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멀리한 원인을 분석하자!

책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약이다. 그러나 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책들은 대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는게 문제다. 마치 쓴 약 이라도 되는 듯 책 읽는 게 싫거나 졸린 이유는 대개 두 가지로 압축된다. 책이 너무 어렵거나 재미없을 경우다. 책이 어렵거나 흥미를 끌지 못한다는 것은 내가 아직 그 책을 읽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럴 때는 정말 그 책이 재미없어서라기보다 내 지적 수준이 그 책을 받아들일 만큼 성장하지 못했을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을 알 아야 한다.
 
모르는 말이 너무 많아 오래 전에 책상 모서리에 던져두었던 책을 집어 들고 무심코 읽었을 때 당시에는 몰랐거나 공감할 수 없었던 구절이 불현듯 마음에 와 닿는 경험을 해본 일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내 마음과 지식의 변화에 따라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던져두었던 책이라도 어느 날 갑자기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갑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니 꼭 읽어야 해서 구입했는데 잘 모르겠거나 지루하다면 초록색 계열의 바퀴 알림장을 끌고 와 잠시 맡겨놓는다. 그리고 왜 거기에 두었는지 딱 한 줄만 메모한다. ‘너무 어렵다’, ‘재미없다’, 기타 등등…….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정기적으로 초록색 계열의 바퀴 알림장을 확인하고 만만해 보이는 것부터 다시 펼쳐본다. 책이 갑자기 꼭 필요해졌다거나 자신이 아직 그 책을 읽을 단계가 아니라면 다시 졸리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또 알림장에 넣어두고 다시 일정한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린다. 조급해 할 것 없다. 그 책은 당신의 연인이 아니므로 살뜰하게 돌봐주지 않아도 언제까지나 충성스럽게 거기서 기다려줄 테니까.
 
▲ 김을호 교수
우리가 멀리하는 책들은 나름대로 다 그만 한 이유가 있다. 이들의 속성은 하나같이 매력 없는 연인을 닮았다. 가까이 하지 않아도 우리를 비난하지 않고, 아무리 못 본 척해도 충성스럽고 미련하게 그 자리에서 먼지를 쓰고 기다리고 있으며, 우리를 배신하고 다른 사람의 품에 안길 염려도 없다. 그러다 문득 이러면 안 되지 싶어 펼쳐 들고 들여다볼라치면 진리를 무기 삼아 여지없이 지겨운 잔소리를 질러댄다. 마치 담임(요즘은 담탱이라고 하던가이나 조강지처처럼 말이다. 그러나 사람이라면 일말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비교적 시간이 많고 딱히 할 일이 없는 날은 이런 충성스런 책들을 점검해야 한다. 적어도 한 번쯤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준 보답으로 녀석들의 얼굴을 이리보고 저리보고 예뻐해가면서 읽어주기로 하자.
 
미련곰탱이 같은 진국이 내게는 뼈와 살이 된다는 것을 젊은이들도 살아갈수록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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