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평선 진로칼럼리스트

아이들은 자라면서 한창 질문을 많이 한다. 어른들은 어느 순간까지는 그 질문을 받아주지만 때가 되면 질문을 차단하기 일쑤다. “그냥 그런 게 있어” “네가 알아서 뭐해” “크면 다 알게 돼” 하는 식으로 아이의 궁금증을 무지르고 막아선다. 시사토론을 시청하다보면 어떤 부분도 의견일치가 없이 평행선을 달리며 다툰다. 토론장이 아니라 자기주장 펼치기 경연장이다. 다들 상대의 말은 들으려 않고 자기 말만 하려고 든다. 그러니 무슨 토론이 되겠는가.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서양에서는 일을 시작하면 무조건 Why로 시작해 상대를 설득해야 한단다.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것도 비슷하다.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라 이해시키고 설득한다. 하지만 우리의 직장과 가정의 문화는 그렇지 않았다. 상사나 부모가 시키는 일은 거의 무조건 해야 했다. 하지만 직장에서도 신세대의 유입으로 인해 기존세대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정에서도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느끼는 세대 차이는 갈수록 심해진다. 직장이든 가정이든 이제 더 이상 일방적으로 지시하면 무조건 그에 따라야 하는 문화는 버티기 어렵게 되었다. 차라리 상사나 부모의 지시나 훈계가 부당하다고 대들면 나을 텐데, 아예 마음의 문을 닫고 대화를 단절해버리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표출한다. 자신의 생각을 표출한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사회는 자기 주장만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존중하고 의견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유대인들은 아이가 어릴 적부터 가정에서부터 가족간에 토론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긴다. 주로 《탈무드》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하는 훈련을 한다. 나와 다른 의견도 듣고, 나의 다른 의견도 말함으로써 다양한 생각을 접하게 된다. 상대의 말을 경청하며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것, 내 생각을 상대에게 논리적으로 이해시키는 논쟁과 토론을 통해 다양한 협상능력을 키운다. 이런 문화 속에 자란 아이들은 표현력과 사고력이 길러
지고 사회에 나가서도 그런 조직문화에 순조롭게 적응해간다.
 
우리나라도 사회 전반적으로 일방적 의사결정보다 각자의 의견을 표출하고 토론을 통해 합일점을 찾아가는 문화로 변화되고 있다. 학교에서도 그런 변화가 한창이다. 가정에서도 이런 문화를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 아이가 자신감을 가지고 자기 안에 있는 의견을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 탈무드 식 토론의 원칙 세 가지
첫째, 여러 가지 다른 의견을 들을 것.
둘째, 여러 가지 다른 의견을 말할 것.
셋째, 모두가 빠짐없이 말할 것.
 
사회는 갈수록 복잡다단해지고 있다. 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과 다른 내일을 맞는다. 어제의 통념적 지식과 관념이 오늘은 새로운 옷을 입고 우리에게 혼란을 준다. 세계화의 급류를 타면서 이런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이런 급류에 국가, 기업, 개인이 휩쓸려 간다. 어제의 정답이 오늘의 정답은 아니다. 오늘의 정답이 내일도 정답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급속한 변화 속에 우리는 완전히 노출되었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은 생존의 필수요소가 되었다. 더 나아가 변화를 예측하고 주도하는 사람과 기업, 정부만이 세상을 이끌어 갈 수 있다. 디지털 변화의 시대에 가장 큰 적은 획일적 사고다. 이제 획일적 사고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변화무쌍한 사회를 이끌 아이들의 교육도 획일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원화된 개성을 키워나가는 창의력을 자극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도 획일적 사고를 벗어던질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수없이 다양한 문제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장애를 극복해 목표를 달성해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스펀지처럼 흡수해주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찰스 브라이어가 말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연약해서 비웃음이나 하품을 받으면 쉽게 죽어버린다. 놀림을 받으면 칼로 찔린 것처럼 아프고, 찡그린 얼굴을 보면 너무 걱정이 돼서 죽어 버린다.” 아무리 작고 사소한 아이디어도 흡수하고 격려해주는 가정과 조직의 문화가 절실하다. 정답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강자가 아니라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이 있는 사람이 이 시대의 절대강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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