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인생을 안 것은 사람과 접촉했기 때문이 아니라 책과 접촉했기 때문이다.

-아나톨 프랑스

▲ 김현수 이사(국민독서문화진흥회)

 

독서의 三美을 잃어버린 우리

“시를 쓰다 보면 드는 생각이 뭔 줄 아세요?”

“글쎄요?”

“우리가 음식을 먹거나 차를 마실 때 음미한다고 하죠. 시를 쓰면서도 사물과 생각을 음미하게 됩디다. 원래 책 속에서 참 많은 것들을 읽어낼 수 있는데, 우리 사회는 아직도 책 읽기라는 기초적인 독서문화도 잘 형성되지 못한 채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이네요. 독서의 참 맛을 잃어버린 게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讀한 자만 갖는 一美_ 배움

독서는 작가를 읽고 글의 내용을 읽고 자신을 읽는 과정을 통해 3가지 관점으로 지식과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런 지식과 깨달음은 배움의 즐거움을 자극하는 요소가 된다. 우선 작가를 읽는다는 것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의 방향이나 가치 혹은 철학을 엿볼 수 있다는 말이다. 타인을 이해하려고 하는 행위는 사랑의 시작인 셈이다. 또한 텍스트를 읽는다는 것은 작가를 읽음과 동시에 자신을 비취는 거울효과가 있다. 작가의 말에 동의하기도 하고 때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한다. 동의와 비판의 수준을 넘어가면 진짜 배움의 길로 접어든다.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다는 말이다. 세상 변화의 트렌드가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마치 세상을 아는 것 같지만, 그 모든 세상이 자신 안에 다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세상의 이치를 알았다고 호들갑 떨지 않게 된다. 이런 배움의 깊이가 바로 독서가 주는 첫 번째 아름다움이다.

讀한 자만 갖는 二美_ 홀로서기

공자는 일찍이 불혹(不惑)이면 세상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나이라고 했다. 요즘 이 말이 아주 무색하리만큼 세상의 유혹은 더욱 심하다. 내공이 쌓이지 않으면 지위고하(地位高下)를 막론하고 자신이 가장 약하거나 강한 그 무엇 앞에서 흔들리기 마련이다. 내공을 쌓는다는 것은 지식의 문제가 아니다. 독서로 인한 배움은 자신을 발견하는 기초를 만들어준다. 그 기초 위에 쌓여지는 수 많은 지식과 지혜들은 그 사람만의 통찰력을 갖도록 이끌어준다. 이때야 비로소 세상과 자신을 분리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고, 세상에서 홀로 설 수 있는 위치를 갖게 되며, 불혹이 갖는 진정한 의미를 갖춘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독서가 주는 두 번째 아름다움이다.

讀한 자만 갖는 三美_ 자기만의

세상과 자신을 분리하는 순간부터 자기 길을 갈 수 있는 내공이 쌓인 셈이다. 세상 속에서도 세상 밖에 있을 수 있으며 세상 밖에서도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내공은 그 사람이 자기만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이끌어간다. 자기만의 길을 가는 것은 선교와도 같다. 사람을 깨어나게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존재 이유와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할 목적을 많은 사람들에게 제시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을 신이 창조했을 때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세상에 속한 자가 되지 말고 세상을 다스리라는 신의 뜻을 그대는 알아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이것이 독서가 주는 마지막 아름다움이다.

독서의 아름다움은 이론이나 지식이 아닌 마음 안에 이루어진 실재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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