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讀한 사랑이 없으면 독서는 지옥이다”

 

책은 사람이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책은 사람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존재이기에 책과 사람은 늘 현재와 미래가 연결되어 있다. 어떤 책과 인연을 맺느냐에 따라 아인슈타인이나 슈바이처 같은 사람이 나오기도 하고 히틀러나 김정은 같은 사람이 나오기도 하는 법이다. 어쩌면 책은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사람에게 갖는 모든 감정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대상이면서 사람보다 더 사람을 잘 표현해내며 닮아가게 하기 때문이다. 한 번쯤은 책 속 주인공이 되거나 저자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람은 사랑으로 존재함을 느낀다

10대, 20대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사랑에 푹 빠져볼 나이다. 이때 깊은 사랑을 경험

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진정한 사랑의 마약을 먹어보지 못했기에 사랑의 오묘함을 알 길이 없다. 성장하고 성숙함에 있어서 수 많은 경험과 지식들이 필요하겠지만, 현실적인 계산 없이 순수하게 누군가를 사랑해볼 수 있다는 것은 인생 전체의 단비와도 같다. 온전이 한 사람에게 자신의 소중한 마음을 주는 것은 사랑하는 그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주는 것과 같다. 만약 로미오와 줄리엣, 영화 <타이타닉>에서 사랑의 요소가 없다면 지루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이나 다름 없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죽을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넘어서는 숭고함이 배어있기에 우리는 그런 사랑을 동경하는지도 모른다.

 

사람을 사랑하듯 책을 사랑한다면

  

책을 사랑한다는 말이 얼핏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통상적으로 책은 지식의 근원으로 생각하지만, 수 천 년에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경이나 고전이 사람들에게 읽혀지는 이유는 사람의 본질을 너무나 잘 묘사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으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책을 읽는 것은 작게는 작가라는 한 사람의 가치관, 철학, 삶을 읽어내는 것이고, 크게는 그 시대상을 읽어내는 것이기도 하다. 독자인 우리는 한 인생의 삶과 시대상을 읽으며 공감하기도 하고 의문을 갖기도 하면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을 발견하게 해주는 책에는 묘한 끌림을 느낀다. 이 묘한 끌림을 필자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때 느끼는 그것과 동일하다고 말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은 방금 만나고 헤어져도 또 보고 싶기 마련이다. 보고 또 봐도 부족하며 볼 때마다 생명의 속삭임을 느끼게 된다. 지식은 오래가지 못한다. 지식만 가득한 책은 우리를 지치게 만든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해라.’라는 식으로 가르치기만 한다면 그 사람과 사귈 수 있겠는가?

 

요즘 대한민국은 하루 하루가 전시 상황이다. 이 긴박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지키고

있는 군인들의 마음은 가을이 다가왔음을 느끼지도 못한 채 긴장의 연속일거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의 의무를 다 하는 것은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심이 없다면 불가할 것이다. 이럴수록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길 바라며, 그 매개체가 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책과의 사귐의 과정은 지식이 지혜가 되고 지혜가 생명이 되는 것처럼 누군가를 알아가고 그 앎을 통해 이해하게 되고 이해가 쌓이면 사랑을 하는 것과 얼마나 흡사한가!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한다. 당신의 옆구리에 당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줄 책과 진한 사랑을 한 번 해보는 게 어떠한가!

 

◆ 저자 김을호
독서활동가 (WWH131 키워드(패턴) 글쓰기 개발자)
_서평교육, 청소년・학부모・병영 독서코칭 전문가

▲ 김을호 회장(국민독서문화진흥회)

독서에도 열정과 끈기,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독만권서, 행만리로, 교만인우(讀萬券書 行萬里路 交萬人友, 만 권의 책을 읽었으면 만 리를 다니며 만 명의 친구를 사귀어보라)’를 실천하는 독서활동가. 

대학원에서 학습코칭전공 주임교수로 재직했다. ‘책 읽는 대한민국’을 꿈꾸며 ‘책 읽는 우수 가족 10만 세대 선정’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국민독서문화진흥회 회장으로 독서문화 진흥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제21회 독서문화상’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저서로 《필사로 새겨보는 독서의 힘》 《독공법》 《아빠행복수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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