사)
 
우리 정부의 외교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미·중 양대 강국 패권경쟁의 틈바구니에 놓인 한국의 지정학적 상황 속에서 우리 정부는 해답을 찾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점은 우려할 일이다. 게다가 남북관계마저도 최악의 상황을 지나고 있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머리를 모아야 한다. 이들 좋은 책들이 제시하는 경험과 지혜를 통해 최근 지구촌의 흐름과 변화,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키면서도 우리 국익을 극대화할 현명한 외교전략을 찾았으면 하는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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