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사라지고 있다. 대중교통수단인 지하철을 타면 극명하게 알 수 있다. 지하철 한 칸에서 책이나 신문 등 종이로 된 출판물을 읽는 사람을 한두명 찾기가 쉽지않다. 때로는 단 한명도 책읽는 사람은 없고, 스마트폰으로 게임이나 스포츠 경기, 드라마, 웹툰을 보는 사람로 가득하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게 된 것은 어제오늘의 현상이 아니다. 공공장소에서 신문이나 책을 읽는 사람을 좀체로 찾아보기 어려운 것, 책이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고 있음을 실체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일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스마트폰의 광범위한 보급에 따른 책의 실종 현상일 것이다. 책보다는 훨씬 용이하게 뉴스 검색을 할 수 있고, 사진, 동영상, 게임,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 SNS롤 포함한 다양한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사람들도 e북이라는 이름의 전자책을 통해 스마트폰을 클릭하면서 글을 읽는다.

▲ 김홍국 경기대 겸임교수

책을 펴내는 한국 출판산업은 그래서 만성적인 불황의 위기를 겪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출판 시장 규모는 2013년 7조9613억원, 2014년 7조8862억원, 2015년 7조5896억원, 2016년 7조7294억원으로 지속적인 감소 또는 정체 수준을 보이고 있다. 출판업계 종사자들이 ‘올해가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소리를 매년 입에 달고 사는 이유이기도 하며, 한숨을 푹푹 쉬며 미래를 걱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 통계에 따르면 2014년 4조 2,300억원이었던 출판사 매출규모는 2016년 3조9,600억원으로 줄었다. 학습서적을 뺄 경우 매출규모는 2014년 1조2,238억원에서 2016년 1조1,732억원으로 해마다 감소했다. 지역서점 수는 2014년 1,625개에서 2017년 1,536개로 줄었다. 출판시장 종사자 수도 3년째 답보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책을 팔고 살 수 있는 매개 기능을 하는 서점들의 수익도 정체 국면이다.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의 매출은 2015년 5235억원, 2016년 5255억원, 2017년 5450억원으로 미미한 성장세에 머무르고 있다. 경영상 가장 중요한 지표인 영업이익은 줄고 있다. 2015년 83억원에서 2017년 56억원으로 30억원 가까이 급락했다. 온라인 전문 서점 ‘yes24’는 2017년 4568억원의 수익을 올렸지만, 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그야말로 미래가 어두운 총체적인 위기 국면이다.
그렇다면 책은 우리 주변에서 사라질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하버드대 도서관장이자 책 역사가인 로버트 단턴은 저서 『책의 미래』에서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상관없이 우리가 가치 있는 것을 어떻게 보존하고 유지할지 생각해야 한다”며 “종이책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논의는 종이책이 일반 독자들에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구글 덕분에, 학자들은 수백만 개의 웹사이트와 전자 텍스트를 통해 검색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발췌하면서 자료를 광범위하게 연결할 수 있다. 반면에 좋은 읽을거리를 찾는 사람은 책 한 권을 골라서 쉽게 휙휙 넘겨보고 종이 위에 잉크로 새겨진 말들의 마법에 빠져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컴퓨터 스크린은 인쇄된 종이만큼의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인터넷은 고전적인 코덱스로 변환될 수 있는 데이터를 전달한다. 인터넷은 이미 주문 인쇄를 번성하는 사업으로 만들었고 컴퓨터를 통해 책을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컴퓨터가 현금자동지급기처럼 작동해서 로그인하고 주문하면 인쇄되어 제본된 책이 나오는 것”이라며 “아마도 언젠가 2000년 전의 코덱스 페이지처럼 한 손에 쥘 수 있는 스크린으로 책을 읽으며 눈이 즐거워할 날이 올 것”이라고 진단한다.
책은 동서고금에 걸친 지식의 보고이며, 지혜의 수장고이기도 하다. 특히 인간이 주체성을 갖고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확장할 수단인 책을 선택하고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성과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기에 우리 헌법도 출판의 자유, 읽고 표현하는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뉴미디어와 디지털, 인공지능 등의 도래가 올드 미디어의 대표인 책과 출판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과거 역사를 돌아볼 때 인류의 지혜를 확장시키는 보물창고인 책의 미래는 그렇게 어두운 것은 아닐 것이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미디어가 출현할 때마다 책의 시대가 끝나리라는 우려가 팽배했지만, 그때마다 책은 사라지지 않고 새로운 미디어와 함께 문화를 창달해왔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새로운 미디어는 책의 생명력을 더욱 강하게 꽃피울 것이고, 우리 인류의 삶과 지평도 확장될 것이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부자가 되려고 하지 말고 독서로 더 많은 지식을 취하라. 부는 일시적인 만족을 주지만 지식은 평생토록 마음을 부자로 만들어준다"고 설파했고, 르네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담소하는 것과 같다"고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좋은 책과 더불어 나누는 독서의 즐거움은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줄 것이다. 그래서 하버드 대학 총장을 역임한 찰스 W.앨리엇은 “책은 가장 조용하고 변함 없는 벗이다. 책은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고, 가장 현명한 상담자이자, 가장 인내심 있는 교사이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책이여,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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