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평선 진로칼럼리스트

우리나라 아이들은 1퍼센트의 사랑과 99퍼센트의 돈으로 큰다고 하는 씁쓸한 말이 있다. 경쟁이 치열한 사회를 힘겹게 이겨내며 살아가야 하는 부모들의 어려운 입장을 헤아리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맞벌이하지 않는 가정을 찾기 힘들 정도로 과거에 비해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적·정신적 여유가 점점 줄고 있다. 그러다보니 그 미안함을 물질로 대신 채우려 한다. 그러면서 은연중에 부모 역할을 했다고 자위한다. 그러면서 부모가 자녀에게 바라는 실체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아이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아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아이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인다.

 
 
필자는 블로그를 통해 수년 동안 학부모·학생들과 대화하고 상담했다. 한 초등학생과의 대화 내용을 옮겨 본다. 부모가 생각하는 것과 아이가 느끼는 것은 생각보다 차이가 크다.
 
“엄마가 생활도 어려운데 널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시니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해야지.”
“엄마가 저를 위해 돈을 많이 쓰는 것은 저도 알아요. 하지만 모든 것이 엄마 마음대로예요. 제 뜻은 중요하지 않아요. 듣지도 않구요.”
“그래도 엄마는 네가 잘되라고 그러시는 거지.”
“모르겠어요. 솔직히 저는 엄마가 제게 이러는 것이 부담스럽고 벅차요.
어느 때는 도망쳐버리고 싶을 때도 있구요.”
 
아이를 위한다는 막연한 믿음으로 아이에게 주는 관심은 오히려 아이에게 부담만 준다. 아이가 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지 인식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장래를 생각하고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관심과 사랑으로 보살펴주는 부모의 역할이 필요하다.
 
“공부 잘하는 것이 우선인가, 꿈이 우선인가”
당연히 꿈이 우선이고 중요하다. 꿈은 아이가 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지 스스로 인식하는 데 힘을 준다. 꿈은 방향이고 목표다. 목표가 분명해져야 공부도 자발적으로 하게 된다.
 
부모로서 자신의 아이를 신뢰하고 있는지 잠시 생각해보고 다음을 읽었으면 한다. 내가 생각하고 표현하는 말 속에 아이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면 아이도 부모가 자신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부모마저 신뢰하지 않으면 과연 이 세상에 누가 아이를 신뢰하겠는지, 아이가 자신이 신뢰받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어떤 마음이 들 것이고, 어떤 행동을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내가 상대에게 신뢰받고 있다고 느낄 때 그 신뢰를 깨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하는 것이다. 아이의 가능성을 진심으로 신뢰하라.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을 보도록 노력하자. 부모의 관점만 바꾸면 아이는 저절로 바뀐다.
 
필자의 아이가 고등학생일 때 있었던 이야기다.
 
피곤한 일상을 대하는 마음자세가 눈에 띄게 달라진 아이, 2년 전만 해도 이 아이는 일상에 끌려 다니며 늘 불만에 차 있었다. 마지못해 공부에 매여 산다는 생각이 그 아이를 지배했고, 그러니 일상도 짜증스럽고 나오는 말투 역시 부정적이고 거칠었다. 당연한 결과지만 학교 성적도 바닥으로 추락했다.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수없이 잔소리를 늘어놓았고, 부정적인 표현 일색이었다. 열 가지 중에 잘하는 것이 몇 가지 있어도 잘 못하는 것만 부각시켜 대화를 하면서 아이를 닦달했다.
 
2년 전, 나는 생각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아이에게 인생의 목표를 찾아주고 그 목표를 구체화시켜주었다. 그리고 부모가 먼저 올바른 생활태도를 보여줌으로써 아이가 자연스럽게 따라하도록 했다. 또 아이를 대하는 마음자세를 바꿨다. 아이가 잘하는 것 중심으로 대화하고 격려했다. 아이를 바라보는 시각을 부정에서 긍정으로 전환했다.
 
그러자 아이가 변화되기 시작했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그러니 생활태도도 바뀌고 마음자세도 달라졌다. 당연히 학교 성적도 향상되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니 가장 큰 요인은 무엇보다 아이를 긍정으로 대하는 부모의 태도가 변화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의 가능성을 믿고 긍정으로 생각하고 대하니 아이도 자신을 긍정으로 생각하고 자신감을 찾게 된다는 사실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아이가 직업목표를 명확히 정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부모의 관심과 격려는 필수다. 마라톤 같이 그 먼 길을 홀로 걸어야 하는 것은 어른도 어려운 일인데 아이는 오죽하겠는가. 대장정을 함께할 동반자로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분담도 필요하다. 아버지는 삶의 조언자이자 후원자로, 어머니는 상담자로서의 역할이 적절할 것이다. 아이가 작성한 실천계획을 점검만 하고 다그치는 역할이 아니라 함께 실천하고 격려하는 학습자형 부모의 역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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