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닦아 궁극에 이르다

 

▲ 배일동 지음 | 366쪽 | 값 20,000원발행일 2016월 5월 26일 | 분야: 인문판형: 153×210ISBN: 978-89-8407-561-0 03800

“재주보다 중요한 것은 오직 정성스러운 공부다”

진정한 예인을 위한 지독한 공부법

  독공(獨功)이란 소리꾼이 스승에게 배운 소리를 가다듬고, 더 나아가 자신만의 독창적인 소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깊은 산속에서 홀로 공부하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백척간두에 홀로 서서 절절하게 공부하여 진정한 자기 소리를 찾는 과정이다. 이것은 단순히 판소리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예술가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이 거쳐야 할 과정이다. 스승의 그늘에서 벗어나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묻고 찾아서 절차탁마하는 진짜 공부를 거쳐야 독창적인 예술 경지에 오를 수 있다. 그렇기에 예술가란 눈앞에 놓인 세상일에 대한 근심은 과감히 접어두고 자신의 영혼이 담긴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궁벽진 곳으로 가서 스스로 싸워야 한다.

 이 책의 저자 배일동은 26년간 소리꾼으로 수많은 국내외 공연을 해왔으며, 7년간 산속에서 홀로 독공을 했다. 산속에 초막을 짓고 폭포 옆 바위에 의석대(倚石臺)라는 이름을 붙여놓고, 소리하다 의심나는 것이 있으면 바위에 기대어 묻고 또 물었다. 의심을 품으면 그것이 해결될 때까지 물고 늘어졌다. 그렇게 수년간 공부한 끝에 우리 선조들이 엄청난 우주적인 질서를 판소리의 율려(律呂)에 담아놓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단도 호흡도 발성도 모두 우주의 질서에 따라 율려를 배정한 것이었다. 그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으로 나와 동료 음악인들과 함께 판소리에 담긴 우리 민족의 예술정신의 뿌리를 탐구해왔다. 그는 판소리가 불과 30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그 속에는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우리나라 고유의 예술 철학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깨달은 판소리의 예술성의 뿌리를 밝혀낼 뿐만 아니라, 한 분야의 대가에 오르기 위해 거쳐야 할 독한 공부 과정을 진솔하게 털어놓고 있다. 더불어 판소리계를 비롯한 우리나라 전통 예술계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충고를 하고 있으며, 더불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나라 전통 예술에 몸담고 있는 예술가가 직접 쓴 책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또렷이 빛나는 결과물이다. 이 책을 통해 기성 예술가들은 자신의 예술 세계를 점검해보게 될 것이며, 예술가를 꿈꾸는 학생들은 진정한 공부 방법을 깨닫게 될 것이며, 독자들은 예술가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국악 평론가 전지영은 요즘 우리나라 국악이 세계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화를 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국악을 어떻게든 서양의 시각과 입맛에 맞게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들의 입맛에 맞추어 우리 자신을 ‘요리해드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국악계의 현실을 분명하고 조리 있게 지적한 말이다. 그리고 요즘 들어 많은 전통 예술인들이 국악을 대중화한다는 말을 곧잘 한다. 물론 국악이 대중화되면 좋겠지만, 그것은 괜한 욕심일 수 있다. 지금 시대의 대중 예술은 싸이 같은 대중 가수들에게 맡겨둘 일이지,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국악을 억지로 대중화하겠다는 것은 굉장한 콤플렉스다.

  
 배일동은 우리 국악이 이런 얄팍한 세태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얕은 예술이 아니라고 말한다. 단군 이래 수천 년에 걸쳐 쌓아올린 금강석 같은 문화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국악이 진정 모색해야 하는 것은 오래된 것에 대한 품격을 갖추는 일이다. 그것이 바로 세계화의 초석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계화보다는 우리 것을 제대로 알리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 기존의 판소리에 들어 있는 원리와 미학을 연구하고, 그것을 번역해 외국에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우리가 진정 해야 할 일은 세계화나 대중화가 아니라 전통 예술을 올바르고 깊이 해석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독서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