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토크라시가 만든 감옥에서 혹사당하는 한국청소년은 교육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JTBC방송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SKY캐슬'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우리나라의 학업 현실이 얼마나 암담하며 왜곡된 현실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살아가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이런 한국의 현실을 걱정하는 심포지엄이 영국에서 열렸다. 

1월 30~31일 영국 옥스퍼드대 너필드칼리지에서는 ‘생애 주기별 시간 압박과 스트레스 : 한영(韓英) 비교 연구(Time Pressure and Stress through the Life Cycle: a UK-Korea Comparison)’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조너선 거슈니(Jonathan Gershuny) 옥스퍼드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과 영국 청소년의 시간 사용을 비교, ‘교육 압박(Educational Pressure)’이 청소년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발표했다. 

▲ <표>자료 | Jonathan Gershuny, ‘First steps in comparing educational pressures on UK and Korean Young People’, 2019

이번 심포지엄에서 거슈니 교수가 발표한 한국과 영국 청소년의 시간 사용 비교 연구에 따르면 영국 학생들이 학업에 쏟는 시간은 한국 학생 대비 74% 수준에 불과하다(그래프 참조). 이 차이는 고학년으로 갈수록 더 커진다. 17세 영국 청소년이 하루 6.9시간을 공부와 학교 관련 활동에 사용하는 데 반해, 같은 연령의 한국 청소년은 11.5시간을 사용한다. 

 

메리토크라시라는 말을 만든 영국 사회학자 마이클 영이 1961년 쓴 소설에 이러한 상황이 생생히 담겨 있다. 마이클 영은 소설 ‘능력주의 사회의 부상(The Rise of Meritocracy 1870-2033: An Essay on Education and Equality)’에서 2033년의 미래를 상정하고 노동당 정부가 1960년대부터 공정한 입시를 위해 온갖 종류의 교육 개혁을 실시해온 상황을 묘사한다. 사립학교 때문에 계층 간 경쟁이 불공정하니 사립학교를 없앤다. 그러자 부자 학부모들은 사교육 등의 방법으로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낼 방법을 찾아낸다. 몇 번의 개혁 끝에 정부는 영·유아 시절부터 공정하게 키워야 한다며 유치원 교육을 개선하려고 한다. 그러자 부유층은 또 다른 대안을 찾아낸다. 소설에는 결국 하위계층 자녀들을 중산층에 입양시키자는 안까지 등장한다.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서슴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SKY캐슬을 통해 우리나라의 입시문제와 교육환경이 얼마나 개선돼야 하는지 알게 되었지만, 그보단 앞으로도 이런 교육의 현실이 지속될거라는 두려움과 혁신적인 교육방안이 나올 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심각하다. 

▲ JTBC에서 방영한 드라마 스틸 사진(사진 제공 : JTBC)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복잡하고 어려운 입시제도, 시간이 지나도 개선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정책들을 보며 학부모들은 답답해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임 대표는 "무엇보다 불신이 팽배한 학종의 문제점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수험생이나 학부모가 아닌 일반 시청자들까지 드라마에 몰입된 건 그만큼 학종에 대한 불만이 차올랐다는 것"이라며 "(드라마는 끝났지만) 입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요구는 더욱 높아지고, 속 시원한 정책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임 대표의 말처럼 그런 날이 올 수 있기를 다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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