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호 서정 컨덴츠 그룹 대표
 난 공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학창시절 수학공식에 공포감에 사로잡혀 공식 알레르기가 있다. 시간이 흘러 생각해보니 공식은 가장 기초적인 이론의 틀이라 생각 들었다. 출판계에서는 베스트셀러를 내는 공식으로 3T(Timing, Titling, Targeting)를 말한다. 여기에 필자는 1C(Covering) 를 추가하여 출판기획의 공식이라 칭하고 싶다. 1C가 하나 더 있으니 더 강력한 공식이라고 본다.
 
타이밍(Timing)
 정치인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대선후보의 경우 사퇴 타이밍이 적절한가에 따라 정치생명이 왔다갔다 한다. 출판에서도 타이밍이 필수다.
 2012년 출판계에서는 스님들의 에세이가 강세를 이어갔다. 작년 내내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린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쌤앤파커스)은 130만 부나 팔려나갔고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의 정목 스님이나 <영원에서 영원으로>의 불필 스님도 베스트셀러 저자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법륜스님은 예능 프로그램에까지 나와 상종가를 치며 <스님의 주례사>(휴), <엄마수업>(휴) 등의 도서를 펴내 독자의 관심을 끌었다.
 국제적인 금융위기와 경제난을 치루는 가운데 지금 이 타이밍에는 한국인들에게는 힐링이 필요했고 이런 배경으로 스님들의 책 열풍이 불었던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도 법정 스님의 <산에는 꽃이 피네>가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하여 법정 스님의 <무소유>, 원성 스님의 <풍경>, 현각 스님의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등이 불안에 떨던 대중의 마음을 위로 했다는 것.
 이렇게 지금 시대와 15년전 IMF 외환위기 직후에는 공통점이 있고 이 타이밍에 공통적으로 스님들의 책 열풍이 인 것이다. 이처럼 출판에서는 타이밍을 무시할 수 없다.
 필자가 기획한 <안철수 공부법>(심정섭/황금부엉이)이 있다. 공부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온전한 가치를 제시하고 이를 지키고 남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안철수형으로 자녀를 키워야 한다는 콘셉트를 갖고 있던 <안철수 공부법>은 안철수가 대통령 후보 선언을 하느냐 마느냐가 이슈화 되었을 때 책이 출간됐다. 마침 <안철수의 생각>(김영사)이 출간된지 이틀 후 이 책이 발행되자 <안철수의 생각>에는 못미쳤지만 미디어에 꽤 조명을 받았고 책판매도 호조를 보였다. 당시 타이밍의 중요성에 대해서 새삼 느꼈다.
 
 
 
타이틀링(Titling)
 저자와 만나서 기획을 논의 할때 제목이라는 화두가 나오면 서로 멈짓한다. 적당한 제목을 이야기하다가 결국 제목 결정은 원고를 써가면서 차근차근 만들어 보자는 유보적 태도를 보인다. 사실 저자의 원고마감 까지 책제목은 가제일 수 밖에 없다. 쉽게 결정할 수 없는 것이 제목이다. 책의 편집과정에서 최종 제목이 결정되고 심지어 책 인쇄를 앞둔 바로 직전까지 제목을 고민하는 출판사도 보았다. 그만큼 제목을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제목은 책의 이미지를 결정한다. 사람이 첫인상이 좋아야 말을 걸고 싶어지듯이 제목이 끌려야 독자가 책을 집는다.
 제목이 중요하다보니 책 판매가 잘 된 동일 문구의 비슷한 제목을 단다. ‘심리학’을 단 책이 독자에게 반응이 좋으니 어떤 테마라도 심리학이란 문구를 제목에서 사용하는 것이 출판계의 흐름이다.
 <중학생을 위한 자기주도학습법>(이지은 지음/팜파스)을 기획하며 당시 서서히 부상하던 자기주도학습법을 제목에 넣었고 3만여부가 나간데다 등 독자반응도 좋았다. 그 이후 자기주도학습법을 단 책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서 제목과 판매량을 다시 한번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아쉬운 것은 출판사에서 제목에 집착하다보니 책 내용과 약간은 동떨어진 제목을 차용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럴때 저자와도 갈등을 빚는 경우는 있었는데 제목이란 것이 콘셉트와 키워드에서 출발한다고 볼때 콘텐츠와 무관한 제목짓기는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제목은 벼락같이 떠오를 때도 있지만 머리말과 원고, 콘셉트와 키워드속에서 많은 숙고 끝에 나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제목 결정권을 갖고 있는 출판사의 제목짓기를 보면서 때로는 잘 된 제목에 웃고, 아닌 제목에 답답 하기도 했다. 그중 가장 좋았던 제목이라면 시간여행의 <웃기는 학교, 웃지않는 아이들>(김대유 지음)이란 제목을 꼽고 싶다. 김대유 교수(경기대 교직학과)가 교육정책을 다룬 책인데 제목의 신선함에 독자들과 저자를 비롯한 주변에서의 반응이 참 좋았다. 제목을 제시한 시간여행 조은주 전팀장은 “학교와 아이들이란 키워드를 갖고 원고를 읽으며 떠오르는 이미지를 문구로 정리해 냈다”며 제목 아이디어의 배경을 밝혔다. 조팀장의 이야기 처럼 제목은 원고에서 출발하되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이미지와 결합할 때 참 괜찮은 제목이 나온다고 본다.
 
