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11일 오후 5시.
 계룡문고 입구에는 “서점을 가까이하는 것은 만 명의 스승을 가까이 모시는 것과 같다. -황보태조-” 서점을 찾는 이들의 눈길을 끌고 발걸음을 흡족하게 하는 문구가 붙어 있다. 그림책 ‘왜요?’를 읽어 주어 ‘왜요? 아저씨’ ‘외계인’ 등으로 불리는 대전 계룡문고 이동선 대표와의 인터뷰는 그림책에 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동선(계룡문고 대표)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그림책을 읽어주는 ‘책 읽어주는 아저씨’로 유명하다. 임신부(태아)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모든 세대에게 책을 읽어 준다. 서점업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2003년부터 현재까지 서점을 방문하는 아이들에게 매월 두 번째 토요일 ‘책방나들이’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황: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 네, 반갑습니다.
 
황: 서점을 둘러보니 공간이 생각보다 넓네요.
요즘 오프라인 서점이많이 어려운데 계룡문고는 어떠한가요?
이동선 대표:IMF이후 인터넷 서점이 등장하면서 오프라인서점들이 급격히 무너졌고, 이미 대학가에는 서점이 멸종되었으며 동네마다 있던 서점들이 거의 자취를 감추고 초𐤟중𐤟고등학교 앞에 있는 서점은 단행본은 없어지고 참고서만 파는 서점으로 전락하는 등 심각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저는 책 읽는 사회문화를 부활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책으로 모두 풍덩 빠뜨릴 수 있도록 말입니다. 하지 않아서 문제이지 컴퓨터 게임과 스마트폰을 독서가 완승으
로 이길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십 수 년 간 해오는데 백전백승입니다. 방법과 관심의 문제입니다.
 
황:그렇다면 그 방법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동선 대표: 현재 독서교육을 한 번 보세요. 아이들이 주체가 아닌 부모의 일방적으로 사준 전집류와 학교선생님이 정해준 책들만 보라고 강권합니다. 학교도서관에 있는 책들 중 학생들이 고른 책이 몇 권이나 될까요? 아이들은 자신이 고른 물건은 소중히 다루는 특성이 있습니다.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맘껏 고르게 하다보면 저절로 안목이 높아져 어른들이 우려하는 오류는 범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점을 방문하여 내가 고른 것이 내 것이 되게 하는 것, 이것이 최고의 방법입니다. 책과 친해짐과 동시에 바로 아이들의 마음을 존중해주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한꺼번에 많은 책을 구입하기 보다는 자신이 소화할 분량의 책을 구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이든 넘쳐 남은 부족함만 못하기 때문입니다.
 
황:문고 대표로써 책을 조금씩 구입하라고 하셨는데, 서점에 와서 책을 많이 구입하면 좋은 일 아닌가요?
이동선 대표:요즘 서점운영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저 역시도 이런 현실 속에서 갈등이 많이 생깁니다. 그렇다고 저희 서점만을 위해서 무조건 많이 팔려고만 하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죠. 밥을 한 달 치나 일 년치를 먹으라고 한다면 아이들은 분명 질려버릴 겁니다. 책도 한꺼번에 많이 사주거나 전집류를 구입해주면 제대로 보기는커녕 책을 싫어하게 되는 데 대부분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황:책방나들이(서점견학) 프로그램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요?
이동선 대표: 13년 전에 교육에 뜻을 가진 선생님 한 두 분이 아이들을 데리고 서점에 오신 것을 보고 배웠지요. 그 효과가 너무 좋아 잘 아는 작은 학교 교장선생님을 찾아가 부탁해서 실시하니 전교생이 책에 빠진거죠. 그야말로 독서교육의 대박이었지요. 이후 그 교장선생님이 적극적으로 다른 학교에 알리고 몇몇 학교들이 참여했고, 학교로 찾아가 책읽어주는 봉사까지 하니 자연스럽게 늘어났습니다. 유아교육기관 쪽은 좀 더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그리고 서점 견학만 하면 모두 책속에 풍덩 빠지니 모두가 놀랐던 겁니다.
 
황:‘책읽어주기’는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대표님 혼자 진행하시나요?
이동선 대표:서점에는 저 말고 원조격인 책읽어주기의 고급인력이 한 분 계신데 그분이 하는 것을 보고 듣고 하다가 하게 된 거예요. 제가 책 읽어 주는 것을 보고 엄마들이 집에 가서 남편하고 싸우기도 한답니다.(웃음) ‘왜 당신은 책을 안 읽어주냐’고하면서요. 아빠들이 책 읽어주는 것을 들은 경험이 없으니 읽어 줄 수도 없겠죠. 그래서 말씀인데 아빠교육이 점점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빠들이 책 읽어주는 소리를 많이 듣고 그 중요성을 알아야 자녀에게 읽어주게 되죠. 그러면 자연스럽게 책 읽는 가정문화가 이뤄지는 거지요.
 
