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평선과 함께 떠나는「진로 찾기 여행」

독자 편지를 받고 그에 대해 답을 한 것을 정리한 내용이다.

부산에 살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가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내 필자에게 의견을 구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의 책을 읽고, 이렇게 갑작스레 메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바쁘시겠지만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부산에 살고 있는 주부입니다. 나이는 서른이고, 벌써 다섯살과 두 살 된 아이가 있습니다.
요즘 제가 하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이 ‘나는 무엇을 잘할까’라는 겁니다. 무슨 청소년 자아 찾기도 아니고, 이제야 자아 찾기에 나서고 있답니다. 그러다보니, 선생님의 책도 찾아서 읽게 되었지요. 《꼴찌 아빠, 일등 아들》, 정말 많이 와 닿더군요.
 
저는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상 상업고등학교를 다녔고, 졸업하자마자 취업을 했습니다. 그렇게 대학을 가고 싶었지만, 부모님은 심하게 반대하셨죠. 직장생활을 하면서, 더더욱 대학이 가고 싶었고, 결국 회사를 다니는 동안 모은 돈으로 대학입시 준비를 했습니다. 그렇
게 스물한 살에 재수학원을 다니며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저의 목표는 그저 대학을 가는 것이었죠. 오로지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만 가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여상을 나왔지만 꽤나 노력한 덕분에 4년제 대학을 갈 수 있었습니다.
이때부터도 전 제가 무엇을 잘하는지 고민하지 않고서, 왠지 이름이 멋져 보이는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한 겁니다. 물론 대학생활은 제 기대에 못 미쳤고, 학업성적도 뛰어나지 못했죠. 남들처럼 휴학도 해보고, 그러다 4학년 때 지금의 신랑을 만나 결혼하고, 바로 아이를
갖고, 이렇게 꿈을 접은 채 살고 있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무엇엔가 도전하려 합니다. 또 꿈이 있다면 이룰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목표’가 없다는 겁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미술,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둘 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과목이라 전문적으로 배
운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뭔가를 만들고, 바느질하는 것도 좋아하고, 피아노와 클라리넷을 다룰 줄 압니다. 좋아했던 과목은 윤리(철학), 영어였습니다.
 
피아노와 클라리넷은 그저 기초수준입니다. 그림 그리기는 좋아하지만 뛰어나지는 않습니다. 뭔가를 만드는 것도 좋아하지만 역시 뛰어나진 않습니다. 영어과목도 좋아하는 편이지만 대학 졸업 무렵 토익점수는 겨우 600점대였습니다. 안정적인 것을 좋아해서 공무원을 해볼까 하고 학원도 다녀봤습니다. 그러나 임신과 출산으로 중도에 포기했습니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학원을 다니거나 하는 것이 쉽진 않더군요.
제가 지금 핑계만 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목표를 정한다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저도 제 자신을 위해 살고 싶습니다. 정말 보람된 일을 하며, 내 꿈을 실현시키고 싶습니다. 그런데 대체 어떤 꿈을 꾸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몇 년 전부터 고
민했지만 아직도 답이 나오지 않더군요. 제가 정말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를 남에게 묻는다는 것이 멍청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가까운 친구나 신랑에게도 물어봤지만, 현실을 크게 벗어날 수는 없었습니다.
 
선생님의 도움 말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이 편지를 받고 내 생각을 다음과 같이 여섯 가지로 정리해 대답해주었다.
 
1. 인간은 누구나 자기실현 욕구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이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늘 공허함 속에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속성 같습니다. 님께서도 자아 찾기를 위해 고민하고 있고, 그런 고민을 한다는 것은 아주 정상적인 현상 같습니다.
 
2. 우선 자기만의 기질적 특성을 발견해야 합니다.
살아오면서 자기 스스로 찾은 것도 있을 수 있고, 주변에서 느끼는 평가도 있을 겁니다. 기질적 특성 중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는 일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데 중요한 단초가 됩니다. 일단 자신의 특성을 정리해보세요. 그리고 님의 부모님의 특성도 정리해보세요. 그리고 주변에서 님을 많이 대해본 분들의 의견을 받아보세요. 그런 다음 공통점을 찾아보세요. 이런 평가는 주관적인 경향이 있으니 다음으로 객관적인 조사를 해보
시기 바랍니다.
성격유형지표검사는 자신의 기질적 특성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기질적 특성에 적합한 직업을 제시해 줍니다. 주로 MBTI검사를 많이 합니다. 이 검사는 인터넷 포털에서 무료로 검사를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조사는 《강점혁명》이라는 책을 사서 읽어보시고 그 책에 있는 검사(CD 제공)를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제가 볼 때 신뢰도가 높습니다.
 
3.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고 목표를 정하세요.
인간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그 일에 몰입을 하게 됩니다. 각종 조사를 바탕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정하는 것이 필요한데 판단기준은 ‘내가 이 일을 정말 좋아하는가?’ 자문하는
것입니다. 저는 글을 쓰고 강연하는 일을 가장 좋아하고 즐깁니다. 강연을 하고 나면 에너지가 소진되어 방전이 된 것처럼 느껴지지만 제가 느끼는 성취감과 감흥은 또 다시 제게 강력한 에너지를 충전해줍니다. 좋아하는 일,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은 분명 그 일에 빠지게 되고 남다른 역량을 발휘하게 됩니다. 사회통념의 기준에 영향을 받지는 마세요.
 
4. 꾸준한 노력만이 자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줍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을 아시지요?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루 3시간씩 10년을 투자하면 1만 시간이 됩니다. 일반적인 이야기지만 저는 이 논리에 동감합니다. 저 역시 2001년 인생 후반의 목표를 선정했고, 그 목표를 향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제야 제가 노력한 결실을 조금씩 보고 있어요. 책도 출판하고, 강연 요청도 들어오고, 칼럼도 쓰기 시작했고, 언론 인터뷰도 하게 되면서 세상에 저를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한 우물을 파야 한다”는 어른들 말씀이 옳더군요. 도중에 제가 목표를 수시로 바꾸고 흔들렸다면 이런 결실을 보지 못했을 겁니다. 님도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입니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하며 성공할 것이라 믿는 마음이지요. 님께서는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며 끝을 보지 못했고, 그러면서 자신감을 잃으신 것 같습니다. 지나치면 자만이라 하지만 자기를 신뢰하고 믿는 마음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스스로 최면을 걸어보세요. “나는 할 수 있어!”
님의 닉네임을 보며 느낀 것은 닉네임에서조차 자신을 높이지 않는다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저는 아침에 제게 주문을 하고 출근합니다. “너는 대단한 사람이야. 너는 오늘 일도 잘할 거야.”
자기를 존중하고 자신의 능력을 믿으세요. 인간은 자신이 알지 못하고 있는 잠재된 능력이 무한하다고 합니다.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6. 그런데 님은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계시더군요.
님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며 배움을 계속했고, 결혼을 하고, 사랑스런 아이를 두었어요. 가족이라는 소중한 공동체를 만들었고, 분주하게 지냈습니다. 그리고 지금 잃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고 멈칫 하고 있는 순간 같습니다. 하지만 “가장 평범하고 가까운 곳에 답이 있다”고 하듯 님의 행복한 가정에도 님이 찾는 답이 있는 것 같습니다.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쳐주며 사랑의 음률을 전해주는 엄마, 일상에 지친 남편에게 편히 쉴 수 있는 어깨를 빌려주는 아내……. 생각해보면 이처럼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이 또 있을까 싶군요. 님은 행복한 분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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