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훈
      (서울도서관장, 도서관문화비평가)
2016년 丙申年 설도 지났으니, 본격 원숭이해다. 한 해 독서 열심히 하겠다고 하는 결심을 여태도 지키고 있으리라 기대하고, 다시 결심을 새롭게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1월 말 문화체육관광부가 ‘201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년마다 조사한다. 아쉽게도 국민들의 독서율과 독서량, 독서시간 모두 2013년에 비해 감소했고, 또 책 읽기에 있어서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독서율이 감소하는 이유가 여전히 경쟁적인 학업이나 취업 준비(대학생)와 바쁜 사회생활(직장인) 등으로 대다수 성인들이 시간적으로나 정신적 여유가 없다는 점, 독서 습관을 충분히 들이지 못했으며, 매체환경 변화에 따라 책 읽기에 투입하는 시간과 노력이 상쇄되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상황은 개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고민이 크다. 시대는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다양한 상상과 새롭고 창의적인 생각이 중요해지고 있는데, 우리만 여전히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현실에 매여 허덕이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된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계속해서 책을 읽자고 하고, 또 지속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확대 조성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조사 결과는 실망스럽다. 우리나라 국민 독서율이 선진국 그룹의 평균은 된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말 정부나 지자체가 국민들이 책을 더 많이 읽기를 원한다면 보다 근본적이고 대대적인 원인해결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문제는 원인해결 노력의 핵심은 사실상 독서 현장에서 시행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국민 개개인이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유를 가지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우리 사회 현실이 쉽게 변할 것 같지는 않다. 거기에 독서 습관을 배울 수 있는 학교 현장에서조차 오히려 책 읽는 것을 기피하도록 하는 분위기가 여전하지만, 이 또한 쉽게 바뀔 것 같지가 않다. 과연 어떻게 하면 국민들이 책을 더 잘 읽게 할 수 있을까? 공공도서관을 더 짓고, 자료구입비를 늘리는 것과 같은 일들은 이미 십 수년 꾸준히 해 온 것임에도 독서율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어떤 방법이 있을까 싶다. 책 읽는 사회를 만드는데에는 결국 국민들이 나서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대중교통에서 책을 꺼내고, 이웃에게 도서관이나 동네서점을 함께 이용하자고 권하고, 책 읽는 모임을 만들고. 지금보다 더 요란할 정도로 책을 읽는 사람들이 동네 구석구석에서, 길거리에서 스스로의 힘을 보여줄 때다. 언제 광화문 대로에서 책 읽는 사람들 모두 모여 거리 퍼레이드라도 해 보면 좋겠다. 참, 그나마 요즘 동네책방들이 주목받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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