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100인 로이 최 사례, 함께 나누는 한국형 문화 육성 필요

먹방, 쿡방, 마스터셰프 열기에서 보듯 음식문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셰프들이 TV 곳곳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예능 프로그램의 진행자나 초대손님으로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요리를 배우고 싶다는 열망도 높아져 조리사 자격증 시험에 수험생이 몰리고, 호텔조리학과를 선망하는 고교생들의 지망 열기도 높아지고 있다.
 
음식, 즉 먹고싶은 갈망은 인간 욕망의 첫 번째 요소다. 인간의 욕구는 식의주(食衣住)에서 시작한다. 배가 고파질 때 코를 자극하는 달콤한 음식의 향기는 인간을 몰아지경으로 몰아넣는다. 옷은 약간 허름하거나 낡아도 입을 수 있고, 집은 낡거나 좁아도 견딜 수 있지만, 좋은 음식을 앞에 놓고 참기는 어려운 법이다. 오죽하면 영국의 극작가 겸 평론가인 조지 버나드 쇼는 “음식에 대한 사랑처럼 진실된 사랑은 없다”고 말했으며, 명작 <톰 소여의 모험>으로 유명한 미국의 문호 마크 트웨인이 “인생에서 성공하는 비결 중 하나는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힘내 싸우는 것이다”라며 음식예찬론을 폈을 것인가?
 
시장기를 달래는 흰 쌀밥에 뜨끈한 김치찌개의 온정,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두부찌개와 설렁탕의 은은함, 깊은 밤 가족과 먹는 한 젓가락의 라면의 훈훈함, 코를 자극하는 자장면의 달콤함과 중국 고량주와 함께 하는 탕수육 한 점의 달달함, 신선한 회와 초밥의 정갈함, 와인 한 잔과 어울리는 잘 구워진 스테이크의 세련미...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는 음식의 향연이다. 오죽하면 <국가론>을 쓴 철학자 플라톤이 “음악과 리듬은 영혼의 비밀 장소로 파고든다”고 음식의 가치를 최고의 언어를 동원해 설파했을 것이며, <수상록>을 쓴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가 “잘 먹는 기술은 하찮은 기술이 아니다. 그로 인한 기쁨은 작은 기쁨이 아니다”라고 ‘잘 먹기’의 중요성을 강조했을 것인가?
정말 인생에서 성공하는 것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좋아하는 사람과 사랑을 하고, 좋아하는 집과 옷을 갖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갖는 것 아닐까. 포식난의(飽食暖衣), 고량진미 (膏梁珍味), 진수성찬(珍羞盛饌)과 같은 한자성어는 인간의 먹는 욕구를 잘 드러내고 있다.
 
좋은 음식은 그래서 늘 화제를 몰고 다닌다. 만화 <식객>으로 감동을 준 만화가 허영만 화백은 15년에 걸쳐 영광 굴비 덕장, 태백 매봉산의 고랭지 배추밭 등을 방문하며, 좋은 식재료와 맛난 음식들을 찾아 전국을 주유했다. 일본만화 <맛의 달인> <미스터 초밥왕>등에 나타난 일본의 좋은 식재료 찾기 열풍이나 수준높은 음식문화 이야기가 이를 잘 나타내준다.
 
허영만 식객 이은 스타셰프들의 베스트셀러 붐 주목
스타셰프들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것도 음식문화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잘 보여준다. 유명 셰프인 백종원의 <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 메뉴 52>, 박찬일의 <박찬일의 파스타 이야기>, 에드워드 권의 <일곱 개의 별을 요리하다>, 여경옥의 <2000원으로 중국요리 만들기>, 박재은의 <육감유혹>, 임지호의 <마음이 그릇이다 천지가 밥이다>, 샘 킴의 <샘 킴의 이탈리아 요리> 등도 요리서적으로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처럼 좋은 음식을 만들려는 한국인들의 열망은 서양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적인 시사주간지 <타임>이 최근 발표한 ‘2016년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The 100 Most Influential People)’에 한국인으로 선정된 스타 셰프 로이 최(46)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 버락 오바마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 1위원장,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팀 쿡 애플 CEO, 영국 가수 아델 등과 함께 선정되면서, 일약 세계적인 인물로 부상했다.
그는 개척자(Pioneers) 분야의 ‘요리 개척자(Culinary Trailblazer)’로서, 2008년말 한식인 불고기와 멕시칸푸드인 타코를 접목한 한국식 타코를 선보인 ‘고기(Kogi)’로 타코트럭 열풍을 일으킨 ‘푸드트럭 대부’로서 주목받았다. <타임>은 “완전히 새로운 컨셉으로 푸드트럭 이미지를 올려놨다. 재능 있는 요리사들이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창업을 하고 비즈니스에 성공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했다. 소셜미디어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에도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타임>은 로이 최가 빈곤지역인 사우스LA 왓츠에 올해 초 문을 연 건강식 패스트푸드점 ‘로콜(Locol)’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지적한 뒤, “로콜은 최고급 재료로 건강을 생각해 만든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빈곤층의 건강과 삶의 질 개선을 꾀했고, 로이 최는 ‘빈곤층 성자 셰프’라는 또 다른 별칭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빈곤층의 삶에 기여하는 음식문화로 일약 세계적인 인물이 된 셈이다.
▲ 김홍국(한국협상학회 부회장, 국제정치학 박사)
 

 이처럼 요리와 음식문화는 주류문화로 부상하면서, 인문학 열풍 못지 않은 뜨거운 관심과 화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정부는 우리 음식문화를 포함한 한국형 문화를 키우고 가꾸기 위해 이같은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며,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우리 음식문화를 육성하기 위한 중장기적 로드맵과 지원프로그램을 본격화해야 할 것이다. 또 음식문화를 다룬 다양한 책을 나눠읽으며 전통음식을 지키고, 창의적인 생각을 교류하는 다양한 독서모임과 요리모임들이 이같은 정책을 실천하는 중심에 서도록 적극 후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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