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종이향을 자아내는 <작은 정원>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 곳에는 만개한 꽃밭이 뿜어내는 풍성한 꽃내음 대신, 따뜻한 찻잔에서 차향(茶香)이 잔잔하게 퍼지듯, 보드랍게 코끝을 간질이는 감미로운 책내음이 있습니다.

 
  작은정원 서점
 
 푸르른 관악산을 마주하며 안양시에 위치한, 목련이 흐드러진 정원을 끼고 있는 하얀 벽돌집. 이 곳에서 그림책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에 싹을 틔우고자 하는 ‘모든 세대를 위한 그림책 북스토어’ <작은 정원>의 윤수희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작은 정원>이라는 서점 이름을 어떻게 짓게 되었나요?
 그림책은 씨앗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마음에는 저마다의 정원을 갖고 있는데 그 내면의 정원을 풍요롭게 가꿀 수 있는 것이 씨앗, 바로 그림책인거죠. 이런 의미에서 그림책이 우리의 마음속에 다양함을 심어줄 수 있기를 기대하며, 서점의 이름을 <작은 정원>으로 지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저희의 마음을 느끼시라고 실제로 저희 서점에 작은 정원을 꾸며 놓기도 했고요.
 
 <작은 정원>이라는 이름처럼 아기자기한 정원과 원목 책장이 눈에 띄네요. 이렇게 인테리어를 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일반적인 서점에서 책을 접할 때와는 달리, 저희 <작은 정원>만이 전해드릴 수 있는 책과 관련된 이미지, 책이 있는 공간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정원에는 나무와 꽃밭이 가꾸어져 있고, 서점에는 나무향 혹은 종이향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이 풍겨져 나오는 공간을 꿈꾸며 말이죠. 그리고 책장은 저희 어머니가 20년 전에 서점을 하셨는데, 그때 사용했던 책장이에요. 저를 그림책의 세계로 이끈 나침반 같은 존재랄까요? 그때부터 그림책을 보기 시작해 그림책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게 되었으니까요.
 
 어머니의 숨결이 느껴지는 대를 이은 서점업을 하시는 셈이네요. 하지만 우리나라 독서인구는 OECD 국가의 평균보다 아래로, 4명 중에 1명이 전혀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하죠. 이러한 어려운 독서환경에서 서점을 운영하게 된 계기나 운영철학이 있으신지요?
 우리나라는 서점이라는 공간에 대한 경험과 인식이 부족한 편이예요. 이를테면 서점에 가서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고, 집에 와서도 그 책을 두고두고 볼 수 있다는 기대감 같은 것 말이죠. 아동 서점은 전집출판사를 끼지 않고는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고, 대형서점이나 출판사에서는 몇 몇의 베스트셀러만을 내세우다보니 독자들이 책을 다양하게 읽을 수 있는 권리가 점점 사라질 수밖에 없어요. 좋은 책인데 홍보가 안 되어 팔리지 않으니 안타깝게도 절판이 되더라고요. 이러한 상황에서 좋은 책을 살리는데 제가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책방을 열게 되었어요. 지금 좋은 건 앞으로도 좋고 옛날에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담고 있는 것이 바로 그림책이구요.
 
 사실 성인들이 그림책을 가까이 하기에는 쉽지 않은데요, 그림책만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그림책은 스토리가 간결하고 메시지가 단순하게 전달되다 보니 이야기의 틈이나 공백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런 공백들을 메우기 위해서 우리의 생각이 들어가게 되고 때문에 스토리를 더 깊이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되죠. 그림책을 통해 열린 생각들을 많이 떠올릴 수 있고 생각할 여지를 많이 던져 주는 점이 바로 그림책의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읽었던 그림책은 몇 장의 그림만으로 책의 스토리와 책에 대한 느낌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는 매력도 있어요. 어렸을 때 읽었던 그림책들을 저는 여전히 소장하고 있는데, 책을 다시 꺼내 볼 때면 제가 어렸을 때 그 책을 읽었던 감동, 그 느낌이 다시 느껴지곤 하거든요.
 
 마치 우리가 사진을 보면서 어렸을 때의 추억을 더듬는 것과 같이, 대표님에게 그림책이란 지난 시절의 생각, 감정을 담고 있는 사진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림책을 좋아하시는 만큼 책 추천 노하우가 있을 것 같은데요, 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좋은 그림책을 어떻게 골라줄 수 있을까요?
 저는 어머니가 읽어서 재미있는 책을 고르시라고 권해드려요. 아이들마다 책을 받아들이는 것도 다르고, 그 깊이도 다르고, 파생되는 생각도 다르고, 그에 따라 확장되는 세계도 다르거든요. 그런데 그림책을 하나의 수단으로 보고 갖춰진 틀 안에서 ‘이 책을 읽으면 우리 아이가 뭘 얻을 수 있을까’에 치중한 나머지, 아이들의 생각을 키워 주는 책이 아닌 연령에 맞춘 상황별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들이 주로 권장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죠. 아이들의 문제 상황을 해결하려는 수단으로 책을 바라볼 뿐, 그 이상의 중요한 가치관이나 깨달음을 주는 책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어요. 또한 책을 학습의 도구로써 인지시키시기 때문에 아이들이 책을 공부의 대상으로 볼 뿐, 하나의 놀이라든지 멋진 어떤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죠.
그래서 저는 일정한 기준에 얽매이지 마시고 다양한 책을 고르시되 어머니가 읽어서 재미있는 책을 고르시라고 권해드려요. 엄마가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면 아이도 다 느끼거든요.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면 나중에는 아이도 스스로 자기가 원하는 책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이 생기게 되요.
 
