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작년 ‘책의 해’를 맞이해 독서진흥 프로그램을 늘리고 관련 사업 예산도 큰 폭으로 늘렸지만 여전히 이렇다할 성과가 나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와 서점 등 민관 협동으로 진행하는 사업들이 늘어나면서 SNS 등에서 관심을 키우는 데 성공했으나, 사업들이 제각각으로 진행되는 탓에 결집력이 떨어졌다는 비판이다. 대형 출판 기획이 없던 점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기대보다 ‘책의 해’ 행사 열기가 저조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출판계와 서점업계, 문화 정책 담당자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올해 ‘책의 해‘ 안겨 준 과제…독서 행사의 지속성과 지원 필요

작년 정부가 추진한 ‘책의 해’ 기획은 점차 떨어지는 국민 독서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었다. 국민 독서율은 59.9%로 2012년 보다 더 떨어지면서, 출판계와 서점업계가 공통적으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한 독서진흥 관련 사업만 5046건에 달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서울 노원구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A씨는 “여러 지원 프로그램이 많았으나, 일반 대중들에겐 생소한 프로그램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비교적 북캠핑과 심야책방 등의 행사는 SNS세대의 감성을 비교적 잘 자극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서점 등 공간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데엔 성공했다. 그러나 책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지속성엔 의문부호가 붙었다. 주로 책을 읽지 않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가 많았는데, 질 좋은 출판 기획과의 연결성은 부족하다 보니 독자의 관심을 유지하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외부에 보여주기 좋은 행사만 유독 많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는 많은 국민들이 책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함께 읽는 책’에 초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책 생태계 기반 조성, 도서관 협력, 함께 읽기, 서점 협력, 책의 해 기념사업과 같이 크게 5가지 카테고리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중 서점 협력 프로그램 등을 제외하고는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은 데다가, 책의 해 기념사업 등은 일반 대중과는 거리가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편으론 출판계의 관심과 참여 또한 저조했다는 평가다. 책의 해에 걸맞는 독창적인 기획 보다는, 최근 유행하는 가벼운 에세이류 베스트셀러 출판에만 열을 올렸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종합 베스트셀러 중 1~10위권 책만 일주일에 1만 권 정도 팔리고 순위권에서 벗어나는 순간 큰 폭으로 판매량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책의 해라고 해서 별다른 독창적인 기획이 나올 순 없다는 게 출판업계의 볼멘소리이기도 하다.

출판업계서도 이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1년이라는 한정적인 축제 기간이 독서에 대한 국민 의식과 관심을 돌리기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많은 예산과 다채로운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존재감이 다소 약했다는 것. 출판업계서도 이번 책의 해 기획이 독서 양극화의 격차를 줄이기엔 역부족이었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출처: https://www.flickr.com)

 

● 그래도 비독자층 관심은 높아져…내년, 내후년 이어질 수 있느냐가 관건

이러한 한계와 과제에도 불구하고 책의 해 기획은 독서 저변 확대를 시도했단느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특히 몇몇 행사들은 비교적 비독자층의 관심을 환기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독자가 서점을 찾아가는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독자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움직이는 책방, 서점이 없는 문화 소외지역에 책방 서비스를 제공하고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여는 ‘전국 심야 책방의 날’, 북튜버 공모전 등 프로그램 등이 향후 기대감을 높였다.

이중 ‘#무슨책읽어’라는 슬로건을 통해 미션을 수행하고 서로 읽은 책 이야기를 나누는 ‘위드북(with book) 캠페인’은 변하는 시대에 맞춰 새로운 포맷을 시도했다는 평이다.

책의 해 행사와 관련해 다수 전문가들은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비독자층을 비롯한 대중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알리고 미디어 문화 저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시도가 이뤄진 점은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앞으로 이를 어떻게 이어가느냐가 더 중요한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2018 책의 해 집행위원회’ 측은 “책 생태계 관련 민간 공동 조직위원회 및 집행위원회 운영을 통해 ‘책의 해’가 국가 단위 사업으로 올해 시작됐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매년 양질의 특색 있는 책의 해의 개념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또한 “25년 만에 책의 해를 하다보니 국민 인식 제고 방향으로 행사가 이뤄졌고, 올해는 국민들의 독서에 대한 가치, 책에 대한 가치를 제고하는 사업에 집중했다. 2019년에는 이것을 기반으로 거점 인프라를 만드는 방향으로 책마을 사업 확대, 북 비즈니스 센터 설립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 밝혔다.

한편 정부 관계자는 책 생태 포럼에서 제안된 다양한 형태의 전차책과 오디오북, AR·VR북 (증강현실, 가상현실 책) 과 같은 4차 혁명 기술 지원 등 다양한 이슈를 정책으로 만들어 지원할 예정이라 밝혔다. 또한 사업 중 반응이 좋았던 프로그램과 발전 가능성이 있는 협력 사업은 계속 실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진행한 독서 진흥 사업 중 심야책방, 이동책방, 북크리에이터 등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은 사업에 대해선 내년에도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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