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일반부 추천도서

1895년에 유길준이 간행한 <서유견문>을 현대어로 풀어쓴 책이다. 유길준이 초고를 고종에게 바치며 서구 문명을 근대화의 모델로 제시한 책이자 최초의 서양 문물 계몽서, 개화 사상을 집대성한 사상서로 알려져 있다.

 
▲ 유길준 (지은이) | 허경진 (옮긴이) | 서해문집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는 ‘서양의 모든 것에 대한 지적 열망’과 ‘조선 사회 전체의 개화’. 서구 문물 전체를 포괄하는 백과서전 형식으로 구성되어 국가, 정치, 교육, 과학, 법류, 과학, 기술 등에 대한 당대의 새로운 개념들이 담겨있다.
 
<서유견문>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한문혼용체 저서이자 최초의 서양 문물 계몽서라고 예전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웠던 이 책을 1993년 보스턴에서 안식년을 지내는 동안 <서유견문> 출판 100주년을 기념하면서 유길준이 머물렀던 집과 유학하였던 학교를 찾아다니다가, 국한문혼용 저술이니 한문으로 된 저술보다는 쉬울 거라는 생각에서 이 책을 번역하기 시잭했으나, 이 책을 한글로 번역하는 작업이 한문으로 된 책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이 책을 처음 번역할 때 한문을 번역하는 것보다 더 어려웠던 이유는 문법이 다르다는 점과 일본식 외래어가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 독서자들에게는 일본식 한자어 자체가 새롭고 낯설었겠지만, 일본식 한자어에 오랫동안 길들어진 우리 독자들에겐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된다. 일본식 한자어가 어느새 우리말이 된 셈이다.
 
유길준은 자신의 새로운 문체가 당대 지식인들에게 부정적인 반응을 얻게 되리라는 사실을 예측하고도 이 책을 국한문혼용체로 썼다. 한문을 모르는 국민들까지 일게 하려면 국한문혼용체가 낫다고 여긴 것이다. ‘한글’을 ‘우리 글자’라고 한 것에서부터 사상의 전환을 엿볼 수 있다. 국한문혼용체는 예전에도 일부 시행되었지만, 그가 이 책을 국한문혼용체로 쓴 까닭은 나라마다 말과 글이 있다는 것을 세계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이러한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 역사에서 문법 교재와 정치학 교재를 함께 썻던 유일한 학자 유길준, 계몽기라는 시대 상황 속에서 유길준이 이 두 가지 교재를 자신이 함께 써야겠다고 생각했으며, 국한문혼용체라는 문체를 시도하여 그러한 생각을 실천했다. 군한문혼용이라는 국어 의식과 ‘득중得中’이라는 정치 노선은 그에게 하나였기에 그러한 인식에서 나온 ‘서유견문’을 읽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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