 작은정원 윤수희대표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림책은 무엇인가요?
 너무 많아서 딱히 한 가지를 고르기는 어렵지만... 《아버지의 꿈》이라는 그림책을 소개해 드리고 싶네요. 하늘을 나는 꿈을 간절히 소망했던 아버지가 있었는데,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되죠. 하지만 아버지의 꿈을 발견한 어른이 된 아들이 아버지의 꿈을 대신 이루게 되고, 그 아들에겐 또 아들이 있다는 내용이예요. 세상의 아들들에게 아버지의 꿈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3대의 삶을 그려볼 수 있고 아이들도 책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자기 안에서 상상의 세계를 펼칠 수 있어요. 내 아버지와 내 아이를 연결해 주는 꿈의 실현! 한번 읽어보세요, 아마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끼실 수 있으실 거예요.
 
 매 달 발간되고 있는 ‘씨앗 패키지’는 무엇인가요?
 그림책은 씨앗과 같은 거라서 이 씨앗을 마음에 심으면 우리의 내면이 풍요롭게 가꾸어 진다고 생각해요. 이 그림책 씨앗을 ‘어떻게 심을까’를 제안해 주는 것이 바로 씨앗 패키지이고, 그림책을 읽고 우리의 경험을 어떻게 더 확장시킬 수 있는지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그래서 한 권의 그림책을 추천하고 그림책의 이야기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도록 매 달마다 패키지 형태로 진행하고 있어요. 이번 달에는 《깜짝 선물》이라는 책인데, 선물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고, 어쩌면 책이 우리가 바라는 그 모든 선물을 다 포함하고 있는 가장 놀라운 선물일 수도 있다는 따뜻한 내용으로 아이들의 마음속에 씨앗을 심고 있는 중이랍니다.
 
 씨앗 패키지
 
 그림책 전문 서점으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계신데요, ‘그림책 아카데미’와 ‘그림책 프로그램’은 어떤 것인가요?
 예전에 그림책을 컨텐츠로 교육 과정을 설계하는 일을 했었기 때문에, 서점을 하면서도 자연스레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어요. 저희 그림책 과정들은 교육전문가 최영애 박사님을 모시고 진행되는 프로그램인데, 이미 이론적인 평가를 마친 검증받은 프로그램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어요. 인성, 혁신, 부모교육 등의 주제로 8주차 3단계의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죠. 주제에 따른 그림책이 주축이 되는 가운데, 원예 활동을 통해 식물(생명)오감으로 느끼고 그와 관련된 감성들을 일깨우도록 합니다. 사실 미국에서는 이런 정원 기반 교육이 활성화 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접근이라 아직 낯설게 느끼시더라구요.
 
 특색 있는 동네 서점으로써 서점 분야의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하셨는데, 혹시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요?
 00서점! 하면 나름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서점, 그 서점만의 색깔을 가진 작은 책방들이 많아 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동네의 작은 서점들이 다양성을 갖추고 그 서점이 표현하는 색깔(보유하고 있는 서적의 컬렉션)에 따라 고객들을 모이고 흩어지게 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에도 서점에 대한 새로운 취향과 경험들이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 일환으로 다른 사장님들과 플리마켓을 열어 작은 서점을 알리는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출판업계도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다양하고 개성있는 도서의 출간에도 관심을 가지게 될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아이들에게 책을 직접 읽어주셨으면 해요. 실제로 17세까지 부모님이 책을 읽어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부모님이 책을 읽어주면 아이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행간에서 수많은 상상을 하게 되고, 수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수많은 자기를 그려낼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거든요. 게다가 그림책을 통해 아이와 함께 공유한 이미지는 부모와의 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만들어 주죠. 그림책의 연령이나 글밥의 많고 적음을 따지지 마시고 그저 편하게 읽어 주세요. 그러면 더 이상 아이에게 어떤 책을 읽어주어야 할지, 과연 지금 좋은 책을 읽어 주고 있는 것인지 불안해하실 필요가 없으실 거예요. 아마 아이의 엄마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확신을 얻게 되실 테니까요.
 
 윤수희 대표의 바람대로 그림책을 통해 바라보는 저마다의 세상이 우리의 굳어버린 생각을 깨우고, 결핍되었던 마음에 풍요를 채워주기를... 책에서만 존재하는 그림책의 세상이 아닌, 우리의 삶도 그림책처럼 따뜻해지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수많은 <작은 정원>들은 우리를 향해 부지런히 씨앗을 뿌리고 있답니다.
시작은 한 알의 작은 씨앗이었지만 언젠가는 우리 저마다의 마음속에 작은 정원, 때론 커다란 정원을 가꿀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인터뷰를 마치고 가벼운 걸음으로 <작은 정원>을 나섭니다. 따사로운 봄 햇살이 나의 씨앗에도 내려앉는 듯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며, 저 역시 그림책 한 권을 펼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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