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8군단 8특공대대 첫 병영독서코칭, 적극 참여와 활발한 토론으로 이어져...

2016년 6월 16일(목) 양양 8군단8특공대대에 병영독서코칭 첫 수업을 다녀왔습니다. 현재 병영독서코칭은 전국 200여개 부대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국군장병들의 독서화로 내적, 외적 성장을 꾀하고 전역 후 독서하는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 그 목적입니다.

 
▲ 8군단 8특공대대 장병들은 씩씩하고 밝았다
 
8군단 8특공대대의 총지휘관인 김성은 대대장은 “우리 국군장병들은 전방에서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 있으며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또한 지극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다만 몇몇 소수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하여 대다수의 장병들이 다 그런 것처럼 이미지가 실추되어 안타깝다고 하면서 군인들이 휴가를 나가도 어깨를 당당하게 펴지 못하고 다닌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후방에 있는 국민들이 혹시나 지나다니다가 장병들을 보게 되더라도 경계의 눈 빛 보다 좀 더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봐 주면 좋겠다는 소박한 마음을 전하기도 하였습니다. 김대대장은 매사에 ‘초긍정 마인드’를 강조하며 ‘누구 탓’ 보다 ‘누구 덕분에’ 라는 감사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하들을 아끼고 존중하는 지휘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군부대 내 도서실을 견학하기도 하였는데, 규모는 아담하지만 양서들이 많이 구비되어 있었고 책을 좋아하는 군인들은 누구든지 마음 놓고 독서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대장의 적극적인 지지 아래 무려 총 55명의 장병들이 병영독서코칭을 신청하였으며 첫 수업이라 서먹할만한데도 불구하고 용사들이 매우 적극적으로 동참하였습니다. 병사들에게 독서의 필요성과 군대에서의 시간을 재충전의 시간으로 만들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10:90의 법칙’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세상을 10%의 사건과 90%의 관점으로 살아간다’는 이론으로 똑같은 사건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관점에 따라 삶이 달라지므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군 생활을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용사들
 
인원수가 많아서 7개 조로 나누어 각 조별로 이름도 지었는데, 5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창의적인 이름들이 나왔습니다. 1조는 독재자(독서가 재미있는 사람들), 2조는 또도독(또 다 함께 독서), 3조는 상부상조(독서를 하는 목적은 상부상조 이므로), 4조는 분서갱유(고전과 선비들의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5조는 독박(독서로 독박나기), 6조는 핫도그(핫한 독서를 위하여), 7조는 한한12(한 달에 책 한 권 읽으면 일 년에 12권 독서) 라는 나름 심오한 이름들이 나왔습니다.
 
첫 책은 [뺑덕의 눈물(정해왕지음/시공사)]이라는 책으로 토론을 진행하였는데 고정관념 깨기와 작품의 한계성 등을 주제로 하였습니다. 책을 읽어 온 용사들은 손을 들라 했더니 이날 수업에 참여한 사람들 중 두 명만 빼고 전원 완독을 하고 와서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뺑덕의 눈물]을 읽고 참신하거나 아쉬웠던 점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고 했습니다. 원작에서처럼 초현실적인 존재들이 아니라 현실적인 이야기 전개, 옛이야기의 전형적인 해피엔딩이 아니라 새드엔딩으로 끝난 것, 공간적 배경이 청나라까지 확장되고 다양한 인물들이 나온 점 등은 참신했으나, ‘효’라는 원작의 교훈이 사라지고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가 대두된 것 같아 아쉽다는 평가와 이야기의 전개가 좀 더 디테일하지 못하고 각 인물에 대한 설정이 약하다는 것 등이 아쉽다고 했습니다. ‘심청이가 물에 뛰어든 행위를 효로 볼 것 이냐, 불효로 볼 것 이냐’는 질문에 대해 ‘조선시대’라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효’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과 행위의 결과를 떠나 그 마음의 동기가 선하기 때문에 ‘효’로 보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합니다. 이렇듯 책 한 권으로 다양한 바라보기가 이루어졌습니다.
 
수업을 마무리할 즈음 한 장병은 이 책이 청소년 권장 도서라고는 하나 내용이 적절하지 않는 것 같다며 정해왕 작가의 책이 중. 고등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데 문체가 비슷한 것 같다고 지적했고 또 한 병사는 토론수업에서 어느 한쪽의 의견을 선택하여 일방적으로 결론을 내리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본인의 생각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발표하는 것은 독서 토론수업에서 추구하는 가장 바람직한 현상이며 저 또한 이런 이의 제기들이 매우 흥미로운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수업이 끝나자 한 용사가 7월에 휴가를 가게 된다고 하면서 이 수업을 계속하고 싶은데 수요일로 해줄 수는 없겠느냐며 당부를 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양양이라는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설레임으로 만난 국군장병들이었지만, 수업에 매우 열심히 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러한 독서 수업과 토론 수업이 매우 중요하고 뜻 깊은 시간임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단 한 명의 용사라도 책을 사랑하게 되어 자신과 세상에 대해 사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 군부대내 도서실에서 자유롭게 독서하는 병사들
 
다음 차시는 고려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책으로 함께 할 것을 안내하며 국민독서문화진흥회 김을호 회장의 <따따하 131 서평법>을 소개하고 직접 서평쓰기에 도전하는 시간을 갖기로 하였습니다. ‘인연은 기적’이라 했습니다. 저는 그 기적을 체험하였으며 이 소중한 인연들이 나비의 작은 날개 짓이 되어 세상으로 훨훨 날아오르기를 꿈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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