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삶은 피곤하고 힘들다. 프랑스의 석학 토마 피케티의 분석대로 가진 자와 못가진 자 사이의 격차는 인류 역사상 가장 커졌다. 경제적 불평등은 정치적, 사회적 불평등으로 연결된다. 삶의 위험도 높아졌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등에서 보듯 갈수록 위험사회의 양상은 커지고 있다. 왕따현상, 스트레스, 고용불안, N포세대와 같은 이 시대를 상징하는 단어에서 보듯 상처받기 쉽고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위기사회에 살고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힐링(healing)이다. 마음을 위안하며 치유하는 힐링의 힘은 세다. 스스로를 성찰하게 하고, 시대의 모순과 문제점을 깨닫게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각오를 다지게 한다. 좋은 책을 통한 힐링은 삶의 가치를 높이고, 삶에 대한 의욕을 높여주는 자양분이다. 사고력을 기르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지평을 넓혀주며, 미숙한 생각을 깨워줌으로써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자아실현의 능력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 박범신 글, 황현숙 그림 / 맥스

  박범신 글, 황현숙 그림이 빛나는 컬러링북 <아름다운 날들>

 최근 힐링을 위한 컬러링북 열풍이 대세다. 서점에는 다양한 주제의 화려한 컬러링북이 나와 발길을 멈추게 한다. 컬러링북은 때론 단순하고 명징하게, 때론 다양하고 눈부신 섬세한 패턴으로 독자들을 감동시킨다. 어린 시절에 즐겼던 동화와 만화, 신화의 패턴, 꽃과 나무, 자연과 동물이 어울린 다양한 패턴은 크레용이나 붓을 든 독자를 몰입하게 한다. 하얀 도화지에 화려하고 아름답거나 단순하면서도 삶의 기쁨을 주는 디자인을 알록달록한 색깔로 채울 수 있는 컬러링북은 그림을 그리면서 힐링을 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예술독서인 셈이다.
컬러링북 중 눈길이 끄는 <아름다운 날들>(작가 박범신, 화가 황현숙, 도서출판 맥스)은 우리의 감수성과 기쁨을 깨우는 멋진 책이다. 시대를 초월한 미학적 감수성을 지닌 영원한 청년작가로 불리는 박범신의 보석 같은 경구들은 기쁨과 감동, 치유의 힐링으로 다가온다.
“젊은 당신이 빛나는 것을 본다. 나는 젊은 날, 나라는 존재가 별처럼 빛나고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내 안에 차 있는 청춘의 빛을 보았더라면, 그것이 소중하다고 생각했더라면, 나의 인생은 보다 우렁차고 깊어졌을 것이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말할 것도 없이 그 꽃이 제 목숨을 바쳐 그것을 피워냈기 때문이다.”
“가을엔 내면의 뜰이 넓어진다. 여름에 열어놨던 외부를 향한 창을 하나씩 둘씩 닫으면 내면의 뜰이 불현듯 넓어지는 걸 누구나 느낄 수 있다. 그 뜰에서 유장한 시간 속의 나를 보라. 내가 꽃피었던 순간들을 찾아보고, 또 앞으로 꽃피울 순간들을 가만히 불러보라. 내 존재가 사실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꽃으로 피어났던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깊은 성찰을 통해 보고 나면, 힘이 생긴다. 내가 취꽃이면 가을에 피는 것이고, 내가 국화라면 서리 내릴 때까지 기다릴 것이며, 또 내가 지난봄 피었다가 속절없이 져버린 철쭉, 라일락 혹은 이름 없는 작은 봄꽃이었다면 한 번도 예전에 오지 않았던 다른 새봄을 기다리며 겨울나기를 준비하면 된다. 살아 있다면 언젠가, 크든 작든, 화려하든 소박하든 ‘내 꽃’을 피우고 마는 것이 존재이고 사람이다.”
이런 글귀를 읽다보면 절로 인생의 가치를 돌아보고, 글과 그림의 조화로운 세계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황현숙의 꽃 그림도 감동이다. 박범신은 황현숙의 꽃에 대해 “황현숙의 꽃들은 ‘이야기’를 한다. 황현숙의 꽃들은 저만큼 객체로 떨어져 놓여 있는 게 아니라 우리의 내면을 비추는 창가에 놓여진 채 우리에게 낮고 다정하고 환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을 걸어오고 있다고 나는 느낀다. 세상이 아무리 얼음처럼 차고, 사는 일이 맷돌을 건 것처럼 무거울지라도 마음을 고요히 열고서 참된 본성의 빛으로 보면, 천지사방에서 생명의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는 걸 꽃처럼 보게 되리라고. 황현숙의 꽃들은 니르바나이고 부처이고 꿈이고,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이고 사랑이다.”라고 이야기한다. 30년 동안 화가로서 외길을 걸어온 그녀의 완숙함과 섬세함이 순수 그린 50여점의 꽃 그림에 정교하게 묻어 있다. 세심하고 감수성 풍부한 그녀의 그림에 깊게 몰입해 색칠을 해나가다 보면 일상에 지친 마음이 저절로 치유되는 힐링을 경험하게 된다. 영원한 청년작가 박범신과 진솔한 아름다움을 잔잔하게 그린 화가 황현숙의 아름다운 콜라보레이션은 또다른 감동으로 삶의 경이로움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힐링 그 자체이다.
 
