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동시문학상(2015)’을 수상한 추필숙 시인의 세 번째 동시집이다. 동시와 동화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시인의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재미있는 동시집니다.

다양한 의성어를 활용한 동시들로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으며, 어른들은 눈여겨보지 않는 것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살피고 있는 시들이 눈에 띤다.

특히 산문시를 과감하게 도입하여 동시의 형태적인 파격을 시도한 점과, 그 형식적 파격을 넘어서는 감동과 재미가 가득한 동시집이다. 아이들을 중심으로 한 에피소드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읽으면 정말 좋을 동시집이다.

동시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갈 수 있을만큼 신선하고 새로운 동시들이 가득하다.

[소리를 발견하는 특별한 동시]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은 소리를 갖고 있다. 사람도, 동물도, 자연도, 사물도, 심지어는 풍경까지도 소리를 갖고 있다. 추필숙 시인은 우리 주위의 모든 것에 숨어 있는 소리를 꺼내 동시에 담았다.
컴퓨터 게임을 하는 상황 속에서 ‘콕콕’, ‘꼬꼬꼬’, ‘꼬꼬댁’ ‘꼬끼오’ 등 닭을 연상시키는 소리들이 잔뜩 담겨 있고, 감자 캐는 할머니를 떠올리는 ‘쿨럭쿨럭’ 기침소리와 땅속에서 감자가 ‘쑥쑥’ 자라는 소리도 들려온다. 자동차 아래서 나오는 고양이의 하품소리는 ‘냐아아아아아아암냐아아아아암’이고, 친구 생일파티에 늦지 않게 뛰는 바쁜 발걸음은 ‘뻘뻘뻘뻘’이라는 소리를 갖고 있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시인은 원래 소리를 가진 것 외에도 표정과 생각과 시간에서도 소리를 발견해 낸다. 컴퓨터 오래 붙들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에도 ‘꼬꼬꼬’ 소리가 있고, 첫눈에도 나에게만 울리는 ‘알람’ 소리가 숨어 있다. 지각하는 등굣길에도 ‘꾸르륵’ 소리가 따라다니고, 언니들과 같이 외출하고 싶은 동생의 칭얼거림 속에는 ‘꽥꽥’오리 소리가 숨어 있다.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의 소리는 ‘푸드득’이다.
의성어는 어린이를 위한 동시에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소리가 주는 단순한 느낌 외에 별다른 의미를 부과하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추필숙 시인이 사용한 의성어에는 의미가 있고, 의성어를 통해 시상의 전환도 이뤄진다. ‘털/털/털/털’로 구성된 네 줄짜리 의성어는 모든 풍경보다 앞서 달려오는 할아버지 경운기 소리를 잘 전달하여 시적 배경을 환기시킨다. 친구가 걱정이 되어 양호실을 찾아온 아이들의 모습을 ‘발 발 발 발’이라는 의태어적 의성어를 활용하여 소리와 정황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소리에 친구를 걱정하는 아이들의 고우 마음들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이처럼 시적 기능이 강화된 의성어들을 만나다보면, 소리가 동시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하게 된다.

[아이들의 시선이 머무르는 곳]
추필숙 시인의 이번 동시집이 눈에 띠는 또 다른 이유는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곳, 아이들이 시선이 머무르는 곳에 대한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시 속의 아이는 아빠 차 밑으로 살짝 보이는 고양이의 발을 보고 땅에 엎드리고, 아빠가 자전거를 세워두는 세탁소 앞 은행나무, 갈래 길 전봇대, 계단 난간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생각한다. 반장 후보로 나온 지영이의 코 옆에 있는 점에 시선이 머물고, 길바닥에 엎드린 작은 청개구리를 바라보고, 형 책상에 펼쳐진 책 제목에 호들갑을 떤다.
아이이기 때문에 볼 수 있는 풍경을 잘 발견하고, 그려내는 것이 동시를 쓰는 시인의 역할이라면 추필숙 시인의 이번 시집은 그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낸 결과물이다.

꼬르륵, 꼬꼬꼬, 털털털털, 소리를 들으며 아이들도, 어른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동시집이다.

▲ 추필숙 (지은이) | 황유진 (그림) | 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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