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47권. 등교 후 10~20분이라도 책을 읽게 하는 이른바 ‘아침 독서’ 프로그램을 시행한 학교 학생이 한해 동안 읽은 책 권수다. 반면 이를 시행하지 않는 학교 학생들은 한해 15권을 읽는 것에 그쳤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발표한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를 통해 밝힌 것으로, 초중고교 학교 현장에서 아침 독서 프로그램 참여 여부에 따라 한해 독서량이 3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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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체에 빠진 아침 독서 캠페인

상당수 독서 분야 전문가들은 학생 독서량을 늘리는 데 있어 아침 독서 프로그램 효과가 크다고 말한다. 이는 무엇보다 독서습관을 들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학교 현장에서 아침 독서 프로그램은 해마다 점점 줄어들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지난해 발표 자료에 따르면, ‘아침독서 시간이 있다’고 응답한 초중고교는 전체 학교 중 41.8%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조사보다 10.5% 감소했다.

서울 강북구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9시 등교가 의무화되면서, 아침 독서 교육을 할 시간이 사라진 탓”이라고 분석했다. 2014년부터 전국적으로 9시 등교제가 확산됐는데, 이로 말미암아 아침 책읽기 시간이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9시 등교로 인해 수업시간이 부족해진 가운데 정규수업이 아닌 재량활동을 고수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아침독서 운동은 민간단체인 사단법인 ‘행복한아침독서’라는 시민단체가 주도한 캠페인으로 2005년 3월 시작됐다. 1980년대 일본에서 아침 독서 운동 캠페인이 시작돼,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이 운동의 한국 버전인 셈이다. 행복한 아침독서 측은 아침 독서가 읽기 습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수업 전에 집중력을 높이는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학교 현장에서 아침 독서 활동이 확산됐고, 일선 초중고교 학교 현장에서 아침 독서를 시행하는 학교는 2015년엔 절반을 넘는 수준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최근엔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교가 대폭 감소하면서 동력을 잃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9시 등교가 장점이 많은 제도라고 하더라도, 수업 시작 전에 10분이라도 아침 독서를 할 수 있도록 현장의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이를 주장하는 대표적인 단체가 책과사회연구소 등이다. 해당 단체 관계자는 “개인의 독서습관을 교정할 수 있어 아침 독서는 순기능이 큰 제도”라며 “제도 유지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2017년 국민독서실태 조사

 

● “아침 독서 프로그램 개선 필요” 학교 현장 목소리도

한편으론 일선 교사들은 “학생들이 아침 독서를 원하지 않아, 지도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한다. 정부의 아침독서 미시행 학교 학생 조사 결과 학생들의 69.8%가 아침독서가 ‘없었으면 좋겠다’로 응답했다. 이는 아침독서를 하지 않은 학생 10명 중 3명만 ‘아침독서’를 원하는 셈이다. 9시 등교 여부에 따른 결과 역시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9시 등교 학생 69.6%, 9시 이전 등교 70%가 아침독서를 거부한 것이다. 학생들의 지지를 얻지 못해 현장에서 사라진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중학생 김영승 군(15)은 “아침독서가 있는 학교는 독서를 학교 종합평가에 기록을 하는데, 자발적인 읽기가 아니라 강제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침 독서를 운영하는 학교들은 학생에게 독서 결과를 독후감 등으로 보고하게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실제로 책을 읽었는지 확인하기 힘든 탓이나 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에겐 오히려 괴로운 행위로 인식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학생들의 독서를 하지 않게 된 계기 1위가 ‘학교 숙제나 독후감을 쓰기 위해’로 우리나라에서 독서란 결국 강제된 타율적 독서”라고 꼬집었다. 되레 독서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9시 등교제를 적용하더라도 10분 가량의 짧은 시간을 이용해, 아침독서의 기본 취지를 살리려는 자발적 독서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행복한아침독서’ 한상수 이사장은 아침독서의 4대 원칙으로 ‘모두 함께’ ‘매일’ ‘좋아하는 책을’ ‘그냥 읽는다’를 제시하고 있다. 별다른 목적 없이 책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학교 현장의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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