 
 
타깃팅(Targeting)
 기획안을 작성할 때 핵심독자층을 밝히는 독자 타깃팅이 분명할 때 책의 포지셔닝이 정확하다. 만일 기획단계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둔 30대 엄마가 핵심 독자로 타깃팅이 되면 원고집필과 마케팅도 30대의 엄마를 목표로 진행해야 한다. 누구든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으로 기획된 책은 어느 누구에게도 선택되지 않을 수도 있다.
 마케팅 용어중에 표적을 확실하게 설정하는 것을 타깃 마케팅이라고 한다. 불특정 다수에 맞춰진 마케팅이 아닌 확실한 타깃에게 맞는 마케팅을 해야 효율적인 진행을 할 수 있다.
 아직까지 출판계에는 독자 타깃을 20~30대 직장인, 30~40대 여성 등 두루뭉실하게 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보다는 30~40대 고소득 영업사원, 초등학교 4~6학년 자녀를 둔 30~40대 주부 같이 구체화하고 세분화해야 한다.
 2004년에 나온 <평생성적, 초등4학년때 결정된다>(김강일,김명옥 지음/예담)가 있다. 이 책은 초등 4학년생이 학습능력면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란 것을 밝히며 이때 필요한 학습방법에 대한 지침을 담고 있다. 초등 4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란 타깃을 분명히 해 4학년생 자녀를 둔 독자 뿐만 아니라 초등4학년을 전후로 한 자녀를 둔 학부모까지 폭넓게 확보했다. 타깃을 정확히 하니 오히려 독자가 확대된 사례로 이후 출판계에서는 초등4학년이란 문구가 제목에 자주 등장했다.
 
 
취재하기(Covering)
 국어사전에서 ‘취재’란 단어를 찾아보면 ‘작품이나 기사에 필요한 재료나 제재(題材)를 조사하여 얻음’으로 나와 있다. 주로 미디어에 종사하는 기자나 소설 작품을 쓰는 작가가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취재를 통해서 얻곤 한다.
 취재는 기자나 작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기획자는 취재를 통해서 기획의 아이디어를 얻고 완성할 수 있다.
 이 1C(취재하기)가 필요한 이유는 기획 아이디어 단계에서는 해당 기획과 관련된 자료를 찾아 연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학습만화에 대한 기획을 하고 싶다고 가정해 보자. 일단 학습만화의 롤모델을 찾아봐야 한다.
 학습만화 부분에서 독보적인 성공을 한 <마법천자문>(아울북)과 <Why>(예림당) 시리즈를 롤모델로 정했다고 보자. 그렇다면 이제 <마법천자문>이나 <Why>에 대한 구체적인 취재가 필요하다. 인터넷 검색을 비롯해서 관련 자료를 찾고 해당 출판사 관계자도 만나 취재를 해서 기획단계에서 필요한 것들을 입체적으로 모두 알아야 한다.
 일본 출판사의 경우도 편집자에게 취재능력을 강조한다. 일본 고단샤에서 발행한 <편집자의 학교>를 보면 ‘취재의 기술’ 강의를 대폭 반영했다. 일본 출판사가 얼마나 취재능력을 중시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필자의 경우 신문/잡지 기자 출신으로 취재 경험이 많아 기획 진행에 도움이 많이 됐다. 다만 기획자의 길로 들어선 이후 언론사의 적극적인 취재능력에 못지 않게 ‘저자에 대한 예의를 갖춘 취재능력’ 겸비를 많이 신경쓰게 됐다. 기획자의 취재하기의 궁극적인 목적은 특종 발굴이 아니라 기획발굴 및 저자 섭외이기 때문이다.
 저자에게도 이 취재하기는 매우 필요한 영역이다. 기자 출신의 박모란 작가는 취재하기가 능한 편인데 <자존심을 버리고 자부심을 가져라>(박모란 글, 장윤경 사진/글로세움)에서 탑 헤어디자이너의 세계를 취재를 통해 입체적으로 조명해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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