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셀러 열풍이 거세다. 미디어셀러란 영화, 드라마 등 미디어에 노출되어 베스트셀러가 된 도서를 일컫는다. 미디어와 베스트셀러를 합쳐 만든 말이다. 최근 사례중엔 드라마 도깨비 사례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드라마 ‘도깨비’에 나온 책들은 대부분 미디어셀러 반열에 올랐다. 방영 평균 약 2회 당 책이 1권씩 노출됐고, 드라마에 나온 책들은 화제가 됐다. 특히 드라마에서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시구로 나온 김용택 시인의 시집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는 드라마 종영 6개월이 지나도록 시 부문 베스트셀러 3위를 차지했다.

▲ 출처 : TVN 드라마 도깨비

 

● “독서인구 늘리는 데 효과적” 


  이와 같은 사례가 이어지면서, 최근 출판계에선 미디어셀러가 시장 침체를 벗어날 수 있는 키워드로 각광받고 있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TV에서 소개된 책이 각광을 받는 이유에 대해 대중의 욕구 충족으로 꼽았다. 도서관에 갈 시간은 없고 어떤 책을 선택해야 할 지 모르는 현대인에게 일종의 북큐레이션의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알쓸신잡’, ‘차이나는 클라스’ 등 인문학과 예능이 결합된 형태의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언급된 다양한 분야의 책들도 자연스럽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분당구에 사는 직장인 김효동 씨(30)는 “퇴근 후 여가시간을 의미있게 보내고 싶기도 하고 TV에서 나온 책이 재미있어 보여 읽기 시작했다”며 “주로 과학 분야 서적을 즐겨 읽는다. 처음엔 생소하고 어려울 것 같아서 엄두도 못 냈는데 막상 읽어보니 너무 재밌어서 비슷한 책을 더 사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자들이 책을 접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미디어셀러의 효과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국민 독서 실태에 따르면 성인의 독서의 계기를 묻는 질문에 ‘인터넷이나 SNS를 보고’, ‘신문, 방송 등을 보고 관심이 생겨서’도 각각 6.5%, 5.7%를 차지했다. 이는 미디어의 영향이 성인의 독서 활동에 기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디어에 책이 많이 노출될수록 성인들이 독서를 접할 확률이 높아지는 셈이다.
  미디어셀러 열풍은 최근 들어서 불거진 현상은 아니다. 미디어셀러의 가능성은 2000년대 초부터 언급되기 시작했다. 2002년 MBC에서 방영된 TV의 ‘책,책,책,책을 읽읍시다’가 시초로 꼽힌다. 미디어의 발달로 독서와 멀어졌던 사람들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추천하는 도서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실제로 당시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20권 중 8권이 TV에서 소개한 책이었다.  
  최근엔 드라마나 예능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형식으로 흐름이 바뀐 점이 눈에 띈다. 프로그램의 내용에 걸맞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관심을 유도하는 PPL(간접광고) 형태다. 


● “자본논리로 흐를 가능성 높아” 우려 


  하지만 미디어셀러 열풍에 우려를 보이는 목소리도 높다. 미디어의 선택을 받은 책들이 위주가 되는 것은 출판계의 형평성을 자칫 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책을 국민들에게 알려 독서 인구를 늘리자는 건강한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영화나 드라마 등 대중매체에 의존성이 높아지다 보면 출판의 다양성을 해치는 구조가 고착화된다. 독자가 책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할수록 출판 다양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미디어셀러가 오히려 출판업계의 자생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PPL의 경우 일부 대형 자본을 거느린 출판사만 가능하기 때문에 쏠림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이기도 하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시장 때문에 고군분투하는 출판사에 PPL이라는 무거운 짐이 하나 더 얹어졌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앞으로 한동안 미디어셀러 열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의 영향력과 파급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미디어의 영향력을 벗어나서 독서모임이나 지역서점의 입소문을 통해 책을 알리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와 같은 노력이 효과를 거두는 게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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