어린이 바칼로레아 <철학하는 어린이>...세상사는 힘을 기르다
부모와 자녀가 대화하며 삶의 의미를 깨우치는 <철학하는 어린이> 시리즈(도서출판 상수리)는 모두 9권으로 구성된 책이다.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힘’을 자연스럽게 길러 주기 위해 기획된 이 책은 프랑스의 철학 박사이며 교육자인 오스카 브르니피에가 쓴 글에 프레데릭 레베나 등 9명의 화가들이 그림을 그린 어린이 철학서적이다.
<행복이 뭐예요?> <함께 사는 게 뭐예요?> <자유가 뭐예요?> <예술이 뭐예요?> <나는 누구일까요> <삶이란 무엇일까요?> <감정이란 무엇일까요?> <선과 악이란 무엇일까요?>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요?>라는 9개의 대주제로 구성된 책은 각각 다양한 소주제를 통해 철학하는 마음을 배우게 하고, 생활에서 스스로 철학을 실천할 수 있도록 했다.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정도로 탄탄한 철학과 인문학적 사고로 구성된 이 책은 마치 프랑스의 논술형 대학입학시험인 바칼로레아를 연상케 한다. 실제 바칼로레아는 타인을 심판할 수 있는가?(2000년)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1996년) 모든 사람을 존중할 수 있는가?(1993년) 등 생각의 깊이와 철학하는 힘을 더하게 하는 질문들로 구성돼 있다.
2014년 초등 교과서에 수록된 <자유가 뭐예요?>는 자신의 ‘자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자유’도 소중하며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자유를 함부로 제한하고 구속하려는 생각과 태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일깨워 주는 이 책은 갈수록 이기주의적이고 물신주의에 물든 세상에 한 줄기 빛과 같은 깨우침을 전한다.
“우리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나요?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우선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없는 불가능한 꿈들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도 배워야 하기 때문이지요. 당장 하고 싶은 욕구와 오랫동안 깊이 생각해 온 것들을 구별하기 위해서랍니다. 우리의 의지와 감정과 판단력에 한꺼번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랍니다. 우리는 원하는 건 무엇이든 다할 수 있어야 자유로운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뿐만 아니라 때로는 우리 자신의 신체적, 환경적 조건이나 제한 때문에 못하게 되는 일이 많답니다. 진정으로 자유로우려면 무언가를 선택할 줄도 알아야 하지만 용기 있게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자신의 두려움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자유란, 내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할 줄 아는 것이랍니다.”
▲ 김홍국(한국협상학회 부회장, 국제정치학 박사)
독자는 이와 같은 구절을 통해 스스로 자유의 중요성, 타인의 자유에 대한 배려와 함께 살아가기를 배우게 된다. 테러와 범죄, 갈등과 대결, 경쟁과 스트레스 가득한 세상에 인문학적 깨우침과 힐링을 통해 더 좋은 세상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소망이다. 정부도 고통받는 시민들의 소망에 적극 부응하는 정책의 실행과 함께 책읽는 문화를 진흥하는 다양한 시민 독서운동의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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