황:‘책 읽어주는 아빠 모임 회장’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어떠한 계기로 이 모임을 만들게 되었나요?
이동선 대표: 엄마에게만 맡기기엔 여러 가지로 바람직하지 않아 뜻있는 아빠들이 모여서 만들었지요. 가정에서 아빠가 들러리로 있다든지 아이와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헛 교육하는 것이니까요. 모임에 꾸준히 나오는 아빠들의 가정에는 자녀교육도 잘 되고 소통도 잘 되어 매우 모범적인 가정이 되었죠.
 
황: 초등학교 외에 여러 곳에 찾아가서 책을 읽어주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주로 어느 곳을 찾아가나요?
이동선 대표: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산후조리원, 지역아동센터 등 가리지 않고 찾아가 읽어 주지요. 처음엔 학교로 찾아가 책을 읽어주겠다고 하면 이상한 눈으로 봤어요. 책 팔러온 사람쯤으로 본거죠. 하지만 아무 조건도 없이 책 읽어주기 봉사만 했더니 소문이 나서 이곳저곳 책 읽어달라고 연락이 와서 몸살이 날 때도 많습니다.
 
황:‘왜요아저씨’ 란 별명이 어떻게 생긴 건가요? 그리고 아이들이 왜요아저씨를 진짜 외계인으로 안다면서요?
이동선 대표:아이들에게 호기심을 갖게 하고 책을 더 가까이 하게 하려고 책 속에서 꾀를 낸 것인데요. 책 속에 외계인 글자라며 기호표시로 해 놓은 것이 있거든요. 맨 뒤에 한글로 맞춰서 읽을 수 있게 해놓았는데, 이 책을 처음 보니 선생님도 아이들도 잘 몰라요. 그렇지만 저는 미리 알아놨다가 읽어주죠. 그럼 아이들은 진짜 외계인 인줄 알고 놀라기도 하고 또 많은 아이들은 “에이, 아저씨, 장난하세요?”그래요.
 
황:책 읽는 문화를 위해 그림책을 매개로 다양한 시도를 한다고 들었는데, 소개해 주십시오.
이동선 대표:어르신들께도 책을 읽어드리는데 반응이 아주 좋아요. 어르신들이 텔레비전을 좋아하는 이유는 보여주고 들려주니까 좋아하시죠. 그림책 읽어드리는 것도
들려드리고 보여드리는 거잖아요. 또 은행이나 병원, 미용실처럼 잠깐씩 머무르는 장소에 그림책을 두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밖에도 관공서 휴게실을 시작으로 호텔(숙박시설) 객실, 식당, 커피숍 등 할 수 있는 공간은 지천에 널려 있어요. 독서량이 부족하다고 언론과 각종 기관이나 단체에서 자주 지적하지만, 대안이 부족한 것이 답답해서 내 나름대로 대안을 제시해 본 거예요.
 
황:서점을 둘러보니 헌책(중고)을 파는 코너가 있던데요. 자세한 설명 듣고 싶습니다.
이동선 대표: 책으로 지역민이 소통하는 공간을 더 만들고 싶어서요. 저자들에게 조금 미안하기는 한데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한쪽 코너엔 기증도서 공간을 마련해서 판매하는데 판매금은 모두 보육원이나 지역아동센터아이들을 서점에 초대해서 책을 선물하는데 쓰고 있어요. 효과가 아주 좋습니다. 아예 중고헌책방인 이 코너 수익금 전체를 어려운 이들에게 책으로 선물하는데 쓰려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에 환원도 해야 하니까요.
 
 
황: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나요? 있다면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세요.
이동선 대표:모든 초등학교 앞에는 어린이 전문서점, 중고등학교 앞에 청소년 전문서점 북카페 형태로 만남과 소통의 공간으로 만들어 준비된 전문인에게 운영권을 드리고 싶어요. 또 유흥가로 뒤덮인 대학가는 학과별 전문 북카페를 많이 만들고 싶고요. 더 나아가 유럽처럼 동화마을, 책마을을 여기저기 많이 만들고 싶어요. 작가, 출판인, 어린이도서연구회 같은 단체, 서점인과 시민들의 멋진 어울림이 있는 공간을요.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서점인을 육성해야겠죠. 서점대학을 꼭 운영하고 싶습니다.
 
황:오늘 서점이란 공간 활용의 다양성을 느낄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긴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동선 대표:저 또한 저희 서점 소개와 더불어 오프라인 서점의 현실을 되짚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계룡문고 이동선 대표는 ‘문을 닫는 서점들이 늘고 있는 지금이라도 서점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해야한다. 서점을 단순히 책만 사고파는 곳이 아닌 바깥서재로서, 도서관으로, 학교로, 지역경제와 문화를 살리는 지역의 중심으로 인식하고 서점인과 지역민이 함께 그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는데 선뜻 ‘그림책을 읽어주겠노라’하는 이동선 대표(계룡문고)에게서 전문서점인 이기보다 ‘책읽어주는 아저씨’란 호칭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그림책 ‘피아노 치기는 지겨워’를 듣는 내내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 시절로의 여행을 하는 호사를 누렸다.
 
‘대전에 오면 왜요?아저씨가 있다! 외계인 아저씨가 들려주는 그림책 이야기 속으로 풍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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