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모든 순간이야. 그러니 부디, 더 이상 상처받지 않는 밤이기를...” (하태완, 『모든 순간이 너였다』)

2018년 출판시장 트렌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힐링 에세이 전성시대’다.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에서 발표한 2018년도 베스트셀러 목록 10위 안에 에세이가 6권이나 포함됐고, 이들 에세이는 공통적으로 위로와 공감을 핵심 키워드로 앞세우고 있다. 치열한 경쟁과 경제 침체 탓에 우울한 국민 정서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이와 같은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좌) 죽고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우)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 베스트셀러의 공통분모는 공감과 위안

교보문고가 집계한 작년 연간 베스트셀러 1위는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였다. 디즈니의 인기 애니메이션 ‘곰돌이 푸’의 명대사를 통해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책이다. 친숙한 만화 캐릭터와 짤막한 대사를 통해 편안하게 말을 걸 듯 다가가고 위로의 공감대를 이끌었다는 평이다. 그 뒤를 『모든 순간이 너였다』 『무례한 사람들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 각각 차지했다.

이들 책 모두 일상의 경험을 소소하게 풀어내면서도 공감과 위로를 통해 지친 삶을 다독이는 이른바 힐링 에세이다. 연간 베스트셀러 순위서 상위권을 차지한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또한 독자를 책장 앞으로 끌어들인 책들이다. 교보문고는 최근 독서 소비층이 구매 성향을 분석해 핵심 키워드로 ‘토닥토닥’을 선정하기도 했다.

서점가에서 힐링 코드가 강세를 보이자 에세이가 신간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예스24에서 발표한 2018년 독서 판매 동향을 살펴보면 에세이가 최근 3년 중 2672 종으로 작년 가장 많이 출간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예스24의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에 오른 문학도서 26종 가운데 에세이가 13종으로 50%의 비율로 절반을 차지했다.

이처럼 에세이가 사랑받는 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SNS 등을 통해 얼굴을 직접 맞대지 않고도 소통하고 클릭 한 번만으로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에 현대인들이 오히려 고립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더불어 서점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팍팍하고 냉랭한 사회 분위기 탓에 힐링이 키워드로 부상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갑질 논란, 미투 운동, 경제 침체 등 수 년 간 팽창하던 이슈들이 연이어 사건으로 분출됐고,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서점가도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해석이다. 인터파크에서 키워드로 ‘평등’을 선정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상하, 갑을, 남녀 관계에 있어 현재 국민이 지니고 있는 정서와 의식을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 힐링 에세이는 입소문 확산에 유리...SNS서 공유

 

에세이 강세 현상은 입소문 마케팅의 영향력이 커진 것과도 관련이 있다. 일상을 다룬 에세이는 공감을 앞세워 SNS상에서 빠르게 공유되는 콘텐츠다. 공감을 중심축으로 하는 책들은 입소문 확산도 더 빠를 수밖에 없다.

입소문을 타고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가 교보문고 연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7위를 차지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다. 이 책은 독립출판물로 시작했으나, 독자들이 추천하는 책으로 SNS에서 언급되는 횟수가 늘더니 결국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젊은층이 에세이를 통해 ‘감정대리인’을 찾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감정대리인이란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최근 제시한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다. 그는 청년들이 닦아놓은 길로 움직이고 그러다보니 타인과 부딪히는 경험이 적다며, 쉽게 상처를 받으면서도 어떻게 이 감정을 드러내고 해소해야 하는지 방법을 모른다고 설명한다. 그렇기에 마음을 대변하는 감성적인 문구에 더 빠르게 공감한다는 것이다.

에세이 열풍과 관련해 인간관계에 지친 사람들이 정신적인 부담을 내려놓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등은 타인의 시선과 관심에서 벗어나 스스로에 대해 집중하고 나만을 위한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한편 국내 대형 서점에서 모두 발표한 도서구매층 조사 결과, 20대 이상의 성인 독자가 늘어났으며 여성이 남성보다 책을 많이 산 것으로 조사되었다. 교보문고 조사에 따르면, 올해 도서 구매층 중 여성 독자가 60.5%를 차지했다. 남성은 39.5%였다.

교보문고 베스트셀러로 선정된 10권의 도서 중 남성 도서구매비율이 여성 도서 구매비율보다 높은 책은 없었다. 교보문고 측 관계자는 “출판시장이 성인 독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30~40대 여성들의 구매 파워가 출판‧서점시장에서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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