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훈(서울도서관장, 도서관문화비평가)
 몇 달 전 영국 서섹스대학교 인지심경 심리학과 데이비드 루이스 박사팀이 현대인에게 가장 심각한 문제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책 읽기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한다. 연구팀이 책 읽기와 산책, 음악 감상, 커피 마시기, 비디오 게임이 스트레스 해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조사한 결과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조사결과일 것이다. 그리고 무척 다행스러운 결과다. 책 읽기가 점점 더 사람들 관심과 실천에서 멀어지고 있는 요즘에 이처럼 반가운 이야기가 또 있을까 싶다.
 위의 조사를 이끈 루이스 박사는 사람들이 경제 상황 등이 불안정한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은 욕구가 큰데, 책이라는 작가가 만든 상상의 공간에 푹 빠져 일상 걱정에서 탈출할 수 있기 때문에 무슨 책을 읽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어떤 책을 읽는지는 중요하지 않을까? ‘한 시간 독서로 누그러지지 않는 걱정은 결코 없다’(샤를 드 스공다)는 말과 관련한 한 웹툰을 본 적이 있다.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왜 한 시간 지났는데 분노가 생기지?’라고 인상을 쓰고 있다. 자세히 보면 그림에 등장하는 책은 ‘교과서’다. 그렇긴 하겠다 싶다. 그렇다면 무슨 책을 읽는가는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무슨 책을 읽는지 중요하지 않다는 관점과 중요하다는 관점, 둘은 공존할 수 있을까?
 이 두 관점이 동시에 존재하는 공간이 도서관이다. 도서관에는 많은 책이 있다. 이 책들은 기본적으로 그냥 아무렇게나 들여 놓은 것이 아니다. 출판된 많은 책들 가운데서 ‘고르고 고른 것’들이다. 도서관마다 조금씩은 차이가 있겠지만, 이용자들의 관심에서부터 당장은 아니더라도 미래에까지 이어 전달할 책들까지 확실한 의미를 가진 책들을 골라 입수한다. 거기에 계속 이용하는 과정에서 사회적인 ‘신뢰’가 더해진다. 도서관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장서개발’이라고 한다. 그래서 도서관에서는 어떤 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시민이나, 어떤 책이든 괜찮다는 시민이나 모두가 실패하지 않을 수 있다. 적어도 도서관이 가진 책은 ‘교과서’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책들이 있으니 도서관은 누구라도 자유롭게 와서 의도를 가지고 책을 찾아 읽든, 그냥 어떤 책이든 꺼내 읽든 실패하지 않고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도서관은 ‘영혼의 치유소’라고도 했다. 최근 스트레스 해소에 가장 좋은 방법이 책 읽기라는 조사결과는 어쩌면 이미 수 천 년 우리가 알고 있던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으셨다면 도서관을 찾아 서가 사이를 거닐어 보시길 바란다. 그곳에서 바로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을 어떤 책을 운명처럼 만날 수 있다. 그런 놀라운 경험이 다시금 일상을 새롭고 힘차게 살 힘을 줄 것이다. 도서관이 마을에서 가장 소중한 곳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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