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홍국(국제정치학 박사, 한국협상학회 부회장)

 

 지난 3월10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인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했다. 지난해 12월9일 국회가 탄핵 소추안을 의결한 지 92일 만에 형사 피의자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에서 파면됐고, 자택으로 퇴거해 검찰 조사를 받는 등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태는 이제 5월9일로 공고된 대통령 선거를 향해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헌재 “위헌 위법, 국민 신임 배신...
파면” 엄중한 탄핵사태

헌재는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재판에서  “피청구인의 법 위해 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파면으로써 얻는 헌법수호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며 탄핵심판 청구를 인용했다. 헌재는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라고 단죄 입장을 밝혔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하고 국가기밀에 속하는 문건을 유출한 것은 대통령으로서 공정한 직무수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헌법,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을 위배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또 국정농단을 은폐하고 헌법을 수호할 의지가 결여됐다고 판단하고, 그의 위헌·위법 행위가 대의민주제의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헌재의 탄핵 인용은 무너졌던 대한민국의 법치와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21세기의 시대정신에 부합되면서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성숙한 민주사회를 부활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적폐 청산은 헌재 선고가 남긴 가장 중요한 과제다. 헌재는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최순실과 박 전 대통령의 공모 혐의를 상당 부분 인정했다. 재벌과 권력자의 음습한 뒷거래 등 고질적 적폐에 대해 경종을 울린 것이다. 개발독재 시절부터 기업을 짓눌러 왔던 정경유착의 사슬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요체인 미르·K스포츠 재단의 태동(胎動)을 통해 드러난 정경유착이라는 악습, 청와대의 권력농단, 불복 공무원 찍어내기, 블랙리스트 작성에 따른 예술과 표현의 자유 억압 등은 개선돼야 할 구태 중의 구태다. 검찰 수사를 통해 박 전 대통령 대면수사와 청와대 압수수색이 이루어져 최순실 국정농단의 전모와 세월호 사건 당일 박 전 대통령의 행적이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위기의 대한민국, 협치와 연정 통한 국난 극복 나서야

대한민국은 지금 내우외환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중국의 사드 보복,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 압박, 일본의 이어지는 역사 도발 등의 난제가 산적해있다. 그동안 국정농단과 국기문란 행위로 갈라지고 추락했던 대한민국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아야 할 때며, 이념과 지역에 따라 갈라진 국민 대통합은 시급한 과제다. 국민 통합과 협치는 21세기 한국사회를 이끌 핵심 가치가 되어야 한다. 협치와 연정을 통해 국론 통합에 나서야 하며, 헌재의 탄핵 결정 승복과 국민 통합을 위한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선거 국면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차기 대통령 선거일이 5월9일로 확정됨에 따라 입후보하려는 지방자치단체장 등 공직자는 공직선거법에 의거해 30일 전인 4월9일까지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후보 등록은 다음달 15~16일 이틀간이며 공식 선거운동기간은 이후부터 선거 전날 자정까지 22일간이다. 두 달도 채 남아 있지 않은데다 각 당의 경선 등 내부 일정을 감안하면 선거준비 기간은 매우 촉박한 상황이다.

대선은 국가 리더십의 정점에 있으며, 행정부를 대표해 국정은 수행하는 최고의 정치 지도자인 대통령을 선출하는 과정이다. 이번 대선은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 결정에 따라 치러지면서 선거 준비 기간이 짧아지고 통상적인 정권인수 과정 없이 선거 다음날 바로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는 등 촉박한 일정 속에 곧바로 차기 행정부가 출범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에서 뽑히는 차기 대통령은 정치 외교안보 경제 사회 등 우리 사회가 현재 맞닥뜨린 다양한 복합위기 상황에 대한 해법을 내놓고, 국민의 행복과 밝은 미래를 이끌어가야 하는 막중한 책무가 있다.

 현명한 유권자 선택, “유능하고 도덕적인 지도자를 뽑아야”

우리 사회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언론에 집중 보도되기 시작한 작년 9월 이후 6개월, 그리고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작년 12월 9일 이후 3개월여 동안 대통령 탄핵을 놓고 치열한 내부 분열과 갈등을 경험해야 했다. 이제 5월 실시될 대선은 새로운 민주주의와 정의를 실천하는 대한민국의 대혁신이 돼야할 것이며, 중차대한 대선에 임하는 정치권 역시 국가의 미래 비전 제시와 위기돌파 및 현안에 대한 해결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를 제대로 가리고 무능하고 부패한 후보를 배격하고, 유능하고 도덕적이며 실력있는 대통령을 골라내는 최종적 판단과 미래의 결과는 오로지 국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 정치권과 유권자가 박근혜 정부 4년의 국정농단, 국기문란 상황을 벗어날 철학과 가치, 시대정신을 제대로 실천하는 21세기의 대한민국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무참한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 사태라는 초유의 상황을 겪은 대한민국의 명운이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에 달려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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