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훈(서울도서관장, 도서관문화비평가)
 얼마 전 아인슈타인이 예언했다는 중력파를 실제 확인한 놀라운 일이 발표되자,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은 온통 그 이야기로 가득했다. 무려 130억 광년이나 떨어진 곳에서 2개의 블랙홀이 결합하면서 발생한 중력파를 이번에 확인한 것이라고 한다. 얼마 되지 않아 중력파에 대한 책도 출간되었다. 내 상상력을 벗어난 일이 확실하게 존재하고 또 그것을 확인하는 인간의 능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고보니 2015년을 마무리하면서 여러 매체 등에서 선정한 올해의 책에 과학 분야 책들이 꽤 여럿 포함되었었다. 살펴보면 과학 분야에서 꽤 다양한 주제와 깊이로 읽을 만한 책들이 많이 출판되고 있다. 그런데 내가 읽은 책들 가운데에는 과학 분야 책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요즘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거의 모든 요소는 근본적으로 과학적 사고를 가져야 제대로 알고 이해할 수 있다. 임마누엘 패스트라이쉬 교수는 ‘과학은 논리와 상상력을 동원해 진리를 체계적으로 추구하는’ 것이라 교육과 한데 묶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한다. 시민들이 과학을 제대로 알게 된다면 지금의 급격하고 빠른 변화와 발전의 동력이면서도 우리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는 ‘과학적인 원칙을 실생활에 창의적으로 적용하는 기술’의 부정적 영향을 통제하고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보통의 시민들이 의미있는 과학 지식과 통찰을 얻을 수 있을까? 외국어를 배울 때는 그 언어로 쓰인 책을 읽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것처럼 과학에 대한 지식은 우선 과학 분야 책을 읽는 것이 유용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과학책이 많이 나와야 한다. 과학 분야 전문가들이 시민들에게 쉬우면서도 정확하고 통찰력이 더해진 글들을 써야 한다. 그걸 출판사들은 멋진 책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 물론 출간된 책들은 서점이나 도서관을 통해 독자들이 실제 사거나 읽는 것으로 연결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과학 분야 전문 출판도 더 많아야겠고, 과학 분야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공공도서관이나 서점들도 있어야겠다. 무엇보다도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과학에 의한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데 우리들이 그 시대를 이해하고 적응하고 나아가 더 나은, 모든 사람들이 함께 새로운 미래를 행복하게 누릴 수 있게 만들어 가기 위한 시민들의 노력이 절실하다.
 
 앞에서 언급한 중력파 검출 이후 평가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바로 ‘우주를 보는 새로운 눈’을 얻었다는 것이다. 엉뚱하게 그렇다면 책도 중력파다라고 생각했다.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열어주는 것이니까. 과학과 책이 결합했다면 우주와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주는 귀한 존재가 아닐까? 그러니 어찌 과학 분야 책들을 더 자주 찾고 읽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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