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임모 씨(33)는 전자책 월정액 서비스 가입해 출퇴근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있다. 최근 읽고 있는 책은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이 쓴 ‘초격차’다. ”월정액만 내면 한 달에 몇 권을 읽어도 부담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전자책을 집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전자책 또한 일반 책에 비해 가격이 70~80% 수준이어서 특별히 싸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월정액은 여러 권을 읽어도 정해진 금액만 내면 돼서 큰 부담이 없다는 설명이다.

국내 전자책 출판 업체들이 ‘무제한 정액제’ 서비스를 통해 독자층을 넓히고 있다. 월정액 서비스는 넷플릭스나 음원 서비스처럼 월 1만 원 수준만 지불하면 다양한 콘텐츠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전자책에 주머니를 열지 않던 소비자들에게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효과가 크다.

 

 

 

● 디지털 시대의 흐름인 도서 월정액 서비스 ... 전자책 유통 업체들의 적극적인 마케팅

기존 판매 방식 외에 마땅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던 전자책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조짐이다.

전자책 시장에 월정액 경쟁 불을 붙인 업체는 ‘밀리의 서재’다. 2017년 월정액 서비스 모델을 가지고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현재 앱스토어 수수료를 제외하고 월 9900원 수준에서 2만5000여 권(1월 기준) 책을 선택해 볼 수 있다. 연예인 이병헌 배우 등이 출연하는 광고와, 다양한 마케팅을 앞세워 시장을 빠르게 선점한 덕분에 누적 회원수만 26만 명을 확보했다.

밀리의 서재가 월정액 서비스의 가능성을 보여주자 다른 전자책 업체들도 잇따라 월정액

서비스 모델을 내놓으면서 빠르게 시장 규모를 키우고 있다. 기존 전자책 시장의 강자로 일컬어지는 리디북스도 경쟁에 참여한 업체 중 한 곳이다. 지난해 내놓은 리디셀렉트라는 이름의 월정액 서비스 또한 밀리의 서재 모델과 유사하다. 첫 달은 무료로 이용이 가능한 프로모션과 함께 평점이 높은 서적과 베스트셀러 등을 독점 런칭하는 등 콘텐츠를 강조하면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월정액 구독자 확보를 통해 정체된 시장 활로를 뚫으려는 모양새다.

지난해 11월엔 기존 온라인 서점 강자인 예스24 또한 자사 월정액 서비스인 ‘북클럽’을 열고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이들 전자책 업체 대부분 밀리의 서재와 마찬가지로 월 1만원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하고, 최소 2000권 이상의 도서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 대여 불가능한 전자책 시장...구독 모델로 선회

이와 같은 도서 월정액 서비스는 도서정가제 규제를 도서를 ‘판매’가 아닌 ‘구독’의 형태로 돌려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가능하다.

2014년 정부는 출판물의 유통질서 확립과 공정한 가격경쟁을 위해 ‘도서정가제’ 정책을 강화했으나, 전자책 업체들은 10년~50년 장기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를 우회하려 했다. 도서정가제의 취지 훼손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자 출판계, 소비자단체, 유통업계 등이 지난해 4월 ‘건전한 출판유통 발전을 위한 자율협약’을 체결하여 전자책 대여를 90일로 한정했다.

장기 대여가 불가능해지자 많은 전자책 유통사들은 규제를 피하기 위해 구독형 서비스를 앞세웠다. 자율 협약 체결 이후 전자책의 마케팅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시작된 셈이다. 전자책 업체 관계자는 “음원 사이트나 넷플렉스가 그랬듯 무제한 월정액 서비스는 디지털 콘텐츠 기업의 성공 요인 중 하나다. 전자책 산업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업계와 풀어야 할 과제 적지 않아

독서와 거리가 먼 비독자에게는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로 책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나온다. 선택한 책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바로 다른 책으로 대체가 가능한 점이 책 선택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다양한 도서를 자연스럽게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전자책 월정액 구독 모델과 관련해 향후 독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조심스럽게 관측하는 입장도 있다. 최근 전자책 업체들이 잇따라 월정액 모델을 내놓으면서 마케팅 차원에서 1개월 무료 등의 혜택 등을 주면서 나타난 일시적인 열풍으로 보는 시각이다. 게다가 기존 전자책 판매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편 월정액 모델을 바탕으로 한 전자책 시장 부상과 관련해, 출판계가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전자책 ‘구독’은 ‘판매’와 다르게 정해진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유통사 위주의 시장 형성이 될 우려가 높다. 예를 들어 독자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얼마큼 읽었는지를 가늠하고 수익을 배분하는 것이 현재 업체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출판업계 관계자는 “구독모델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출판사와 성장 및 협력모델을 만들고 합리적으로 수익 배분을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출판사의 협력 없이는 성장이 불가능한 모델이라는 지적이다. 전자책이 출판 생태계를 해치지 않고 성장을 꾀할 수 있도록 수익 배분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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